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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 나게 살아보자!

특별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특별한 것입니다.

by 몽B


신명 나게 살아가면 될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한 달 동안 나는 아버지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임을 직감하였고, 마침 방학 기간이라 내내 아버지 옆에 붙어있을 수 있었습니다. 죽음 앞의 아버지는 유쾌해 보였고,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함께 노래를 흥얼거렸고, 옛날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아빠를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김없이 하루 해는 저물어갔고, 다음 날은 밝아왔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야속하였습니다. 아빠는 엄마와 나에게 참 고맙고 행복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유언처럼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재미나게 매일매일 살아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빠의 임종은 참으로 평화로웠습니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평화로운 감정이 내 마음 깊숙하게 전해져 왔습니다. 내가 그때 느낀 것은 이별이 슬픈 것이지 죽음이 슬픈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나타나고 사라집니다. 사랑과 증오와 같은 감정도 그렇고, 관계 맺는 사람이나 사건, 상황 모두가 그렇습니다.


아빠는 나에게 오케스트라처럼 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연주할 때 가만히 귀 기울여주고 박수쳐 주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신나게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아빠의 그 이야기를 항상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상호 관계 맺고 있고, 그 관계 안에서 각자의 자리에 충실할 때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진리(眞理)를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납득 가능한 사회적 합의에 대하여 질서를 지키는 것. 관계 안에서 순리를 따르는 것. 무엇이 순리인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 순리에 어긋나는 상황에 대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 요행을 바라지 않고, 천명을 받아들이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시공간에서 각자의 생노병사를 껴안고, 공동체의 관계를 수용하며 공존하는 자연스러움에서 우리는 항상 행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삶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것의 특별함



박청화 선생님의 <춘하추동 신사주학>이라는 책은 음양오행의 글자들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개념으로 구간화 된 글자들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 공부의 가장 기본적 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소(五所)로 접근하는 명리학은 한계가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오행(五行)의 순환을 바탕으로 천간과 지지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인터뷰하기 전에 사전 회의가 있었습니다. 인터뷰에는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선생님 스스로 삶에 대한 고민과 고뇌, 명리학에 대한 애정과 제시하시고 싶은 비전에 대한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낡은 가방과 선한 웃음과 분명한 말씀이 하나의 장면으로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내로남불’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내가 사랑하면 로맨스고, 남이 사랑하면 불륜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명리학 역시 여전히 그런 인식이 팽배함을 말씀하시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정계, 재계 등 유명 인사 역시 사주 상담에 많은 부분 귀를 기울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주명리학은 항상 우리네 삶과 함께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임용고시를 칠 때 사주를 보러 가셨습니다. 내가 결혼할 때도 사주를 보셨지요. 우리 시어머니는 내가 아이 셋 낳을 때마다 사주를 보러 가셔서 날을 받아오셨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 공부를 하기 위해 퇴직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는 앓아누워 버리셨습니다. 정말 내로남불 같은 공부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인식 속에서도 이 학문의 가치를 단단히 부여잡고 책을 집필하시고, 강연을 이어오셨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신 선생님의 노력은 이 공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많이 개선시키셨다고 생각합니다.


명리학은 봄이 와서 꽃이 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명리학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봄에 핀 꽃, 여름에 내리는 소나기, 가을에 익어가는 열매, 눈 내리는 겨울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 특별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특별합니다. 그 특별하지 않은 것이 참 아름답습니다. 명리학은 자연과 순환을 이야기하는 특별하지 않은 공부입니다. 그 특별하지 않은 공부 속에서 우리는 특별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참 매력적인 공부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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