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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Jul 29. 2023

학문 같지 않은 학문을 한다는 멸시

민영현 선생님과의 인연

민영현 선생님과의 인연은 <삼명통회>라는 책을 구입하면서부터입니다. <삼명통회>는 명리와 관련하여 전해지던 수많은 자료를 중국 청대에 국가 주도로 편찬한 관찬 도서입니다. 선생님께서 10년 동안 붙들고 완역하신 명리 대백과로 상, 하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엄청난 분량의 책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명색이 명리를 공부하는 사람인데 이 책을 구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상하권을 구입하였습니다.


엄청난 각오로 책을 붙들고 읽기 시작하였는데, 축(丑)이라는 한자가 추(醜)로 잘못 표기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쌀밥에 돌은 내가 씹고, 국에 들어간 머리카락도 내가 발견한다고 엄마는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냥 넘어갈 것도 다 보고 지적한다며 못마땅해하시곤 합니다. 돌이 씹히고, 머리카락이 보이는데 어쩌겠습니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오타나 비문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데 어쩌겠습니까. 출간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책이지만 꼭 알려드려서 다음 인쇄 때는 수정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연락을 드려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출판사 연락처를 찾으려 책의 앞 뒤면을 열어보니 저자이신 선생님의 연락처가 떡하니 적혀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문자로 연락을 드리고 오타와 책,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학문도 아닌 학문을 한다는 멸시


책의 서문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철학박사로 여러 술수 관련 연구 논문들을 발표하면서 학문도 아닌 학문을 한다는 멸시 속에 대학 사회의 삶을 견디고 있다.> 사실 명리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전까지는 나 역시도 이 공부가 학문의 영역에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명리학에 대한 시선이 어떠한 현실인지 잘 알고 있고, 그 멸시의 시선이 어떠한지 역시 이해합니다. 이 공부를 제대로 접하기 전까지 명리학은 미신의 영역 그 언저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부산대, 부경대, 경성대, 동의대 등 대학 강단에서 오랜 세월 동양철학을 강의해 오셨습니다. 선생님이 어떤 마음으로 이 공부를 놓지 않으셨을지, 또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떤 다짐으로 이 책을 완역하셨을지를 생각하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 전해졌습니다. <저물어 가는 인생의 한 자락에서 실제로 인생을 도울 수 있는 학문은 저 너머 상아탑의 고고한 이론이 아님을 깨닫는다.> 명리학을 학문으로 아끼시는 선생님 마음이 전해져서 꼭 한 번 뵙고 싶어 졌습니다.


한 번 뵙고 책에 서명도 받고 싶고, 공부에 관한 조언도 듣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연구실로 초대를 해주셨습니다. 벽돌 이상으로 무거운 두 권의 책을 들고 책 앞부분에 선생님 서명을 받으러 수영만을 가로지르는 광안대교를 지나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선생님의 연구실로 향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울 여행 이전이니, 선생님들을 인터뷰하는 일에 대하여는 생각조차 못할 때입니다.


민영현 선생님과의 첫 만남


선생님 연구실은 규모가 상당했는데, 엄청나게 많은 책들로 작은 도서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명통회> 책을 완역하시기까지의 우여곡절과 부산대에서의 명리 강의에 대한 말씀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대학 강단에서 겪으신 어려움과 명리공부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도 한참 나누었습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어찌나 많이 선물로 주시는지 서명해 주신 삼명통회 두 권과 받은 책들로 두 손이 무거워져서 선생님과 헤어졌습니다.


2022년 7월 서울 여행을 통해 여러 선생님들과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민영현 선생님의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민영현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을 하셨습니다. 심지어, 마음을 먹었으면 실천에 옮겨야 한다며 빨리 하자 하셨고 인터뷰 날짜를 정해버리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 듯


인터뷰 날짜가 정해져서 장비를 구입했습니다. 혼자 간단히 작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화소가 가장 높은 노트북을 구입하고, 무선마이크를 구매했습니다. 모바일용과 PC용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간단하게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명리 인터뷰에 대한 채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번갯불에 콩은 이런 속도로 볶나 봅니다.


학문 같지도 않은 학문을 한다는 멸시. 그럼에도 이어오셨던 이 공부를 생각하며, 명리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역할하고 싶다는 나름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짐을 싸고 풀며 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 듯 말입니다.




https://youtu.be/be_ftLNMp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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