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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Feb 12. 2024

올리비아 엄마의 임신

몇 년 전 한 해 넘게 돌보던 아이를 결국 집으로 데리고 가지 못한 엄마

우연히 마주쳤다. 늘 그렇듯이 함박웃음이다. 병원 복도에서 얼싸안고 하하하 웃었다. 그녀는 여전히 행복해 보인다. 그 웃는 눈 안으로는 슬픔의 바다도 있겠지만.


올리비아(가명)의 엄마. 한겨레 연재에도 싣고 책에도 실었다. 힘든 수술과 시술, 오랜 병원 생활로 지쳤을 테지만 늘 웃었던 엄마. 결국 올리비아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슬픔을 승화시킨 가족.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가족. 퇴원하지 못하더라도 병원 안에서 행복을 찾은 가족. 그 뒤에도 여전히 환자 가족 대표로 병원 안팎에서 올리비아의 이름을 빛내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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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일을 마치고 퇴원하다 그녀를 만났다. 왠지 모르겠으나 계속 물었다.

"무슨 새로운 일은 없어요?"

자주 묻는 말이다. 신나는 소식이 있는지 일상에서 벗어난 일은 없는지. 그러자 그녀가 답했다.

"올리비아가 누나가 될 것 같아요!"

"까아아아악! 너무너무 축하해요!"

병원 복도에서 비명을 지르며 다시 그녀를 꼬옥 앉았다.

너무 기뻤다. 솔직히 말해 다시는 아이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올리비아의 선천적 신체 결함이 너무 심해 그 여정의 끝이 너무 슬퍼 다시 꿈꾸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그녀라도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그런데 다시 임신을 했다니!!


묻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알려준다.

"유전학 검사도 다 했는데, 정상이래요! 초음파도 자주 하는데 다 정상이고요."


'정상,'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얼마나 안심되는 말일까.


"여기서 분만할 거예요. 제 '병원 친구들'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요."

"저도 갈 수 있으면 갈게요! 그즈음에 분만실 담당으로 일할 수 있게 부탁해 놔야겠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이미 당직 다음 날이든, 다른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있더라고 꼭 가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올리비아의 엄마는 참 행복해 보였다. 그녀가 너무 환하게 웃어서 솔직히 나는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을 감추려고 서둘러 인사를 하고 복도를 빠져나왔다. 화장실로 숨었다. 우는 얼굴로 나갈 수 없으니. 화장실 거울에는 행복한지 슬픈지 알 수 없는 여자가 나를 보고 웃고 아니, 울고 있었다.


참 다행이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좋은 엄마니까. 내가 아이들과 누렸던 '반짝이는 순간들'이 그녀를 더 자주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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