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의 리듬에 대하여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살아 있음은 고요하게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진동하며
세계와 부딪히고 반응하는 일이라는 것을
삶과 작업을 통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는 늘 소음 속에서 살아왔다.
때로는 그 소음이 나를 압도하고 파열시키기도 했지만,
바로 그 한가운데서만 들려오는
아주 미세한 진동이 있었다.
그 진동은 내게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작지만 또렷한 신호처럼 다가왔다.
살아 있다는 것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선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흔들리고, 다시 서고,
멈췄다가 다시 나아가는
불완전한 움직임 속에서 드러난다.
한때 나는 나의 존재를 하나의 선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고요하게 보이는 선조차
그어지는 순간에는 미세하게 떨리고 흔들린다.
홀로 있음의 순간에도
그 선은 멈추지 않고 조용히 진동하며 살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흔들리는 선을 좋아한다.
방향을 잃은 듯 보이지만
그 선들은 오히려
내 안의 리듬에 가장 가까운 진동이다.
그 진동이 있어야
나는 나의 존재를 느낀다.
모든 생명은
거대한 형상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점처럼 시작되고,
그 점이 떨리며 선이 되고,
선이 쌓여 면이 되고,
면이 다시 흔들려 새로운 형상을 만든다.
나는 그 작은 진동을
캔버스 위에서 늘 듣고 있다.
스스로 생겨나는 에너지,
움트는 순간의 떨림,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미세한 힘.
그 힘이 바로
나의 존재의 리듬이다.
그리고 그 리듬은
내가 살아 있다는 가장 솔직한 증거다.
삶은 언제나 조용하지 않다.
소음 속에서 주체는 흔들리고,
때로는 파열되고,
때로는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파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갈라진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있고,
부서진 조각 아래에서
새로운 형상이 움트기도 한다.
내 작업에서 나타나는 금빛의 흔적,
새싹처럼 솟구치는 선,
부서진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에너지들은
모두 그 파열 이후에 나타난
존재의 증언이다.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상하지 못한 선이 튀어나오고,
뜻밖의 색이 흩어지고,
예측하지 못한 빈자리가 생겨나며
낯선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그때 나는 깨닫는다.
삶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 과정 자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하나의 리듬이다.
이 질문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가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내가 얼마나 반응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세계의 소리에 반응하고,
관계의 흔들림에 반응하고,
감정의 떨림에 반응하고,
내 안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에너지에 반응할 때
나는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아주 작은 떨림 하나로도 충분하다.
그 떨림을 놓치지 않고,
점과 선, 색과 리듬으로 기록하는 일.
그것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는
예술적 존재 방식이다.
작가메모.
작고 미세한 떨림 하나가, 내가 살아 있다는 리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