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할 때, 나는 거창한 답을 구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하루의 소음이 흩어지기 전에,
그 안에서 스쳐가던 작은 리듬을 놓치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
선을 긋고 멈추는 찰나들, 맞춰지지 않는 화면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들,
이름 붙이지 않은 채 머물던 날들을 조용히 기록해두고 싶었다.
돌아보니 이 글들은 어떤 이론을 정립하기 위한 서술이 아니었다.
작업이 되어가는 시간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기 위한 메모에 가까웠다.
어떤 날은 조율되지 않았고,
어떤 날은 끝내 맞춰지지 않았으며,
어떤 화면은 미완의 악보로 남겨두었다.
그 모든 상태는 ‘부족함’이라기보다, 그날의 감각이 머물다 간 자리였다.
나는 이제 감각을 ‘남보다 잘 보는 능력’이라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어디에서 멈추는지,
무엇을 서둘러 닫지 않는지에서 드러나는 태도에 가깝다고 느낀다.
조율 대신 견디는 마음,
완결 대신 남겨두는 선택,
이해에 앞서 조금 더 바라보는 시간.
이 연재를 이어오며 나는 내 글을 여러 번 읽고 고쳤다.
그 과정은 또 다른 반복이었고, 또 다른 감각의 조정이었다.
선 하나를 더하기보다 문장 하나를 덜어내는 일.
화면을 정리하는 대신 생각을 잠시 열어두는 일.
글 역시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조율되지 않는 날을 만난다.
끝내 맞춰지지 않는 화면 앞에서 멈춰 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상태를 조금 덜 두려워한다.
그 어긋난 자리가 곧 나의 작업이 머무는 자리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각작곡집》은 완성된 이론이 아니다.
앞으로도 덧붙여질지 모르는 하나의 악보에 가깝다.
오늘의 감각이 여기까지 왔다는 표시, 그리고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작은 여백.
나는 이 기록을 여기까지 둔다.
닫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두는 방식으로.
그리고 내일도,
소음 속에서 들려오는 리듬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 한 줄을 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