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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Oct 22. 2023

명리, 기문, 자연 공부

두강 이을로 선생님 1

(제이선생님) 선생님 소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비 이도근 선생님께 공부를 배우기 시작하셨고, 두강원 운영하시고 계시고, 역학과 관련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번역하고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강원> 블로그 운영하시고, 컴퓨터에도 상당히 능하시고, 은입사와 같은 예술 활동도 하고 계십니다. 선생님의 스승님이셨다는 이도근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이을로 선생님) 친척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청지기를 시켜 엄청난 쌀을 이도근 선생님께 보내고 저를 맡겼어요. 저를 좀 가르치라고 맡기셨어요. 일비(一飛)라는 성함만 안 상태였는데, 한 번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배우라고 하셨지요. 친척분이 학(學)을 바탕으로 이런 걸 하시다 보니, 친척 중 누군가에게 자신이 하시던걸 물려주고 싶어 하셨어요. 직접 가르칠 수는 없고, 이도근 선생님에게 맡기신 것이지요. 

 

(제이선생님) 그렇게 시작하실 때 이 공부가 좋으셨어요?

(이을로 선생님) 아니요. 몰랐어요. 제가 1980년 2월 3일 일요일에 입문했어요. 속리산 고속을 타고 서울에서 청주까지 가는데 5시간이 걸렸어요. 눈이 엄청 왔지요. 그때 이도근 선생님 찾아뵙고 '제가 이을로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너 나한테 배울 생각이 있으면 술을 한 잔 따르고, 배우기 싫으면 내가 술 한 잔 주마.' 하셨어요. 그런데 엉겁결에 제가 술을 따랐지요. 

 

(제이선생님) 네. 바로 입문이네요. 명리보다 기문둔갑을 먼저 공부하셨어요?

 

(이을로 선생님) 그렇죠. 기문둔갑하는 사람인데 명리 책도 쓰고, 주역, 육임에 관한 책도 쓰고 하는 게 종합학문이라서 그래요. 기문둔갑의 홍국수라는 것을 쌈을 시키고 어떤 결론을 내리려면 명리적 지식이 꼭 있어야 해요. '너 명리 공부 좀 해서 와라.', 스승님이 말씀하시고, 공부하는 방법만 이야기해 주시면 그냥 해야 되는 거였어요. 그러니 보통 사람들은 '명리' 그다음에 '기문둔갑', '육효', '주역' 이런 순서로 생각을 하는데, 저는 그게 아니라 '기문둔갑'부터 했어요. 


(제이선생님) 네. 제가 기문둔갑 포국하는 것 배워보니 너무 어렵던데요?

 
(이을로 선생님) 그게 포국 방식을 익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유를 알아야 돼, 이유. '포국이 이렇게 된다는 건 도대체 뭘 뜻하는 거지?' 이런 식으로 이유를 알아야 하는데, 이유를 모르면 아무리 익혀도 소용이 없어. 


(제이선생님) 이 채널은 주로 명리 공부하는 분들이 보시는 채널인데, 이 공부하다 보면 또 기문둔갑이나 육효나 이런 쪽으로도 넓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문둔갑을 공부하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기문둔갑으로 가장 유명한 분으로 이을로 선생님과 류래웅 선생님을 소개하고 있던데요. 선생님께서는 상담도 기문둔갑으로 하십니까?

 
(이을로 선생님) 아니요. 사안에 따라서 달라요. 역점으로 점을 치는 경우도 있고, 기문둔갑 홍기로 보는 경우도 있고, 또 기문둔갑 연기로 보는 경우도 있고. 사안에 따라서 달라요.


(제이선생님) 선생님. 기문둔갑이 명리보다 더 디테일한가요?


(이을로 선생님) 일장일단이 있지요. 명리 공부 좀 한 사람 중에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자기 팔자에 대한 해석이 다 다르게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기문둔갑으로 상담신청한 경우가 있었지. 기문둔갑은 숫자로 뭐 어떻게 한다고 그러던데, 이러면서 소문 듣고 오고 그러지요. 그리고 용처가 달라요. 누군가 전화가 와서 '제가 찾아뵙고 배움을 청해야 되겠는데 가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묻는 경우에 바로 기문둔갑 국을 짜봐요. 결론이 '안 온다'에요. 그러면 나는 놀러 가지. 안 올 거니까. 그런데 명리로는 이런 것은 못 보지요. 용도가 다르죠.


(제이선생님) 선생님 성함이 이자 을자 로자이시잖아요. 그런데 이름이 세련되신 것 같아요. 어떤 한자입니까?


(이을로 선생님) 이렇게 써요. 새 을(乙) 자에 노나라 노(魯) 자를 씁니다. 갑골문학자들은 새을(乙) 자를 해석할 때 열 가지의 설이 있어요. 그중에서 저는 제 이름을 '솟아 나올 을'을 씁니다. 노(魯) 자는 물고기 어(魚)와 날 일(日)로 되어 있는 글자예요. 해 위에 물고기가 있으니 얼마나 우둔하냐는 거지요. 그래서 우둔하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우둔함에서 솟아 나온 이 씨다.' 이렇게 해석이 되잖아요. 그런데 날 일(日)을 그런 의미로 보지 않고 축구함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축구함은 옛날 무당들이 무엇을 빌 때 바라는 것을 적은 종이를 넣는 함을 말합니다. 그러니, 축구함 위에 생선을 놓고 제사를 지내는 고장, 그것이 노나라라는 의미를 가지지요. 

 

(제이선생님) 아. 그런 의미가 있군요. 
 
(이을로 선생님) 그럼 이제 의미가 달라져요. 노나라는 공자가 난 나라지요. '노나라에서 솟아 나온 이 씨다.' 의미가 대단해져 버립니다. 을로가 멍청한 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새 을자에 우둔할 로라면 멍청한 새란 말 같잖아요. 새가 멍청하잖아요.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평생을 사는 사람은 멍청하게 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크게 한 번 어깨에 힘을 주고 노나라에서 솟아난 이 씨가 되어라고 하면 괜찮지 않나요?


(제이선생님) 그러면 두강은 어떤 의미인가요? 연결시키면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이을로 선생님) 두(斗)가 국자, 용기를 의미해요. 저는 이것을 물건을 담는 삼태기의 의미로 쓰고 있어요. 강(岡)은 산등성이 강자인데 저는 작은 산의 의미로 쓰고 있어요. 삼태기 산이라는 뜻이에요. 어렵고 힘든 분, 나를 필요로 하는 분에게 삼태기 산이 되어서 보듬어 주고, 격려해 주겠다는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뜻이 좋습니다. 제가 들어올 때 보니, 두강원 앞에 <두강원>이라고 작은 팻말 달려 있고, 이 앞에 꽃이랑 정원이 너무 잘 가꾸어져 있어 너무 좋습니다. 사모님께서 가꾸시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아침마다 이렇게 나와서 보시면 너무 좋으실 것 같아요. 아까 이 앞에 보이는 산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는데요, 이 자리도 선생님께서 찾으신 건가요?

 

(이을로 선생님) 저는 여기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고 사랑에 빠져있지요. 명리든 기문둔갑이든 다 자연 공부하는 거니까. 자연이라는 것이 결국은 스스로 그러한 존재들이잖아요. 그래서 이제 그냥 이렇게 보고, 저녁에 산책도 하고, 여기 동네 분들이 또 좋아요. 큰 사건도 없고, 여기 토박이들이 많아요. 나는 이 동네 자체를 좋아해요. 풍수 배운 제자들이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면, 관두라고 하지요. '내가 사랑에 빠졌는데 뭔 소용이 있어. 나는 콩깍지 꼈다.' 그렇게 이야기하지요. 


(제이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엄청 길게 공부를 계속해서 하신 거지요?


(이을로 선생님) 생님도 마찬가지지만, 책을 놓았다 들치면 생소해요. 그러니 계속 봐야 해요. 아침저녁으로. 공부가 습이 되고 내 살이 되고 뼛속 골수까지 들어가야, 툭 치면 탁 나오지요. 

 


 

(제이선생님) 선생님 저서소개와 고전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을로 선생님) 명리를 배우시는 분들이 찾아오셔서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한자를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내가 그러지요. 한자 알 필요 없다고. 천간 10개 하고 지지 12개만 알면 되는데, 그런 것 필요 없다고. 신(辛) 자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쓰는 말의 70%가 한자예요. 한자를 모르면 이해 못 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처음에 저희 스승님 때문에 한자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김포에 사는 천재 중학생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저를 할아버지라 부르며 따랐어요. 그 애 엄마와 그 엄마가 아는 일당 네 명은 나를 아저씨라 부르고. 대한민국에서 그 네 명만 나를 아저씨라고 해요. 하여튼 서로 인연이 됐길래 중학교 들어가면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그래서 쓴 책이 <천자문>이에요.

 

(제이선생님) 저기 책꽂이에. 빼서 보아도 되나요? 그 아이를 위해서 쓰신 책이에요?


(이을로 선생님) 근데 쓰다 보니 이 내용을 알려면 춘추좌전, 사기, 주역, 시경 이런 걸 다 알아야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 애한테는 주지를 못하겠는 거야. 그래서 그 엄마한테 한자 공부해서 아들 좀 가르쳐줘라. 


(제이선생님) 그래서 책 제목이... <어른을 위한 천자문>이군요. (웃음)


(이을로 선생님) 한자를 안다고 하지만, 알아도 몰라. 이것이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면 몰라. 한자를 읽을 수는 있겠지. 근데 이게 무슨 뜻인지 몰라. 

 

(제이선생님) 제가 명리 공부 하기 전에 천자문이라고 하면 그냥 하늘 천 따 지, 이렇게 생각했었는데요. 명리 공부 하고 나서 천자문을 보니 놀랍더라고요. 처음부터 천지(天地), 우주(宇宙), 일월(日月)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하더라고요.  


 (이을로 선생님) 그러니까 땅 지(地)를 보면, 흙 토(土)에 이끼 야(也)를 쓰지요. 也는 큰 뱀이라는 설이 있고, 설문회자에서는 여자의 성기로 봅니다. 흙을 모든 걸 먹어 치운 뱀, 그게 땅이지. 땅은 또 모든 것을 이어주니까. 그러니 여자의 성기라는 말도 일리가 있지. 이렇게 한자를 알고 접근하는 것 하고, 그냥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이렇게 하는 것과는 다르지. 

 

(제이선생님) 네. 그렇겠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자평진전> 책을 구입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평진전은 시중에 나온 것 엄청 많이 구입해서 봤거든요. 그런데 동학사 출판사가 큰 출판사이기도 하고, 내용이 깔끔하고 또 선생님 나름으로 설명하고 정리하신 것 같아서...


(이을로 선생님) 거 참. 저자가 싹수가 없어. 


(제이선생님) 네? 저자가 선생님이시잖아요. 


(이을로 선생님) 성경을 가장 잘 읽는 방법은 주석서를 전부 내치는 거예요. 본문만 봐야 한다는 거죠. 자평진전이든 궁통보감이든 적천수든... 주석서가 더 많아요. 특히 적천수 같은 경우는 원문이 A4 몇 장도 되지 않아. 그런데 어떤 책은 1권에서 5권으로 된 책도 있어. 그러면 본질을 잃어버려. 자평진전도 서락오라는 분이 주석을 단 책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자평진전이 주는 진짜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거예요. 심효첨이라는 원저자가 한 말을 봐야지. 제가 싹수가 없다는 게, 서락오 주석을 싹 빼버렸어. 


고전을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예를 들어 자평진전을 읽는다 칩시다. 그러면 일단 넘겨. 휘리릭 휘리릭이라고 해. 제목만 보는 거야. 제목만. 이렇게 해서 한 번 끝까지 넘기는 거야. 끝까지. 근데 이게 왜 필요하냐면 이 책을 쓴 사람이 앞부분에서 설명할 것을 뒤에 가서 더 자세하게 한 게 있어. 그런데 앞부분부터 밑줄 치는 사람은 딱 수학 정석 풀듯이 해. 그러면 앞부분 조금 나가고 진도가 안 나가. 이해가 안 가니 그러겠지. 근데 뒤에 가면 다 설명이 되어 있는데. 그래서 첫째, 휘리릭. 


(제이선생님) 첫째, 휘리릭 끝까지 볼 것!


(이을로 선생님) 둘째, 넘기면서 제목 읽기! 휘리릭이 하루 걸린다면 제목 읽기는 이틀 정도면 됩니다. 셋째, 소제목 달기! 이렇게 하면 세 번을 본 게 되는 거예요. 그다음에 우리가 연필을 들고 밑줄을 그으면서 진짜 읽는 것은 읽는 것이 아니라 정리하는 거야. 소제목 제목에 가장 핵심적인 사안만 간단간단하게 정리해서 내 노트를 만들어야 해. 명리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고전인 <자평진전>, <궁통보감>, <적천수> 이 경우는 소제목까지 머릿속에 있어야 하고, 간단 간단한 핵심사항을 정리해서 가지고 있어야 돼. 


(제이선생님) 이 공부를 한다고 하면 대표 고전 정도는 정리해 놓으라는 말씀이시네요. 


(이을로 선생님) 세 번 휘리릭 읽고, 정리하고. 그렇게 해서 인덱스를 붙여서 노트를 가지고 있다든지 파일로 정리한다든지 해야지 그것이 뼈대가 되고 그 위에 살이 붙겠지. 거기에 물을 주고 햇빛이 들면 꽃이 피고 그러는 거지.  


(제이선생님) 자평진전, 궁통보감은 제가 잘 아는 책인데 팔자제요는 어떤 책인가요? 


(이을로 선생님) 자평진전의 가장 큰 특징은 최초로 팔자를 여덟 개의 분류체계로 구분한 거예요. 용신격국으로 여덟 가지로 분류한 분류 체계에 대한 책이에요. 최대한 분류하지요. 자평진전을 보다 보면 팔자를 보는 안목이 달라지지요. 아까 현대에 나온 책 이야기 하셨는데, 현대에 나온 책 보다가 이 책을 보면 그런 단행본들은 사기 치는 것 같아. 이게 고루한 고서지만 현대에 넘치는 책들이 사기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딱 들 정도예요. 그래서 이건 기본이에요. 


(제이선생님) 자평진전은 기본이다.

 
(이을로 선생님) 궁통 보감은 추우면 담요 덮어라, 더우면 에어컨 켜라. 이런 이야기하는 조후론의 핵심 책이에요. 그런데 궁통보감을 그렇게 간단하게 알고 접근하면 나중에 머리에 쥐 납니다. 궁통보감은 사실 팔자를 보는 종합적 체계를 말합니다. 적천수는 그냥 짧은 시예요. 그런데 거기에 주석단 사람이 많아요. 저자도 불분명한 것이 많고. 자평진전, 궁통보감, 적천수가 기본서이지요. 거기에 살을 붙이는 게 좋지요. 그렇게 접근하시면 됩니다. 

 

<팔자제요>는 그냥 사전이에요. 위천리라는 명리학자가 쓴 건데, 이것을 바탕으로 한 더 유명한 책은 <명리 사전>이라는 책입니다. 돌아가신 우리나라의 명리학자 박재완 선생님이 쓰신 책이지요. 위천리 선생의 팔자제요에는 월지, 일간, 시지가 사전 인덱스입니다. 예를 들면 묘월 갑목이 갑진시를 만나면...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박재완 선생님의 명리사전은 월지, 일간, 시지에 일지를 넣어요. 어떤 사주를 본 후에 내가 놓친 게 있나 그럴 때 인덱스 찾아서 위천리 선생님이나 박재완 선생님 시각으로 다시 고민해 보면 좋습니다. 팔자제요나 명리사전이나 그런 용도로 쓰면 좋은 책이지요. 엉뚱하게 보는 걸 막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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