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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날:셰익스피어 서점, 센트럴파크,메트로폴리탄

그리고 뉴저지를 거쳐 공항으로...

by 스텔라 황

여행을 가기 전 벨라가 미술관은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해 계획을 크게 수정했다. 벨라가 좋아하는 책방을 주로 가고 뮤지컬을 더 보기로. 그래서 세계 삼대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마지막 날로 잡았다. 가기 길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을 들렸다. 아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서점 앞에 마련된 커피숍에 앉아 커피와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졌지만 고풍스러운 서점을 쭉 살펴보고 밖으로 나와 센트럴 파크로 향했다. 센트럴 파크에서 유명한 곳만 살짝 보고 신나게 걸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도착하고 싶었는데… 벨라는 모든 바위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기를 원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가면 그렇게 바위를 타고 내려오질 않는데 이 공원에서도 그럴 줄은 몰랐다. 아직은 아이구나 청소년이 아니라. 왠지 미소를 부르는 벨라의 바위 사랑은 오솔길이 안내해 준 박물관 앞에서 끝이 났다. 스쿨버스를 타고 단체로 구경 온 중고등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미리 예약한 둔 표를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가니 그 장엄한 풍채에 벨라가 놀란 듯 보였다.

우선 그리스 조각상이 진열된 곳을 먼저 보고 이집트 코너도 보았다. 벨라가 조각상, 오래된 장식품이나 유물에 이토록 관심을 보일 줄은 미처 몰랐다. 하나하나 유심히 봐서 계획을 잘못 세웠다고 생각했다. 하루 아니 이틀을 계획했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나오는데 벨라가 투덜댄다.


“여기 있는 거 다 못 봤는데 벌써 가야 한다고요?”

“네가 미술관은 별로라고 해서 계획을 바꿨거든.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

“그냥 그림만 있는 데는 재미없어요. 여기는 안 그렇잖아요.”


미리 계획을 잘 세웠어야 했는데 미안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러 다시 공항으로 가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오전에 일을 마친 동생이 우리를 태워서 동생 집으로 향했다. 짐만 얼른 챙겨 나와 다시 차에 올랐다. 이번엔 허드슨 강을 끼고 뉴저지 쪽으로 넘어갔다. 동생 둘 다 잠깐 또는 꽤나 오래 뉴저지, 뉴욕에서 살아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대학교를 다니고 의대를 다닐 동안 동생들은 희한하게도 돌아가며 이 동네에서 살았다. 방문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도 동네 길이 다 기억나 무척 좋았다. 또 뉴저지에서 뉴욕을 바라보는 전경도 예쁘고 좋았다.

뉴저지에 있는 돈가스 맛집에서 점심을 거나하게 먹고 잠시 쇼핑몰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다 공항으로 향했다. TSA precheck이라 전혀 기다리지 않고 들어갔는데 엑스레이 기계가 고장이나 짐이 나오질 않는다. 한참 기다리다 겨우 짐을 찾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탑승구 게이트에는 빈백도 마련되어 있어 벨라는 거기에 앉아 책을 읽었다.


잠시 밖을 바라보며 지난 열흘 간 벨라와 쌓은 추억들을 곱씹어 보았다. 내 머릿속에서 평생 재생될 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내 온몸을 꽉 채운 것 같았다. 벨라가 아니었으면 이런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눈부신 햇살 같은 아이와 함께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앞으로 탈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동안 우리의 관계가 또 상황이 바뀌겠지만 이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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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