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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호텔 아비타,

교토 여행,

by 우사기

교토의 마지막 호텔은 아비타였다.

카모가와 옆 한적한 부티크 호텔이라는 말에,

살짝 유럽 여행을 떠나온 느낌이라는 말에,

그리고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예약 버튼을 눌러 버렸다.

사실 마지막 이틀은

조금은 호캉스 느낌이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비타로 오게 된 나,

잠시 눈을 감고 교토를 떠나

또 다른 여행지로 온 느낌이랄까.

규모는 작지만

능숙한 직원이 호텔 안내와 함께

외출 후 돌아오는 시간까지

섬세하게 체크하며

아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라운지에서 웰컴 티를 즐긴 후에는

핑크빛으로 수놓은 좁다란 복도를 따라

객실로 향했다.

룸은 둘이 머물기에도

충분한 사이즈지만 룸의 반은 침실로

또 다른 반은 욕실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의 이미지는

침실 쪽이 조금 작게 느껴졌다.

대신 커다란 욕조가 있는 욕실 공간은

더 크게 느껴졌는데 것도 나쁘진 않았다.

물론 침실도 욕실도 아주 깨끗했고

섬세하게 정리 정돈도 잘 되어 있었다.

호텔 옥상에 휴식 공간이 있다기에

해가 떨어지는 시간을 맞춰 올라가 보았다.

카모가와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맞긴 했지만

의외로 건물이 낮아 강가 풍경을 만끽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저녁시간이 되면 호텔 주위는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쉬어가는 기분도

괜찮았지만

세븐 디저트와의 티타임도

나름 오붓했지만

그래도

분명 호텔 로케이션은 미스였다.

이곳의 별점은 망설임이다.

또 머물고 싶냐고 묻는다면

한 번으로 충분해요라고...

아쉽게도.

체크아웃을 끝내고 교토역까지는

도보를 택했다.

호텔에서 역까지의 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예상보다 꽤 괜찮았다.

참, 여행 마지막 날은 교토역에 들러

짐을 보관한 후 다시 교토를 한 바퀴 돌았고

밤이 깜깜해진 후에야

도쿄행 신칸센에 올랐다.

마지막까지 알찬 여행을.

교토역으로 향하는 길에 들렀던

카이카도 카페,

1875년 개업 이래 수공예 차즈츠를

만드는 노포 카이카도가 운영하는 카페는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독특한 운치를 품어낸다.

센차를 마시며 창가 자리에 홀로 앉아

잔잔히 여행을 뒤돌아 보기도 하고

막연히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하며

그렇게 잠시 쉬어갔다.


이번 여행 기록은

순서는 뒤죽박죽

속도는 느릿느릿

9월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5월의 교토에서 허우적댔지만

덕분에

여행 기억을 곱씹는 재미는 쏠쏠했다.

그래도 게으름은 여기서 사요나라 하는 걸로

그리고 여행 기록도 여기서 마무리하는 걸로.

.

.

.

그 외 남은 것들

#교세라미술관

꽤 감동스럽고 좋은 시간이어서

꼼꼼히 남겨두려고 아껴두다

어느새 그때의 그 느낌이 빛을 다 잃어버렸다.

#미술관시간

전시회를 둘러보던 아침 시간도

건물을 탐색하던 순간도

한적한 타이밍을 놓쳐

카페 타임을 미룬 것도

그날의 파란 하늘도

모든 것이 좋았던 미술관 시간이었다.

#교토시장

야나기마치 이치바였을까

길 가다 만난 이름 모를 가게의 야채들.

언젠가 교토의 시장에서 산 야채들로

부엌 놀이는 즐기는 날이 오기를.

일 년 살기 석 달 살기

아니 한 달 살기라도.

#돌담길

돌담길을 돌다 우연히 만났던 홍차 집을 찾아

다시 그 길을 나섰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이치고이치에였을까

다시 찾으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인 건 돌담길뿐이었다.

#가츠오부시

가츠오부시를 밥공기 넘치게 담아 주던

가츠오부시동도 만났다.

먹으면서 간다 간다 하고 못 갔던

시부야의 유명한 가츠오부시동 가게를 떠올렸다.

두 곳 중 어디가 더 맛있을까...

왠지 시부야에 마음이 더 쏠린다.

#너의췌장을먹고싶어

영화 촬영지를 찾아 떠난 산책이었다.

분명 처음은.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목적을 잃었는지 모르겠다.

#교토스러운

카모가와와 함께

교토스러운 풍경하면 늘 떠오르는 장면,

애써 찾아가지 않아도

우연히 또 한결처럼 만나게 되는

풍경들이 참 좋다.

#한국식당

교토에서 발견한 한국 식당,

오랜만의 교토행이긴 했지만

눈에 띄게 한국 식당이 많아진 거 같다.

반가웠다.

#쿠시카츠

길 가다 만난 쿠시카츠 전문점도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설 용기가 필요한 것 같은.

결국 까맣게 잊고 다녀오진 못했지만.

찜 해두고도 그새 새로운 아이가 생겨

찜을 잊게 되는 수많은 가게들이 있다.

교토에는.

#소우소우

교토의 오미야게로 데려온

소우소우의 가방과 노렌이

이젠 나의 일상에 완전히 스며들었다.

가끔 잔잔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들.

#모름

무엇에 마음이 흔들려

남긴 것인지 모를

그런 사진들이 여럿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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