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초이 Mar 26. 2023

아침마당

높은 언성이 문제


"어, 충전기 어쨌어요?"

"여깄 어요. 충전 다 안 됐어요? 안 쓰잖아요."

"왜 빼고 그래요."


  아내는 친구들과 광양으로 매화꽃을 구경하러 간다고 새벽 여섯시 전에 일어나 부산을 떤다. 토요일은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평일로 잡았다고 하면서. 지하철역까지 가면서 아내는 한마디 한다.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아니,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래요." "화냈잖아요. 조용히 '어디에 있어요' 하면 되는데도 꼭 화내듯이 말을 해요. 어휴 씅나." "뭘, 화를 냈다고 그래요. 워치 충전기니까 그렇죠. (당신도) 충전기 있잖아요." 다소 억울하다는 뉘앙스를 느낄 수 있도록 대꾸했다. 워치충전기 몸체가 USB형태라 애플워치용 선을 뽑고 갤럭시폰 충전 선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아내를 지하철에 내려주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했다. 화가 났었나. 간밤에 워치를 충전기에 꽂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뽑혀있고 몸체가 보이지 않아 거실에 있는 아내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높였을 뿐인데. 변명하자면 새벽에 나오는 목소리톤이라 거칠게 들리는 것일 수도 있는데. 아니면 사람이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고, 자기가 짜증으로 들었던 게 아닐까. 단지 높은 음자리 목소리일 뿐 비난하거나 화를 담아 던진 것은 아닌데.


그도 아니면 뭘까. 순간의 짜증이 났던 것일 수도 있겠다. 내 개인 물건에 손을 댔다는, 어찌 반응할지 알지만 그렇다 해도 괜찮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행동을 지적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친절한 단어를 선택하지 않아 아내가 화를 낸 것이기도 하다. 내가 사용한 언어의 온도가 저온이라 따가운 화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언제든 친절하고 다정한 언어를 사용하지 못한 내 불찰이다.


  혹시 이랬으면 어땠을까. 남편도 출근하는 아침이다. 좀 더 잘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해 거실로 나가 준비하는 아내다. 한집에서 조심한다해도 듣지 못할 소리가 아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면 그만이다.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톡톡 치는데 애플워치충전기가 보이지 않는다. "자기가 충전기 사용하고 있나요?"

"선만 있고 몸체가 보이지 않아서요."

"그렇군요. 출발할때까지 사용하세요."

"보조배터리를 가져가면 도움이 될텐데요."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지금이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이의 감정을 눈치챌 수 있다. 음정은 도레미안에서 끝내야 한다. 살아있는 말투는 듣는 사람을 기분좋게도 하고 망치는 기분을 느끼게도 한다. 이왕이면 하루의 시작을 기분좋게 만드는게 좋지 아니한가. 음, 난 꽃샘추위를 선물한 셈이다.


아침부터 언어의 온도가 냉하다는 평가를 듣다보니 샛길로 빠진 느낌이다.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보니 목소리가 높은탓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고보니 언성의 높낮이 따라 듣는사람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괜한 오해받지 않도록 언성의 음정을 신경써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살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