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오른쪽은 교토교엔 왼쪽은 도시샤 대학,
이마데가와역에서 데마치야나기역 쪽으로
도시샤 대학의 담벼락을 따라 걷는
이 길이 좋다.
(단순히 좋다기보다 정이 들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지만)
평일은 통학하는 학생들과 동네 주민의
자전거 행렬이 끊이질 않지만
주말이면 의외로 한산하다.
거기에 비가 더해지니
통행 차량도 부쩍 줄어
그날은 유난히 더 한산하게 느껴졌는데
그게 또 은근 운치 있어 좋았다.
그날은 그릇을 찾으러 가는 날이기도 했다.
고요한 주택가 모퉁이에
다소곳이 자리 잡은 이곳을 참 좋아했는데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니 못내 아쉽다
그곳도 마치야[町屋]며
분위기가 중요하니까라고 하던
(지금의 가게와 비슷한 느낌의)
작가의 말에
이전할 공간도 기대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익숙해진 곳이 사라진다니 왠지 슬펐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 같아
마음에 눈에 좀 더 담아두고 싶어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비 내리는 창가
주인을 닮은
사랑스러운 풍경.
* 마치야[町屋] : 민가의 일종으로
마을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형 상가주택
오후가 깊어지자 비는 좀 더 세차졌다.
비 내리는 날은 또 발길이 향하는 곳이 있지.
히가시야마역에서 헤이안진구로 향하는 길
큰 길 말고 사이로 나있는 시라가와의 작은 길.
그 작은 길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여행 때 공사 중이었던 곳,
무엇이 생길까 내심 궁금했었는데
완전한 형태를 갖춘 그곳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은
몇몇 가게가 겹쳐진 듯 분리된 듯
호기심을 자극했다.
강 건너편 입구는 어디로 나있는 걸까
나는 목적지를 잠시 접어두고
그 미로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곳은 복합 시설로 레스토랑과 숍
그리고 자그마한 카페와
회원 한정 워크 스페이스로 이루어져 있었고
도키노하의 세 번째 매장이 함께하고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오더 받은 그릇에
수량을 조금 더 추가한
수량 한정 그릇들을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처음 도키노하를 알게 되었을 때 보다
상품의 퀄리티가 월등하게 뛰어나
그간의 세월과 작가의 재능과 노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바람에 애워쌓인
카페도 레스토랑도
이미 문을 닫았길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샛길이 너무 길어졌네.
나의 목적지는 어디?
바로 츠타야.
해가 지고 나서는
한참을 츠타야에서 보냈다.
사실 이런 일상스러운 풍경이 그리운 것이다.
조금 출출할 땐 도넛을 하나 더 해
숏 사이즈 드립 커피와 함께.
익숙하고 편안하고 조용한
여전히 이런 일상스러운 시간이 좋다.
나는.
다시 찾은 그 카페에서의 오후.
테이크아웃 느낌의 카페라
실내보다는 정원이 더 편해 보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창가 풍경은
안에서 보는 것보다
바깥에서 보는 게 더 예뻤던.
예상을 살짝 빗나갔지만
그래서 또 나름 재미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