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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녀들, 스스로 하게 하는 공작(?)

부모의 마음이 조급하면 교육에 방해가 된다.

by 이강헌

딸들을 보면 참 답답한 마음이 든다!


딸들과 모처럼 다시 산에 올랐는데

딸들이 산행을 하는 것인지? 잠자리 잡으러 가는지? 걷는 발걸음이 조심조심 새색시 걸음이다.

등산을 하지고 산으로 데리고 왔는데, 도통 산을 제대로 오르지를 못한다.

한창 젊은 애들이 산에 오르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평지나 다름없다 시 피한 완만한 산 길을 이렇게 굼벵이 걸음을 하고 있으니,

누가 지켜보면 한심해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있다는 자체에...

내 속에서 “이제 됐다! 비로소 해냈구나!”라는 말이 감돌 정도로 다행스러운 일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 것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내가 산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산행 같은 운동은 공부하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늘의 산행길은 그동안 체력 강화를 위한 산행을 하기 위하여 아빠인 나의 은밀한 공작(?)의 결실이다.


공부에 있어 스스로의 체력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산행은 체력 증진에 좋은 방법이다.

물론 다른 방법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주어진 상황에서는 산행이 적격이다.

산행은 돈도 들지 않는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산행은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맑아지게 하고, 깊은 생각과 학습한 것을 복기까지 할 수 있어 좋다.

때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하면 깊은 대화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산행은 일석 몇 조나 되는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것이다.



공부는 체력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딸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청년기는 아직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기 쉽다.

젊음이 용솟음칠 때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은 일찍 배울수록 좋다.

솟구치는 젊음의 에너지도 어느 순간부터는 체력의 부침을 느끼게 되어 있다.


체력이나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좋은 습관과 태도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때론 좋은 머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공부는 체력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공부를 장기적으로 할 때는 더욱더...


“등산 싫어요! 산에는 절대 안 갈 거예요!”

평소에 아이들에게 “얘들아! 이번에 등산 좀 하는 것이 어때?

거의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하였다.

등산이 아무리 좋다고 설명해도 딸들에게는 말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았다.

딸들은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체력이 바닥이 났다.


막내는 체력이 좀 허약하고, 둘째는 몸의 밸런스까지 많이 깨져 있어서 걱정이다.

둘 다 공부 못지않게, 앞으로 공부를 장기적으로 해내려면 반드시 스스로 체력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소통은 교육에 있어 기본 바탕이다.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면

부모로서 마음이 급하고 답답해서 속이 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이 조급해하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급해지면 다그치게 되고, 다그치는 방식은 자녀들과의 소통을 방해한다.

소통은 교육에 있어 기본 바탕이다.

소통이 무너지면 홈스쿨이고 뭐고 다 끝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는 딸들에게 공부에 관한 책이나 정보를 주고

지지해주고 격려해주고, 필요에 따라 조언도 해 주지만 재촉하거나

강요는 결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교육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은 기다려주며, 소통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들에게도, 사람이 스스로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 필요한다.


기다림과 스스로 하게 하는 나의 전략(?)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등산을 시작한 지가 벌써 보름이 훨씬 넘는 것 같다.

요즘은 딸들이 자기들 스스로 산에 가고 싶다고 해서 거의 매일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도 산을 오르는 속도도 제법 빨라졌고, 산이 좋다는 말까지 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조용한 산속을 오가며 수시로 대화를 이어간다.


산에 대하여

일상에 관하여, 장래 계획과 인생에 대하여

삶의 태도와 방법에 대하여 다양한 주제가 아무런 형식 없이 자유롭게 이어진다.


체력단련 시간인지, 나들이 시간인지, 인생교육 시간인지 잘 구분이 안되지만

소중한 시간들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기다림과 스스로 하게 하는 나의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생각에 속으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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