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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Oct 29. 2022

친구 아들 결혼식 참석한 날에

우리가 그럴 나이?

지난 일요일 청주에서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친구들의 아들과 딸이 결혼하는 식장을 찾아다니는 나이가 됐다. 일찍 결혼한 고향 여자 친구들의 자녀들의 결혼이 빠른 편이다. 남자 친구들 중에서도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한 친구의 자녀들이 결혼을 일찍 한다.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않는 자녀도 있지만 말이다.


오후 1시까지 예식장인 아모르 아트에 도착하라는 총무 친구의 전언으로 오전 10시경 집에서 출발했다. 단풍 나들이 계절이라 고속도로의 분위기를 예측하기 힘들다. 넉넉하게 도착하기 위해 일찌감치 출발해서 그런지, 달리기 경주하듯이 가는 게 아니라 유유자적한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고속도로 양쪽으로 보이는 나무들의 옷차림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곧 있으면 만산홍엽으로 갈아입고 찾아오는 등산객들을 맞겠다.


청주 아모르 아트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정오가 막 지나고 있었다.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에게 도착을 알렸다. 30분이 지나니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인다. 오후 1시 이전에 유성 사는 0필이만 미도착이다. 늦는 0필에게 언제 오냐고 0석이가 전화통화를 하는데 이게 웬일인가. 0 필 친구는 "다음 주 아녀?". "이게 뭔 소리" 다들 웃었다.

"우리가 그럴 나이여"

"밴드 답글에 알겠슈 했는데"

"그러게"


0석 친구가 식권을 받아 한 장씩 나눠준다. 0 환 친구를 보러 가자고 했다. 혼주랑 신랑을 미리 보고, 밥을 먹고 예식장에 들어가자고 했다.  


신랑 신부 대기실에서 아들 장가보내는 0 환 친구를 만났다. 입꼬리가 귀밑까지 올라간 얼굴로 맞는다. 그리 좋으냐. 신랑은 뭐가 좋은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신부도 곱게 드레스를 차려입고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 작은 얼굴이 더 작아 보인다.


얼굴 봤으니 밥 먹으러 가자. 0 필 친구는 도착하면 전화하겠지. 0석친구가 연회장으로 입장하면서 식권을 내민다. 난 " 식권 줘야지?" "아까 줬잖아." 아! 주머니에 반으로 접힌 식권이 잡힌다. 다들 웃으면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우리 나이가 그럴 나이여"

" 집중이 안돼. 한 가지씩 밖에 못해"

"젊은애들처럼 멀티가 안돼"

"생각나면 바로 해야 돼. 이따 하지 그러다가 까먹고 못한다니까"

"난 축의금을 미리 보내려고 준비했다가 당일날 보내야지 미뤘는데 막상 당일엔 까먹고 다음날 보낸 적도 있다니까"


다들 한 마디씩 던진다. 나의 깜박임을 위로해주려고 꾸며낸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낼모레 보자고 통화까지 했는데 친구의 "다음 주 아녀"로 놀라고, 식권을 주머니에 넣고도 안 줬다고 달라는 외침으로 한바탕 자기 비애를 쏟아낸다.


"낼모레면 육십이여."

"욕실에서 물 안 내리고 나오지만 않으면 아직은 아닌 거여."


남의 집 잔칫날에 마냥 웃을 수만도 없었다. 모두들 깜박 잊고 실수한 에피소드를 꺼내서 진짜 그럴 나이인가 생각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해도 집중력은 떨어진 것 같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말을 건네면 못 듣고 되묻는 경우가 많아진다. 신경회로가 약해진 탓인가. [신경 청소 혁명] 책을 읽어야 하나. 마음을 급히 먹으면 깜박하는 것 같다. 좀 더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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