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어느새 캔들이 어울리는 밤이 왔다.
엄마와 나만이 있는 날의 해산 시간은
저녁 7시 10분.
엄마의 약을 챙긴 후면
나는 그대로 내방에 틀어박힌다.
그리고 9시가 되면
잠이 든 엄마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방의 온도와 이불을 확인하고
거실 불을 끈 다음 다시 내방으로 돌아온다.
이것으로 오늘 일과 끝.
옅은 조명 아래
오래된 일본 노래를 틀어놓고
창가 너머 캔들의 일렁임을 바라보며
비스듬한 자세로 침대에 기대어 있으니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살짝 몽롱해진다.
침대 속은 따뜻하고
전체적인 공기는 살짝 차가운 게
익숙한 그곳의 겨울밤 같기도 하고.
어젯밤은 늦은 시간의 과식이 결국
위를 자극해 한밤중에 눈을 떴다.
그리고 약을 먹은 후
서너 시간을 그대로 깨어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 잠이 들었다.
속은 많이 좋아졌지만
덕분에 하루의 시작은 늦잠,
그럼 그다음 순서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인 거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금요일 밤.
바로 오늘 밤.
집중하고 있는 책이 있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사잔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추억이 많아 애써 찾아듣는 일이 많지 않은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오늘은 편안한다.
자그마한 캔들의 수명이 몇 시간이었더라,
하고 캔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불빛이 꺼져간다.
꺼졌다.
다시 새 캔들에 불을 붙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