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탈학생이라고?
내가 언니에게 물었던 말이다. 언니의 설명을 듣어보니
탈학생이란 "일반적인 경로를 이탈한 학생(?)"이라는 뜻으로 들려진다.
내가 탈학생에 해당이 된다! 는 것도 그때에 알게 되었다.
그럼 탈학생이란 뭔가 정상적인 길을 가지 않는 이상한 학생이라는 말인데...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소위 탈학생 생활은 조금도 이상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어쩜 내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상일 뿐이다.
일반 고등학교를 안 가는 것을 생각해 본 것은 중1 때부터였다.
교육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시는 아빠의 영향도 있었고,
또 우리 가족의 생활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일반학교를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남들이 다 가는 길로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새로운 길을 가보고 싶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지만 남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다름을 느낄 때가 있다.
가끔 홈스쿨이나 대안학교 같은 말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아주 독특한 아이로 보인다.
그러나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가는 길이 잘못된 길로 이탈한 것이라고도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나의 길, 내 방식의 길,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 길이 맞다는 나름 생각도 있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도 별로 없다.
오히려 더 뿌듯하고 스스로 당당할 때도 있다.
오랜만에 책과 필통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오늘은 탈학생인 내가 학교를 가는 날이다.
들꽃학교 첫 등교 날이다. 들꽃학교는 아빠가 운영하는 작은 산골에 있는 마을학교이다.
우리 마을에 나처럼 학교 안 가는 다른 친구와 함께 단 둘이 들꽃학교 학생이 되었고,
우리 아빠가 선생님인 초미니 학교이다.
학교로 가는 발걸음은 다소 어색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다.
큰 건물에 달랑 3명이 앉아 있으니까 학교라기보다 홈스쿨의 연장 같은 느낌이 더 들었다.
아빠는 우리 들꽃학교는 홈스쿨형 공동체 학교라고 말씀하신다. 들꽃학교는 참 예쁘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창밖의 그림 같은 자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계절마다 바뀌는 경치를 보는 것도 들꽃학교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들꽃학교는 자유롭지만 중요하게 배우는 것은 영어와 글쓰기다.
그중 영단어 시험이 우리 들꽃학교 명물이 되었다.
각각 90점이 넘으면 대패 모두 삼겹살을 먹으러 시내로 나간다.
평균 90이 넘어도 안 된다. 모두 90점을 넘어야 갈 수 있다. 아직 대패 삼겹살을 한 번도 못 먹었다.
그러나 점수가 점점 오르고 있어서 치면 칠수록 기대되는 시험이다.
사실 공부에 이렇게 집중해 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영어수업을 할 때면 시작 전에 항상 1 과부터 이때까지 공부해왔던 곳까지 있는 단어들을
모두 한 번씩 소리 내어 읽고 시작한다.
처음엔 20 과를 다 읽는 것도 힘들었는데, 40과까지 이젠 총 60과도 30분이면 충분할 정도이다.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단어가 입에 저절로 붙어서 나오는 것이 참 신기하고 놀랍다.
들꽃학교 1학기를 미치고 나서 나의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다.
목표도 생기게 되었고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갈 마음이 되었다.
이제 곧 개학하면 새로운 학기가 다시 시작된다. 조금의 긴장과 염려가 있지만 목표가 있기에 앞으로 할 공부와 새롭게 경험하게 될 모든 것들을 조용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