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바보의 연애 상담
결국 답은 니안에 있소이다
"오늘 시간 되세요?
연애상담을 좀 하고 싶어서요."
물론, 아끼는 회사 동생을 위해
연애상담은 언제나 오케이다.
그렇지만 과연 결혼하기 전
연애 못하기로 소문 자자했던 내가
연애상담을 해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기, 여보.
오늘 회사 후배가 연애상담을 좀 해달라는데.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해결해줄 생각 말고 그냥 들어주면 되는 거야.
말하고 터놓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지."
그래.
그 말이 맞다 싶어 나는 마음의 부담은
가뿐하게 내려놓고,
퇴근 후 후배와 커피숍에서 마주 앉았다.
후배는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
잔잔히 들려주었고,
나는 언제나처럼 방청객 뺨치는 리액션으로
호응을 해주었다.
이야기를 하는 후배 편도 들고,
가끔은 후배의 남자 친구 편도 들어주며,
나의 후회막심했던 연애사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웃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남자 친구에 대한 생각을
찬찬히 정리해갔다.
별 것 없는 나와의 2시간의 대화 속에서
그녀는 남자 친구에 대해서
그리고 고민스럽던 그 관계에 대해서
정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답을 찾은 것이다.
이 사랑을 이어나갈지,
아니면 야무지게 끊어버릴지 ㅡ
그건 이제 그녀의 선택이다.
나는 단지,
지치도록 많이 노력하는 그녀가
조금은 편해졌으면 좋겠다.
연애를 지지리도 못했던 내가 그래도
힘주어 할 수 있었던 말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인연이 있고
편하게 두어도 내 곁에 스며드는 인연이 있더라'는.
그러니 너무 진 빠지게 노력해야 하는 관계라면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그럼에도 연인 관계라는 것이 한번 끊어지면
다시 만나기 어려운 사이니
잘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근데 집에와서 돌이켜 떠올려보니, 이건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조언들이 아닌가...
그시절 내가 그때 이 말을 들었다면
조금은 편해졌을까?
조금은 덜 미워했을까?
당신을 그리고 나를.
내 옆에 잠시 머물렀던 아픈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사랑했던
어리고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르는 오늘.
부디 내 후배의 사랑도
과거의 내 사랑도
잠잠하고 평온하기를.
훗날 따뜻하게 기억되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