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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Oct 22. 2023

삼명통회, 명리대백과

민영현 선생님 2


(제이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글로 읽기도 힘든 방대한 분량의 원서를 모두 번역해 주셨습니다. 상권과 하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선생님, 삼명통회는 500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지요? 그리고 유일하게 국가에서 편찬한 관찬의 책이다라고 얘기하셨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책이 좀 팔리십니까?


(민영현 선생님) (한숨) 아, 참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책 가격이 너무 비싼 건지, 출판사로부터 좋은 소식은 못 듣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가 받아서 옆에 아는 사람들에게 강매를 하는 중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그냥 줘도 못 가져가겠다. 이런 이야기도 듣게 되고... (웃음) 어찌 되었던 제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일을 하나 한 것이니 만족합니다. 명리학의 5대 명서라고 하는 책들이 이렇게 저렇게 번역이 많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삼명통회>는 번역본이 제대로 된 것이 없었지요. 저로서는 단 한 글자도 빼지 않고 번역해 보겠다는, 이상한 종류의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한 일입니다. 아마 빨리 번역하시는 분들은 저보다 훨씬 짧게 하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이 선생님) 제가 서문에서 읽기를 "금자탑과도 같은 자료이다. 이 자료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나름의 절박한 심정으로 이것을 번역하였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이 삼명통회가 사실은 명리 대백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거의 바이블이라 봐도 될까요?


(민영현 선생님) 이게 워낙 볼륨이 크다 보니... 만민영 선생이 당대에 굴러다니는 거의 모든 자료를 엮었다고 봅니다. 이게 관찬이라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제이 선생님) 이 두꺼운 책을 읽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내'말고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민영현 선생님) 글쎄요. 삼명통회는 사전식으로 진행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순서대로 완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방법은 목차를 보시고, 관련 내용들을 찾아가며 공부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만약 실전을 빨리 습득하고 싶다면 월의 일간, 일의 시간에 대한 예제 형태의 설명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찾아보시면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필요한 것들 그때그때 확인하며 읽어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학문이든지 그 핵심은 개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이나 뜻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공부해야 합니다.


  




(제이 선생님) 선생님. 명리학의 5대 명서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적천수, 궁통보감, 자평진전...


(민영현 선생님) 시기적으로 연해자평, 삼명통회, 적천수, 궁통보감, 자평진전으로 보기도 하고, 삼명통회를 빼고 명리약언을 넣어 5대 명서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궁통은 조후를 중심으로 한다든지, 적천수는 좀 더 깊이 있는 원리를 다룬다든지, 삼명은 부피로 승부한다든지, 자평진전은 격용신의 논리를 다룬다든지. 각 책마다의 특성이 있지요.


(제이 선생님) 선생님. 제가 유튜브에서 자평진전 강의를 시작했는데요, 이 책이 초보들 다져나갈 때 괜찮다고 보실까요?


(민영현 선생님) 연해자평이 송대라면, 자평진전은 청대의 책입니다. 어느 한 권의 책을 보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여러 책을 보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초보자들 배울 때는 자평진전이 간결하게 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이 선생님) 요즘 기초부터 다져가는 현대 명리서들이 많습니다. 이런 책들을 통해서도 기본적인 명리 용어들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고전을 공부해야 할까요?


(민영현 선생님) 공부의 측면에서는... (웃음) 공부니까, 보시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단행본으로도 충분히 간지 정도는 배울 수 있겠지요. 하지만 조금 더 큰 틀에서 보면 좋겠습니다. 동양 철학의 전체 토대가 있습니다. 그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이 선생님)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서문의 내용 또 보자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고자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인지 모른다. 세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시간적인 미래의 방향과 삶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정말 공감합니다. 이 공부가 한 번 손을 대면 정말 손을 떼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공부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 공부는 인간에 대한 공부, 관계에 대한 공부, 네트워크에 대한 공부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이 공부가 즐거우신가요?


(민영현 선생님)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경우 판단이 안 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간 실존적 상황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내가 틀리지 않고 결단 내려야 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인간은 지적 생명체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자기 생명을 이어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명리공부는 최선의 공부라 생각합니다. 길흉은 서로 뒤섞입니다. 인생의 과정 중에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상당히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제이 선생님) 지금 말씀 너무 와닿습니다. 제가 이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언제 좋지, 언제 좋아질까 이런 시각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좋으면 나쁜 것이 있고 나쁘면 또 좋은 것이 있는 일이 늘 반복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어떠한 상황과 마주하더라도 지금은 그러한 때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마음가짐이 자유로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영현 선생님) 학문은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과 맞물려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으로도 유용한 우리의 공부는 참 좋은 공부입니다. 


(제이 선생님) 네. 그러면 선생님. 아무리 공부해도 사주가 안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주를 보면 깜깜한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십시오.


(민영현 선생님) 수학 방정식 공식은 아는데 문제를 풀려면 적용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수학이 이야기하는 논리를 이해를 못 하고 공식만 외우면 문제가 어렵습니다. 충이 있어서 이러하다, 살이 있어서 그렇게 된다는 등 공식처럼 외운 명리공부로 사주를 푸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명리는 변화의 법칙입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합니다. 글자 자체들의 상관관계에서 작용력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차분하게 이론적 구조를 살펴야 합니다. 명리는 윤리적 부분을 가집니다. 내가 글자를 보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계단 올라가듯이 터득되는 것 같습니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공부를 꾸준히 하시다 보면 어느 순간 열리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세상에는 언제든지 도움을 주실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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