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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Oct 22. 2023

동양철학과 명리학

민영현 선생님 1

(제이쌤) 선생님께서는 부경대, 동의대, 부산대 등 대학 강단에서 동양철학 강의를 해오셨습니다. 대구한의대학에 현재 출강하고 계시고, 동명대학에서 강의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올해 2022년 4월에 '삼명통회'라는 엄청난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3년 전에 1차 마무리 하셨고, 교열 교정하는 것만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이 이 책 덕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학문은 외로운 공부인가요? 책의 서문에 보면  "학문도 아닌 학문을 한다는 멸시 속에 대학사회의 삶을 견디고 있다. 하지만 저물어 가는 인생의 한 자락에서 실제로 인생을 도울 수 있는 학문은 저너머 상아탑의 고고한 이론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요. 저는 이 문장이 상당히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이 공부에 대한 외로움에 대해 질문해 보았습니다. 


(민영현 선생님) 좋았다니 다행입니다. 이 학문은 사람 속에 있습니다. 학문 자체가 어렵다는 말이 아닙니다. 학문이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바깥에서는 사주 팔자 명리를 미신처럼 여기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게 학자분들도 그런 경향들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대학교수들도 그렇습니다. 자기 전공의 학문이나 자기 영역의 학문은 굉장히 중요하고 좋은 것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경계 밖의 것들은 조금 낮춰보는 경향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동양 철학 내에서 이 명리학이 차지하는 영역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철학적 이론보다도 훨씬 더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알려져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들 입장에서 바라보는 명리학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제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철학과 내에서도 서양철학이나 사회철학 전공자들은 동양철학을 이상한 학문인 것처럼 폄하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제이쌤) 그러셨군요. 그런데 선생님. 실관을 많이 하셔서 사주팔자에 대한 해석이 아주 능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그 깊이나 내공이 상당하십니다. 이것이 학위가 없더라도 20년, 30년, 40년 상담을 통한 그 내공이 엄청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정규교육과정 뿐만 아니라 재야에 자기 삶을 다 녹여내서 공부를 이루어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민영현 선생님) 당연한 말씀입니다. 우리가 학벌사회이고 학위와 같은 공식적인 결과물을 좋아하니 계속 교수가 어떻고 학위가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학문이라고 하는 것은 배우는 과정이고 익혀가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굳이 정규 과정을 밟지 않았다 하시더라도 평생에 연구를 하시고 추적을 하셨다면 그 성취나 학문적 깊이에 대해 당연하게 인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쌤) 제가 이제 그런 분들을 만나러 다닐 계획입니다. 이 책 서문에서 "결정된 것과 결정되지 않은 것 사이에서 인간은 살아간다. 예측은 불확실한데 미래는 실재화한다. 그러나 불확실함의 혼돈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적혀 있더라구요. 제가 거기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공부인 것 같습니다. 이 명리학이라는 것이.


(민영현 선생님) 명리학을 철학적 관점에서 고민해보면, 인간이 과연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철학적 논문이나 저서로 설명을 한다면 또 어떨 것인가. 저에게는 전공을 삼아 공부했던 동양 철학이 있으니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명리학에 개입되는 동양적 세계관이나 동양적 인간관, 동양적 인생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예측을 하는 방식이 어떠한 세계관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합니다. 동양적 학문성이라는 것은 기(氣)의 세계관입니다. 이 세계가 기에 의해서 주고 받고, 상생 상극하며 일어나고 전개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인체, 정신, 삶의 주위 환경들도 모두 기의 작용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이해할 것인가. 그 방식의 문제가 남는 것입니다. 


(제이쌤) 인문학이 사람의 무늬를 알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이 명리학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해가 확연하게 와닿게하는 공부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민영현 선생님) 우리는 명리학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윤리 도덕적 측면들도 보게 되고, 세상에 대한 일련의 대응으로서의 철학적 관점을 형성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선생님, 삼명통회 책 서문에서 과학과 역학의 만남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관찰과 예측에 따른 새로운 학문 정립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이런 이야기를 적어주셨습니다. 저도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이라는 물리 관련 책을 읽고 명리학과 많은 부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은데요, 짧게나마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민영현 선생님) 양자 역학과 양자 물리학과 같은 과학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과학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미래 예측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로켓을 발사한다고 할 때도, 데이터를 추론하고 수학적 모델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과학에서도 백 퍼센트 정확하다는 개념은 없습니다. 양자 물리학의 끈이론이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검증하기가 굉장히 힘든, 실증이 안 되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끈이론과 관련된 이론은 오늘날 공상 과학 영화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평행우주, 다중우주 등 온갖 기기묘묘한 것들이 다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제이 선생님) 네네. 인터스텔라와 같은 영화가 그렇습니다. 


(민영현 선생님) 저는 <삼명통회>를 번역을 하며 공부해 온 기학적 세계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파인만은 세상에 양자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양자라는 것은 동양에서 이야기하는 기(氣)에 훨씬 더 가깝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기(氣)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양자를 본다는 생각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3,4년 전부터 한국연구재단에 <동양의 기학과 서구 양자론의 개념적 상동상이>라는 주제로 지속적으로 연구 지원요청을 해왔고, 몇 번의 지원도 받아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예측과 예언은 다른 것입니다. 예언이라는 것은 밑도 끝도 없이 그냥 하는 말입니다. 사주명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예언이 아니라 예측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데이터가 추출되는 과정의 정당성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더 명리학의 세계관과 역학적 구조에 대해 유의 깊게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양자가 기(氣)이고 기(氣)가 양자이다,라고 말하는 것까지는 사실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굉장한 상호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주팔자로 다른 사람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氣)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송선생도 기(氣)로 나도 기(氣)로 그리고 바깥의 외부도 기(氣)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기운이 따로 또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氣)와 저것이 가지고 있는 기(氣)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상호작용의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명리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단칠정 이기론과 같은 세계관이 그렇게 틀리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선생님, 명리학을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 배울 필요가 있을까요?


(민영현선생님) 정규 교육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지요.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명리학은 학문이 아니라고 폄하한 부분 때문에 진입하고 발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관상감과 같은 정규교육기관이 있었습니다. 교육은 권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동양에서 해왔던 이런 것들이 서구 학문을 받아들이면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학문은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오픈하고, 가능하다면 더 넓고 깊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를 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방 사립대의 경우, 상황들이 워낙 어려운데 오히려 동양문화학과와 같은 학문은 대중의 수요가 있습니다. 꼭 술업을 하거나 하지 않더라도, 이 세계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요구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점에 정규 과목으로 정규 학제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된 것이지요.


(제이 선생님) 앞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재야의 고수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들이 곳곳에 숨어 계신데 일반 사람들이 좋은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누가 좋은지 모르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잘 배워가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정규과정으로 공부해 나가는 것이 위험도를 낮추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민영현 선생님) 제가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하다 보니, 제 개인적인 입장일 수도 있습니다만. 동양철학 즉 유교, 불교, 도교와 같은 베이스를 갖춘 뒤에 명리학을 접하면 속도도 빨라질 것이고 적용도도 높아질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관이나 인생관에 관하여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 같습니다. 학생부군신위. 공부하려고 세상에 태어났고, 그거 하다가 떠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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