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프로퇴사러의 홀로서기
퇴사 그거 몇 번(?) 해봤더니 퇴사 짬바 좀 있는 백조라 무덤덤하게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돌이켜 보면 다음 스텝이 정해지지 않은 채 그만뒀던 그 수많은 빈 기간에 대부분 멍 때리다가 혹은 모은 돈 다 털어서 유럽 한 달 살기를 가버리거나 하루종일 드라마를 보는 등 그 또한 나름의 릴랙스 방법이겠지만 이번만큼은 뭔가 알차게 촘촘하게 시간을 쓰고 싶어서 나름 하루 루틴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퇴사를 곧 앞두고 있는 분들께 약간의 팁이 되길 바라며 일상을 정리해 봅니다:)
멘탈이 정말 힘든 분들이라면 다 필요 없고 쉬어야 합니다!!!
집에서 절대 집중 안 되는 1인으로 매번 카페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더위 & 장마 콤보 시즌에 집에서 에어컨 풀로 틀어놓고 카페음악 bgm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봤습니다. 퇴사 후 일단 한 달은 그동안 너무 방치해서 텅텅 비어버린 뇌를 채우기 위한 인풋을 늘리겠다는 게 목표라 책 일고 글 쓰고 공부하는 일련의 순간을 특정 공간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지름신이 등장하여 산 것은 바로 독서실 책상 칸막이!
내돈내산 8만 원대 타공판 칸막이인데요(링크 참고)
코로나 기간에 집에서 독서실처럼 세팅하고 공부한다던 수험생들 이야기가 언뜻 떠올라서 찾아보며 비교해 보다 역시나 비싼 게 좋아 보여서 요걸로 구매. 아직 오래 앉아 있는 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나름 이전보다는 책상에 앉아서 꼼지락꼼지락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어요.
특별한 거창한 계획 같은 거 없이 자유인이 되었지만 최소 한 달은 빡세게 매일 해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바로 운동과 영어공부!! 특히나 내생에 마지막 다이어트를 다시 한번 외치면서 모든 일상의 중심은 다이어트에 있음. 헬스장을 등록해 두고 영어 강의를 등록해 두는 것만으로는 의지박약을 극복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챌린지와 인증이라는 환경에 나를 집어넣었다.
자기 계발 동기부여 끝판왕인 스터디언 채널을 항상 보다가 홀린 듯이 참여하고 있는 66 챌린지, 씽큐베이션/ PDS 다이어리방에 참여하며 챌린지는 현재 18일 차까지 한 번도 안 빼놓고 진행 중:)
백수가 더 바쁘다는 말이 있듯이 하루가 빡셉니다.
아직 몸이 적응하는 중이긴 하지만 운동과 다이어트를 중심에 놓다 보니 수면시간 및 식단도 일정하게 가져가야 하고 그 나머지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야 하니 하루 스케줄이 빡빡할 수밖에 없음. 매번 며칠 하다가 실패로 돌아갔던 새벽 4시 반 기상 미라클모닝 루틴도 다시 한번 시도해 보고 있는 중.
- 4:30 : 기상 / 세안 및 따뜻한 차 한잔
- 5~7시 : 영어공부 (회화책/회화유튜브 쉐도잉/원서)
- 7:30 ~ 9:30 : 운동 (헬스장/홈트/조깅/따릉이 자전거 | 근력+유산소)
- ~10:00 집안일
- 건강한 집밥 만들어 먹기 / 독서 & 공부 / 휴식
- 밤 10시 전 취침
요게 오늘 아침 일상이었는데 오늘은 아침 일찍 따릉이를 타고 왔더니 사실 너무 피곤해서 노트북 가지고 인근 카페로 나오긴 했습니다ㅎ 하루에 한 번은 바깥공기를 꼭 쐬줘야 광합성도 되고 생기도 되찾을 수 있으니 너무 집에만 있으면 아니되옵니다.
아날로그 러버라 일련의 활동들을 플래너/영어노트/독서노트/미래구상노트/챌린지 노트 등에 각각 기록하고 정리하고 있는데요, 머릿속이 혼란스럽거나 갈피를 못 잡겠다면 일단 펜을 잡아보시길.
올해 제대로 읽은 책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언젠가부터 책과 멀어진 삶을 살다 보니 항상 마음 한편엔 산속에 머물며 하루종일 책만 읽고 싶다는 게 휴가 로망이 되어버렸는데요, 들이는 시간과 비용 대비 가장 가성비가 좋은 자기 계발도 역시나 독서! 특히 영어 원서의 경우에는 야금야금 사모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꽤 되는데 끝을 못 낸 게 너무 많았으니 이번 기회에 하나씩 끝내보려고 매일마다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일단 한 챕터씩 매일 읽는 걸로 계획 세우니 2주에 한 권은 끝내겠더라고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말콤 글래드웰의 <Talking to Strangers>
주변의 도서관도 한번 찾아보세요.
부끄럽지만 동네 도서관을 이사한 지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어제 방문해서 회원증 발급받았다는... 요새는 너무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지자체 안에서 상호대차도 되니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읽고 싶은 책 미리 예약해 두면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빠른 퇴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사실 DS 석사 시작이 얼마 안 남았으니 잠깐 쉬면서 영어로 소화해야 하는 수업을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장기적으로 저의 커리어 무기가 되어줄 새로운 공부를 앞두고 공부 근육을 장착하는 게 이번 여름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점수를 따기 위한 시험 외에도 계속해서 휙휙 바뀌고 있는 산업계의 변화 속에 나를 살릴 무기를 하나 마련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막상 8월 21일부터 시작하는 수업 등록금을 내고 수업 교재인 Probability 원서를 주문하고 나니 급 두려움이 밀려오긴 합니다. 이번주 주말 잠깐의 가족과의 휴가를 보낸 후 8월부턴 본격 수학 공부에 푹 빠져있을 예정입니다ㅠ
사실 퇴사한 지 이제 일주일밖에 안 되기도 했고 최소 한두 달 내에는 다시 일을 시작할 거란 마음이 없는 상태라 딱히 어디에 이력서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또 프리랜서로 다시 돌아가는 건 어떨까 부수입을 좀 더 늘리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언젠가 노마드 할 수 있겠지? 이런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적극적인 구직자의 자세가 전혀 아닙니다만 링크드인 프로필은 종종 업데이트해놓고 있기에 리크루터들의 메시지가 최근 들어 더 자주 오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도 화상 면접 예정)
영어로 링크드인 프로필 및 경력 업데이트 해 두시고 리크루터에게만 공개 모드로 구직 의사를 표현해 놓으면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 일단 모든 기회는 오픈해 둬야겠죠? 시장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잘 맞는 조합은 어떤 산업군인지도 가늠해 볼 수 있으니 여유는 즐기되 레이더는 켜 놓는 거 잊지 마세요:)
영화관도 잘 안 가게 되었으니 문화생활은 넷플? 정말 무미건조한 직장인의 삶을 살았다면 쉬는 기간에 그동안 미처 가 볼 생각조차 안 했던 곳들을 찾아다니려고 일정 짜고 있습니다.
일단 퇴사 당일에 혼영으로 미션 임파서블을 봐주고,
바로 다음날에는 인왕산 자락길을 등반하며 부암동을 거닐다 윤동주 문학관, 석파정 서울미술관 관람까지 서울 살면서 막상 또 잘 안 가게 되었던 유적지, 박물관, 미술관들을 차근차근 도장 깨기 해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아주 가장 중요한 씀씀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에서 무작정 놀고 책만 보고 있을 순 없을 터.
사용 가능한 현금을 계산했을 때 3개월 정도는 일단 운동+공부에 몰입하면서 해보고 싶었던 시도들을 할 수 있겠다 예산을 짜 놓긴 했는데요,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 그전에 아마 현금 흐름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신에 큰돈 나가는 여행이나 호캉스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터라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며 다음 스텝을 준비해 보려고 하는데요, 돈에 쪼들리면 더 불안해서 선택의 옵션이 좁아질 수 있으니 꼭꼭 예산만큼은 계획을 세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