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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교토,

교토 여행

by 우사기

* 교토 비


비 내리는 오후,

작은 강가에서 오리를 만났다.

오리도 나도 혼자

교토가 마냥 좋은 우리.

밤바람에 흔들리는 사쿠라

잔잔히 출렁이는 카모가와

그 아래로 내려앉은 불빛들,

비가 내려도

바람이 싸늘해도

멈출 수 없는 타박타박 교토.




* 란덴[嵐電]을 타고


파란 하늘이 유난히 눈부신 아침,

란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에노덴을 떠올리게 하는 좁다란 철길을 가로질러

절정을 비켜나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운치 있는 사쿠라 터널을 따라.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료안지[龍安寺],

한적한 정원을 타박타박

휘파람새의 사랑스러운 지저귐에

발을 맞춰가며 또다시 타박타박




* 카모가와 아침


아침 하늘이 쉴 새 없이 바뀌는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그래도 구름 사이로 태양이 다시 나타나면

하늘이 그토록 파랗게 보일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의 카모가와에는

강가의 건물 보수 공사를 위한

트럭들이 꽤 보였는데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자꾸만 눈이 갔다.

물이 참 맑았다.

바람만 강하지 않았다면

강가를 따라 계속 걷고 싶었는데.


소란스러운 봄 날씨가

내일부터는 기온이 부쩍 올라갈 거란다.

어디로 가보는 게 좋을까

교토에서 떠나는

작은 여행이 어울릴 것도 같고.




* 오후 휴식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여행 속 작은 여행이 있었고

다시 돌아온 교토에서 즐긴

늦은 오후의 휴식이 있었다.

정원 위로 흘러내리는 바람에

마음 한 조각 내어주니

여기가 바로 천국,

이 평온함이 좋다.




* 아침식사


아침 7시 반,

예약해 둔 곳으로 시간 맞춰 달려가니

내가 첫 손님이었다.

역시 아침의 첫 손님은 텐션이 올라간다.

깔끔하고 담백한 상차림,

역시 내가 좋아하는 아침상이다.

토나베에서 갓 지어낸 밥이

얼마나 윤기 돌고 맛있던지

아무런 반찬 없이 그냥도

한 그릇 뚝딱할 정도였다.

깊이 있는 담백한 다시로

소재 본연의 맛을 살린 반찬들도

하나도 남김없이 말끔히 비워냈다.

충만한 교토의 아침이었다.




* 치온인으로 향하는


히가시야마역에서

치온인으로 향하는 길을

항상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바꿨더니

완전한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강이

이렇게 이어지다니.

교토는 살짝 방향만 틀어도

보물 같은 새로운 풍경이 나온다.

만약 당신이

한적하고 느린 교토 산책을 원한다면

구글맵의 가장 빠른 루트로 다니지 말 것.

지난봄 여행 때

비 내리는 날의 기억이 좋았던 치온인.

이곳에서도 휘파람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잔잔한 아침이었다.




* 백화점 지하에서


해가 떨어진 저녁 시간은 백화점 지하 한 바퀴,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자그마한 식당.

긴다라사이쿄야키[은대구미소구이],

이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생선 살의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 도는 달짝지근함이

흰밥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다시 생각해도 군침이 가득 돈다.

스즈나미의 오동통한 은대구보단

볼륨감이 조금 적긴 했지만

곁들인 반찬들이 그 부족한 부분도

말끔히 채워주었다.

포만감에 기분까지 올려주는 아이,

아마도 일본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한동안은 냉장고에 가득 재워두고

살지 않을까 싶다.

냠냠.



* 우동


교토의 마지막 식사는 오멘의 우동으로.

이걸 안 먹고 떠나면 너무 아쉬우니까

가게에 들어올 때만 해도

차가운 우동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자리에 앉으니 지난겨울 먹었던

쇠고기우동 생각이 급 밀려와

주문은 따뜻한 우동이 되어버렸다.

맛은 역시 변함없는 그 맛,

그리웠던 그 맛이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봄 여행에 마침표를 찍으며,

깊은 여행 이야기는 다시 이어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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