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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Oct 26. 2024

명리학의 가치를 말하다

청화 박종덕 선생님


인터뷰, 배움의 여정

     

역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박청화'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박청화 선생님의 사무실은 제가 있는 곳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강의와 저서들을 통해 선생님의 철학과 학문을 접해보기는 하였으나, 인연의 때가 되지 않았던지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은 인터뷰를 결심한 다음이었습니다.     


화풍정, 김병우, 선운 선생님과 인터뷰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다른 선생님들께도 허락을 받아두고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긴 호흡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뵙고 싶은 선생님들을 손꼽아 보았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창광 김성태 선생님, 학선 류래웅 선생님. 이 세 분을 현재 우리나라 3대 역학인으로 소개하는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세 분의 선생님은 저기 멀리 다른 세상에 계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생각이 많아 행동이 굼뜨지만, 목표가 정해지면 돌진하는 무모한 성향이 내 안에 있습니다. 되든 말든 일단 부딪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절하시더라도 일단은 여쭤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개인 상담을 예약하였습니다.     


박청화 선생님의 공부 과정과 일화들, 상담실 풍경에 관한 전설적인 이야기는 <조용헌의 사주명리 이야기>라는 책에서 읽은 바 있었습니다. 상담차 찾아간 사직동의 사무실 입구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 방에서 사람들이 잠을 잤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사무실의 규모는 상당했습니다. 출판사도 함께 운영되고 있었고, 직원들도 많았습니다. 역학을 주제로 이렇게 큰 규모의 일을 하시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뵙는 순간은 매우 긴장이 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편하고 친근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 꿈꾸는 일 등에 대해서 꿰뚫어 보셨고 또 격려해 주셨습니다. 유튜브에서 명리 강의를 하고 있다는 말을 꺼낼 때는 너무 부끄러워 어디 숨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명리 공부를 한다는 사실을 아시고는 이야기가 아주 많이 길어졌습니다. 상담은 강의가 되었고 뒤에 예약한 손님들이 미뤄져서 난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박사 논문을 선물 받고 상담을 마무리할 즈음, 혹시 인터뷰를 요청하면 응해주실지 여쭤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어떤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지, 인터뷰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도 모르시면서 흔쾌히 승낙을 해주시고, 개인 전화번호를 주셨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는 나 역시도 인터뷰를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어떤 방향성도 없는 막막한 상황이긴 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여쭤보았는데, 너무 가볍게 승낙해 주셔서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준비 없이 막무가내로 인터뷰를 제안한 것 같아 스스로 반성하며, 선생님에게 약속을 하나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저서 <춘하추동 신사주학> 네 권을 다 읽고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하는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입니다.     


그때부터 <춘하추동 신사주학> 네 권의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라벨을 붙여가며 꼼꼼하게 공부를 해나갔습니다. 책을 다 읽고 선생님과 소통할 자신감이 생긴 이후에 인터뷰의 콘티를 제작하였습니다.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고 꼼꼼하게 작성하여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드리고 정식으로 인터뷰에 대한 요청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사전 회의를 요청해 오셨습니다.     


선생님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는 인터뷰 사전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회의를 목적으로 만났지만, 그 시간 역시 나에게는 놀라운 배움의 순간이었습니다. 이 공부와 인연이 된 이야기, 이 일을 하시면서 겪으신 아픔과 기쁨, 학위와 사업, 상담에 관한 이야기 등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나의 꿈에 대해 조언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사전 회의 자리를 마치며, 콘티를 다시 제작해서 보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 제작하는 콘티는 자연스러움과 체계성을 겸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인터뷰와는 다르게, 박청화 선생님과의 인터뷰에서는 인터뷰 상대가 어떤 답을 할지 미리 인지하고 인터뷰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대화가 부드럽게 연결되고 진행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청화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경험하고 나서, 인터뷰를 어떤 방법으로 준비하고 이야기를 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생겼습니다. 편하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가지만,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과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명리에 대한 이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자세뿐 아니라 진심으로 일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40, 17만 명과 함께     



(제이선생님) 포털 사이트에 선생님 성함을 검색해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역술가 중 1인이다. 그리고 사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역술가라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영상은 선생님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목적입니다. 선생님의 공부 과정이나 사업 전개 그리고 집필활동 및 교육활동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명리학이 걸어온 길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약력을 간단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부산대 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까지 공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은 풍수를 주제로 하신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는 명리뿐 아니라 풍수에도 능하시겠습니다. 그리고 또 '관상'을 주제로 칼럼도 오랫동안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선생님께서는 동양 오술(五術)로 일컬어지는 명복의상산(命卜醫相山) 모든 영역을 두루 섭렵하신 분이십니다.     


선생님과 인터뷰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선생님, 저는 명리 공부를 시작한 지가 좀 되기는 했습니다. 사실 선생님 계신 곳이 제가 사는 곳과 매우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인연이 안 되었습니다. 사실은 너무너무 유명하신 분이시라, 한 80대 정도 되실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매우 젊으십니다.


(박청화 선생님) 제가 이 활동을 너무 일찍 시작해서 그렇습니다. 학부 1학년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물론 생계를 위한 목적이 더 컸지만, 그때부터 직업의 세계로 뛰어든 셈이지요. 엄청난 세월이 흘러버렸군요.


(제이선생님) 네, 세월이 그냥 훅 가버렸지요. 아시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조용헌의 사주 명리학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깊이 알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명리 공부를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나이에 이러한 학문을 접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학교 1학년 때 생계를 위해서 학교 앞에 술업을 시작하신 것도 정말 대단한 용기이신 것 같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당시에는 다른 선택이 별로 없었어요. 우리 때에는 과외도 금지하는 분위기였고,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라고 하는 게 워낙 뻔했습니다. 생계를 대신할만한 방법이 없었어요.


(제이선생님) 지금 제 나이 또래, 저보다 약간 어린 세대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공부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활동이나 걸어오신 길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약간 위의 세대들에게 선생님은 가장 유명한 역술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시더라고요. 부산일보에서도 오랫동안 운세 코너를 연재하셨지요?     


(박청화 선생님) 부산일보에 운세 코너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제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제이선생님) 어릴 때 우리 집도 부산일보를 받아 봤습니다. 제가 말띠인데 늘 오늘의 운세를 챙겨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조심해라’ 이런 거 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선생님께서 작성하신 거였네요. 그리고 <세상만사>라는 칼럼도 되게 오래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칼럼들도 내용을 보면 놀랍던데요. 명리학뿐 아니라 동양철학에 능하지 않고서, 그렇게 광범위하게 글을 써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검색해서 몇 개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우리가 제도권 교육에서 접했던 것들하고 또 동양철학에서 제시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 영역의 정보들을 혼합하여 이야기해 드리는 코너로 활용됐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역학이라는 학문 체계 자체가 상수학 요소로 실용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생철학이 깔려있습니다. 명리학은 동양학이면서 또 큰 단위의 인문학이기도 합니다.     


(제이선생님) 이 공부가 너무 방대해서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설명이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서 감동적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오버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동적인 공부인 것 같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지요.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를 크게 키우는 시각을 제시해 주니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상대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려면, 이쪽에 관한 학문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또 자기 인생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네, 참 좋은 공부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상담을 정말 많이 하셨지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어림 제가 이 일을 한 지가 37~38년 정도 됩니다. 그동안 어림잡아도 한, 17만 명.


(제이선생님) 17만 명. 와 17만 명. 상상이 안 됩니다. 17만 명, 알겠습니다. 여기 사무실 들어오는 입구에 방이 하나 있더라고요. 침구도 좀 있던데, 예전에는 거기서 밤을 새우며 상담받기 위해 줄을 섰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당연한 말씀이에요. 예약제로 운영하다 보니 급한 분이 볼 수 없기도 했고, 또 순서대로 하다 보니, 너무 뒤에 오신 분들이 오랜 시간 기다리고 해서 그런 장소가 만들어졌습니다. 예약 일부는 선착순으로 하는데, 오전에 선착순이니까 전날 밤에 아예 일찍 와서 그냥 주무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복도에서 모포를 덮고 계시고 해서, 아예 방을 만들어 드린 거죠. 요즘은 예약 문화가 정착되어 옛날만큼 번잡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빨리 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공간이 있는 거죠.


(제이선생님) 네. 저 공간만 봐도 선생님의 명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제 명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책에서 봤는데 명리학이 고대 천문학에서 기인한 물리학이고 하나의 학문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이 공부를 폄훼하는 사람들이 명리학이라는 학문의 근거를 알게 된다면, 이 공부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텐데요.     


(박청화 선생님) 그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천문학적 지식은 없었겠지만, 별들의 위치 이동이라든지, 별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순환성과 같은 것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거죠.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 이런 별들의 운행을 보는 것이지요. 또 별들의 위치 변화는 결국 계절의 변화와 연계되어 설명됩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별들의 위치와 계절의 변화는 큰 순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걸 보고 옛사람들이 천문에 관한 현상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천문(天文)의 문(文) 자는 무늬 문(文) 자로입니다. 별의 족적(足跡), 별이 운행하는 길입니다. 하늘이 그리는 경로는 결국 지상에 있는 계절의 변화와 상호 연결성이 있더라는 거죠. 이것은 다시 많은 사물의 변화를 야기합니다. 그런 것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문자화한 것이 오늘날의 간지 체계입니다.     


(제이선생님) 과학과 천문학, 인문학의 총합체가 명리학인 듯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이 공부를 해나가실 때 이 공부가 가치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딱 마음에 두시고 계속 공부하시고 강의하시고. 그렇게 긴 세월을 보내신 것이겠네요.     


(박청화 선생님) 당연히 그렇죠.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동지에 해가 가장 짧아졌다가 길어지는데 길어진 이후에 45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입춘이 오잖아요. 천문 현상하고 땅에 있는 변화가 안 맞으면 이게 학문으로서 그렇게 개선 되지를 못했겠죠. 그런 수많은 관찰 속에서 분류되고 귀납된 것이기 때문에 학문입니다. 이게 뭐 미래를 예측하니 정서적으로 미신이라 받아들이는 차원과는 다른 것입니다.


(제이선생님) 어김없이 오는 순환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삶도 어김없이 순환합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계절의 순환. 생태이므로 살아있는 것은 어차피 변화성을 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이선생님) '홍익티비'는 메가스터디보다 먼저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록이나 자료들은 '복사하지 마시오'라고 적힌 채로 복사본이 돌아다닌 것으로 압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 당시 동영상 강좌는 있어도 유료화를 해서 한 것은 제가 메가스터디보다 일단 빠른 게 맞습니다. (웃음) 공부하신 분들의 요약본이 많이 돌아다닌 것으로 압니다. 아니면 강의가 끝난 뒤 가벼운 뒤풀이 자리에서 별도로 물었던 내용들을 요약본으로 만들어 복사한 것으로 압니다. 뭐 복사 못하게 했는데 그게 또 복사되고 그랬겠죠.


(제이선생님) 선생님께서 저에게 처음 권해주신 책이 <춘하추동 신사주학>입니다. 시각이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제가 제시해 드리는 측면은 고전적인 기준을 공부하지 마시라는 뜻이 아니고, 현대 사회에 다시 이 어울리게 리메이크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음악 세계에서도 클래식, 재즈, 블루스, 소울, 댄스 뮤직까지 온갖 것이 다 있습니다. 현대의 역학적 사조도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합니다. 클래식 중심으로만 공부해서 사람의 삶을 분석하고 또 제시하고 상담한다는 것은 굉장히 협소한 안목이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학습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제이선생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주팔자가 같으면 삶이 같으냐입니다. 사구가 같아도 모두 다르게 산다는 논리로, 명리학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 논의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간지 체계가 같다 하더라도 더 큰 기준점을 가지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운명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 천시(天時)입니다. 사주팔자의 간지 체계라는 것이 공전운동 자전운동을 할 때 우리가 천체의 허공 속에 어떠한 좌표에 있느냐,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 이런 개념입니다.   

   

둘째, 지리(地理)입니다. 지금 순간에도 평양, 서울, 부산, 호주, 일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아이들이 태어나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국내만 하더라도 약 60명 내외 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그 60명 내외는 간지 체계가 똑같다고 보시면 되겠지요. 하지만 평양, 서울, 부산 등 지리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같을 수가 없습니다. 지리를 통해서 국가 운영 체제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는 인위(人爲)입니다. 무엇을 하는가를 의미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하는가를 이야기할 때, 혈연이나 가족 관계가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또 직업이나 일과 관련한 활동을 할 때 어떤 활동을 더 위주로 하는가도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혹은 습관적으로 부지런한가 게으른가를 보는 등을 인위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의 운명은 천시와 지리와 인위가 섞여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쌍둥이로 태어나도 그 운명에는 양기와 음기의 편차가 있습니다. 따라서 삶의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이선생님) 네. 같은 시간이면서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는 하나의 개체만이 존재합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물리적인 어떤 공간은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밖에 없습니다. 


(제이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하나의 글자가 가지는 여러 기운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계십니다. 그 부분을 이야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사주명리학에서는 간지 체계를 많이 배우는데,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천간 10개 글자입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이런 식으로 글자들을 외웁니다.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갑(甲)을 볼 때 디지털화된 또는 코드화된 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너무 이렇게 글자에 묶여서 단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은 위험한 접근입니다.     


(제이선생님) 선생님 말씀은, 갑(甲)은 갑(甲)! 이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지요. 예를 들어 원운동을 할 때, 편의상 대조하기 위해서 구간을 나눈 것입니다. 열 개의 구간 중 한 구간을 갑(甲)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계(癸)와 을(乙) 사이의 갑(甲)입니다.   

  

(제이선생님) 그렇죠. 계(癸)에서 막 나온 갑(甲)의 기운과 중반부의 기운이 다를 것입니다. 갑(甲)의 끝부분 다시 말해 을(乙)이 되기 직전의 갑은 다르다, 이러한 말씀이시지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습니다. 기운의 힘이나 차이 면에서 갑(甲)이라도 모두 같은 갑(甲)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인(寅) 월을 생각해 봅시다. 축(丑) 월 그러니까 섣달을 넘어서 인(寅)이라는 글자의 구간으로 들어왔을 때의 기운과 그다음에 인(寅)의 글자가 끝나갈 때 다시 말해 묘(卯) 월로 넘어가기 전의 인(寅)은 다릅니다. 글자는 같아도 기운의 강약 작용이 다릅니다.     


(제이선생님) 우리가 무지개를 보면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이렇게 탁탁 나누는데 사실 그것이 칼같이 나뉘는 게 아니라 색깔이 변화하는 과정인 것과 같다는 말씀이시지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습니다. 그러데이션이지요. 원래 아날로그 한 것을 사람의 손으로 디지털화, 구간화, 코드화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갑(甲)이라는 글자를 볼 때, 계(癸)에 가까운가 혹은 을(乙)에 가까운가를 살펴야 합니다. 글자에 대한 해석을 순환 속에서 하는 연습을 처음부터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천간과 지지, 각 글자는 사람들이 범주화해서 만든 개념입니다. 갑이라는 글자, 을이라는 글자는 인간에 의해 디지털화된 것이고, 우리 눈에는 글자로만 보이지만 그 이면에 아날로그적인 자연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박청화 선생님) 당연한 말씀. 그러니까 이제 문자가 먼저 나온 것이 아니고 자연이 먼저 있었노라.


(제이선생님) 그것이 이 공부에 베이스가 된 상태에서, 공부를 해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자꾸 문자화된 코드를 가지고 덧셈, 뺄셈과 같은 공식을 만들려 합니다. 1+2=3과 같이 말입니다. 물방울을 생각해 봅시다. 큰 물방울도 1, 작은 물방울도 1입니다. 1+2=3과 같은 공식을 만들어 내면, 실체와는 결이 다른 의미가 생겨납니다. 코드화 과정에서의 왜곡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야 코드 즉 글자 하나를 보더라도 자연 현상 속에서 해석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제가 선생님 책에서 밑줄 쫙 긋고, 옆에 스티커 라벨도 딱 붙인 문장 중의 하나인데요, '오소(五所)가 아니라 오행(五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이 저는 확 와닿았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목은 나무가 아니고 금도 쇳덩어리가 아니다. 자연의 운동은 목행(木行)으로 봄바람이 불다가 금행(金行)으로 가을바람이 붑니다. 금과 목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표리의 관계에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금목이 표리의 관계다. 그렇다면, 수화도 표리의 관계인가요?


(박청화 선생님) 당연한 말씀. 우리가 화(火)라고 하는 것이 불덩어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로 떠 오르고 발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너지가 그렇게 되어 있으면 화 운동의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다시 땅으로 내려오고 한 곳으로 뭉쳐지는 작용이 수(水) 운동인데 이는 방향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수와 화는 운동의 속성 차이일 뿐 두 몸은 아니더라 하는 이야기입니다.    

 

(제이선생님) 월에서 격을 딱 잡고 용신 찾고 이런 공부가 아니라, 에너지 움직임을 이해하는 공부로 흘러가면 이 공부가 훨씬 폭넓어지고 재미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간지 체계라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60개의 간지로 구간화하였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천간은 오행을 각 두 개씩 10개로 나누었습니다. 지지도 12개로 쪼갰습니다. 또 천간과 지지의 결합 관계인 짝을 지어서 60개로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충분히 나눠주었는데, 간지를 그대로 쓰지 않고 이것을 또다시 우리는 '갑도 목이요. 을도 목이요. 인도 목이요.'와 같은 식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다시 덩어리로 만들어 버리는군요.          


(박청화 선생님) 그러니깐요. 그 의미와 작용은 엄연히 다릅니다. 따라서 글자를 다르게 만들었고 간지로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다시 또 퉁 쳐버리며 목이라고 보게 되면, 단순화를 하면서 생기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제가 앞선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여러 선생님께서는 간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간지를 이해하는 공부는 어렵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그런데, 쉽게 할 수도 있고 어렵게 할 수도 있겠지요. 결국은 시간 코드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쉬운 것입니다. 하루 안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잖아요.     


(제이선생님) 펼치고 오므리고 하는 순환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박청화 선생님) 네. 거기에 일반적으로 잘 대응되는 사물의 움직임이 수분 같은 경우입니다. 봄에 아지랑이가 오릅니다. 하루도 아침부터 수분이 증발하기 시작해서 펼쳐집니다. 낮이 되면은 수분이 허공으로 쭉 펼쳐져 버리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빨래를 낮에 너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녁이 되면 다시 이슬과 수분이 땅으로 내려옵니다. 밤이 되면 모든 것이 어두워지고 웅크리고 그런 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가 훨씬 더 쉬울 수도 있죠. 글자 하나하나만 공부한다는 것은 디지털에 빠져서 디지털만 하는 것이지요.     


(제이선생님) 디지털에 빠져서 디지털만 하고 있다. 간지를 이해하면서 쫙 돌려 순환하는 것을 이해해야겠군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돌고 도는 순환적 관점의 동양의 시간관이라든지, 생태학적 관점의 인간관을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 확 와닿게 됩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제가 이어령 선생님의 <디지로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단어를 묶어서 그 융합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디지로그’라는 용어를 제시하셨습니다. 명리도 디지로그 명리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됩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우리가 배운 건 디지털 코드지만 아날로그의 자연 움직임을 구간화 한 것임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명리학이 나아갈 방향       


        

(제이선생님) 신살은 논리 체계가 없는 무용한 것이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확증 편향이 있었습니다. 최근 신살에 정확성과 논리성이 있음에 주목하면서 편견을 깨어 가고 있습니다. 신살을 명리의 또 다른 날카로운 도구로 소개해 보고 싶은데, 신살에 관한 선생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우리가 명(命)을 관찰할 때, 연월일시에 있는 여덟 글자의 조합에 대한 해석의 기준은 매우 다양합니다. 비유하자면, 사람의 몸을 진단할 때 정밀하게 진단하기 위해서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초음파도 해보고, MRI도 합니다. 사주 역시 그 해석의 기준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엑스레이를 잘 보는 사람은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엑스레이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엑스레이상으로 잘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을 MRI라든지 다른 도구로 얼마든지 읽어낼 수 있습니다.    

  

고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격국 용신설, 오행의 왕쇠론 이런 것을 바탕으로 주로 사주를 봅니다. 당연히 타당한 방법이 맞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행의 강약이나 육신조합, 격 이외에 수많은 종류의 신살도 사람에 관한 정보를 읽는 중요한 시각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 공부할 때 우리 세대도 신살에 대해서 회의론적인 분들의 글을 많이 봤기 때문에 굳이 배울 필요 없는 건가 이러면서 좋아했지요. 그런데 사람들의 운명적인 개성을 파악하다 보니 신살 중에 버릴 것도 많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신살의 중요성을 눈치채고, 그런 것들에 관한 정리를 열심히 하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살을 모르면 사람의 다양한 개성과 기질을 전체적으로 온전하게 정리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제이선생님) 저는 이제 선생님의 말씀이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도 신살은 공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렇게 신살이 비난받는 이유가 뭘까? 그 부분에 대하여 고민을 많이 해봤습니다. 생각을 해봤는데, 이 단어가 가지는 함축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너는 역마살이니까, 이래', '너는 공망이니까, 이래.' 이렇게 알고 있어요. 신살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논리가 없다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살도 어떤 논리 체계가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당연합니다. 신살이 성립되는 논리 체계가 있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이것은 또 학문적 분위기와도 맞물립니다. 중국 송대 이전의 해석 방식은 대체로 별자리를 바탕으로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는 어떤 인자를 대응하는 식의 대응식 해석입니다. 별자리 시스템은 대응식 해석입니다. 송대 이후의 학문적 분위기는 이학화(理學化)입니다. 사전적으로 보면 자연철학이라고 보통 번역합니다. 결국 관계성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학풍이 생겨났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떤 글자가 다른 글자를 보면 어떤 현상이 발생한다는 식으로 관계를 해석하는 방식이 등장합니다. 학문적으로 훨씬 더 세련되어 보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대응식 해석은 상대적으로 중요도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무언가를 측정할 때, 큰 자는 맞고 눈금이 많은 자는 틀렸냐면 그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줄자는 틀리고, 쇠자는 맞는가. 그게 아니라는 거예요. 줄자도 맞고 쇠자도 맞습니다. 큰 스케일의 큰 자로서만 무언가를 재단하는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행의 왕쇠론 중심, 육친의 강약 중심, 또 격에 필요한 여러 가지 희신, 기신, 구신, 한신과 같은 관계론적인 해석이 거의 청대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신살이 가진 좋은 해석 기준들이 서서히 사장되어 버린 것입니다. 사장된 된 것들을 다시 현대에서 살펴보니, 삶 속에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을 하는 작업이 없었을 뿐이지 그게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는 거죠. 우리 학문이 사실 뒷골목부터 출발한 역학이기는 한데, 그 뒷골목에서 무수한 케이스의 상담을 하면서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신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이선생님) 그런데 예를 들어, '망신살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라는 말을 보면 망신살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에너지의 관계성이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그 지점을 이해하게 되면, 이게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래서 좀 번잡스럽고 복잡하더라도 현대에 그대로 유의미하게 적용되는 신살 정도는 여러분들이 파악하셔서 공부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주방 기구에 도마, 칼, 주걱 세 가지만 있어도 다 됩니다. 그럼 우리가 쥐포 자를 때 가위를 쓰면 편한데 칼을 쓰면 힘이 듭니다. 좀 더 정교하고 그 사람의 상황에 필요한 것을 우리가 조언하려고 하면, 이런 신살에 대해서 또 중요한 것들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이선생님) 신살에 관한 설명 감사합니다.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 학문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많은 학문인 것 같습니다. 긴긴 겨울을 견뎌온 학문입니다. 씨앗이 잘 보듬어지고 다듬어져서 발아를 앞둔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학문과 술수, 강단과 강호 그 접점에 항상 계셨습니다. 늘 강의하시고, 늘 상담하셨지요. 그 접점에서 아주 오랜 세월 명리의 역사와 함께하신 선생님께서는 명리학이 가진 사회적 비전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학문적 목적이라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해 주느냐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 이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진리 체계에 대한 이해겠지요.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예측에 관련된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미래 환경을 예측한다는 것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겨울에 씨를 뿌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논과 밭이 비어 있어도 왜 우리는 겨울에 씨를 뿌리지 않을까요. 겨울에 씨를 뿌리면 얼어 죽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기다리면 봄이 온다는 걸 알고 있지요.     


미래 환경을 예측한다는 것은 개인의 미래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국가, 사회 전체의 앞날과도 직결됩니다. 여러 사람의 삶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사람은 반드시 미래 환경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소위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예측을 잘 해내는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측을 위한 어떤 수단이 이미 수많은 학술 체계를 통해서 정리되어 있습니다.     


명리 공부와 같은 학술 체계를 토대로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사회의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서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이 명리학이라는 학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또 궁극적으로 명리학이 제시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이 이 학문을 하는 목적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날을 모르면 큰일 납니다. 시원치 않은 사람이 여러 사람을 이끌어 가다 보면 전체적으로 미래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따라서 앞날을 제시하는 사람,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학문을 통해서 미래 환경을 예측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이 학문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네, 알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조용헌 선생님의 책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분 책에 동양오술을 이야기하시면서, 한의학은 완전 양지로 드러났고 풍수지리는 최창조 교수님 이후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런데 명리학은 아직 음지에 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런데 명리학의 위상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선생님의 공헌이 있었는데요, 90년대 하이텔 역학동호회 활동이 의미 있어 보입니다.     


(박청화 선생님) 하이텔 역학 동호회 활동 같은 것이 사람들을 학문적 광장으로 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 학문은 신비주의 요소로서 접근하고 또 해석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지극히 자연과학이거든요. 자연의 원리를 규명하고 원리를 활용해서 인간의 삶을 유익하게 하는 것인데 이것을 신비주의에 자꾸 묶어두려는 것은 심리적 이중 잣대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상담하러 가면 신중한 것이고, 남이 보러 가면 의지력이 약한 것이라는 식이지요. 고대인들이 망원경이 없었고, 현대와 같은 천문 지식 체계가 없었기에 놓친 부분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옛사람들이 육안으로 관찰하였던 별들의 위치 변화와 계절 변화는 틀린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관찰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생존과 직결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는 계절을 예측하지 못하면 농사를 망쳐버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학문 체계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떤 요소였지요. 현대 천문학에 거의 가까운 학문 체계를 옛사람들이 모두 정립해 놓은 것입니다. 제발 명리학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시기를 바랍니다. 이걸 신비주의로 접근하게 되면, ‘와 신기하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기할 게 하나도 없어요.      


서로 인과성을 가지고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봄이 와서 꽃이 핀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인과성은 신비주의가 아니지요. 물론 문학적 요소가 해석에 가미될 수는 있겠지만, 이 학문 자체는 철저히 과학적인 토대를 기준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의할 때, 적어도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물리, 생물학, 지구과학 등의 지식이 없으면 공부가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제이선생님) 다방면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더 깊이 있게 다져지는 학문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교육자로서 그리고 상담가로서 아주 긴 시간 역학계에 자리하고 계십니다. 오늘날 강단을 향해서 교육자로서 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풍수지리에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산자산, 서자서(山自山, 書自書). 산은 산대로 놀고 있고, 글은 글대로 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책을 볼 때는 너무 자기가 아는 게 많은 것 같은데, 산에 가서 명당 한번 찾아보라고 하면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학문은 실용성이라는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사람에게 적용되고 또 거기에서 대안을 찾아주는 학문이지요. 따라서 이론과 실제의 문제에서 실제에 관한 것들도 어느 정도 학습 과정에서 구현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어떤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선생님께 배우셔서 상담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현장에서 상담하시는 분들에게 또 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박청화 선생님) 현장에 있는 분들은 이론적인 것보다, 술법 중심의 논리만 익히는 경향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돈벌이를 위해서 여러 가지 수법 위주로만 임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역학이 제시하는 윤리 같은 게 있습니다. ‘때가 아니면 기다려라.’, ‘이것이 아니면 결국은 또 세월을 두고 견뎌라.’와 같이 이 학문이 주는 인문학적 메시지가 있습니다. 상수학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사람의 윤리를 제시하는 그런 인문학적인 요소를 놓치지 말고, 사람을 돕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선생님 책의 뒷면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거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굽은 거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굽은 거울일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서 명을 대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자신이 확실하게 터득한 어떤 논리라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에게는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굽지 않은 거울이 되기 위해서 학문적으로 정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다른 사람의 잣대도 충분히 고려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 이게 공부하는 학문이지, 내가 남들 팔자 잘 봐서 돈 벌고 다른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사람의 말 한마디가 어떤 영혼을 죽이고 살리기도 합니다.      


(제이선생님) 정말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 학문이라는 말씀이시군요. 크게 공감이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MIT 박사팀과 AI 전문가와 협업해서 만드신 앱을 미국에서 출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네. 지금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것을 세계적으로 전파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앱 개발을 생각했습니다. 조합되는 모든 간지의 사례에 대한 설명을 입력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어렵습니다. 아무리 그룹핑을 하고 묶어도 빈 공간이 생긴다니깐요.      


(제이선생님) 아주 오래전 선생님께서 부산일보에서 연재하셨던 오늘의 운세랑은 비교가 안 되겠군요.   

  

(박청화 선생님) 그건 그냥 열두 띠의 여러 가지 기준점만 잡아서 나누는 것이었지요. 유러피언들은 '인연'과 같은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용어 자체가 없습니다. '궁합'이라는 개념도 그들은 약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전부 정리했습니다. 생일만 집어넣으면 MBTI 값이 다 나와요. 이런 노력이 학문의 발전과 학문이 주는 효용을 지속성 있게 해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4차 혁명 시대의 명리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길을 또 발짝 앞서 문을 열어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박청화 선생님) 중요한 키워드들을 일종의 화두 용어처럼 던져 드렸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셔서 원하시는 목표까지 도달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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