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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빠! 나 대학 안 가길 잘한 것 같아요!

우리 다른 길로 가자!

by 이강헌

“아빠! 나 대학 입학원서 낼까요? 말까요?”

둘째 딸이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고 대학에 들어가는 때가 되었을 때 한 말이다.

그때에 가장인 아빠가 새로운 도전을 위하여 직장에서 사표를 낸 상태였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제대로 대어 줄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도전의 길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자녀 교육이다.


나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전에 자녀들과 이야기를 줄곧 해왔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 이러이러하니 대학 공부는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도 어떻겠나?”

다행히 착한 성격과 자유로운 기질을 가진 둘째 딸은 아빠를 이해하고 뜻을 흔쾌히 따라 주었다.

결국 둘째 딸은 일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를 한 것이다.


갑자기 둘째 딸이 대학 입학원서를 내고 싶다고 한다.

본격 입시철이 되다 보니 학교에 모든 친구들이 대학에 원서를 내고,

담임 선생님도 둘째 딸 에게 대학 입학을 권하는 분위기였다.

이 상황 속에서 둘째 딸은 자신도 대학 입학시험에 도전은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대학 갈 실력이 없어서 못 가는 것은 아니라는 자기 위로이기도 하다. 부모로서 마음이 짠하다.


둘째 딸은 수시 모집에 대학 입학원서를 냈다.

내신 성적이 좋아 결국 두 개의 대학에 유아교육과에 합격을 했다.

그러나 둘째 딸의 대학 이야기는 일단 그것이 끝이었다.


그 후 대학에 들어가지 않은 둘째 딸은 경제활동을 했고

이미 고3 졸업도 하기 전부터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었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생활의 이야기를 부럽게 들려질 때에

둘째 딸은 직장생활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회경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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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미안함 vs 교육적 소신

부모로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분명히 있다.

아빠로서도 아쉽기도 하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적지 않게 있다.

둘째가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을 만나고 소식을 듣게 될 때에 부러움도 느낄 수 있다.

캠퍼스 생활이 아닌 직장에서 온갖 어려운 경험을 하면서

친구들과 비교의식이 들것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고 더욱더 미안하다.


그럼에도 아빠가 딸을 대학에 보내지 않은 것이 큰 문제로 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에 보내지 않았다고 해서 교육을 결코 포기한 것은 아니고

배움의 길을 중단시킨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교육에 있어 나름대로 어떤 철학과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도 아니고,

얼마든지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단지 우리는 다른 길로 가는 것일 뿐이다.

내가 교육학을 전공해서만이 아니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지금 당장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는 대학과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시대다.

나는 진짜 공부는 평생 동안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가오는 미래는 대학에서 하는 공부한 지식만으로는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대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현재 대학교육을 염려하는 마음도 나는 가지고 있다.

엄청난 등록금을 지불하고 대학을 마쳐도 취업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고,

많은 대학 졸업자들이 사회진출을 해도 저임금과 청년 실업 등과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나는 요즘의 대학생들의 생활과 문화도 우려를 하는 편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소비문화를 넘어 향락문화에도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나는 이런 곳에 우리 딸을 못 보내서 안달하지는 않는 아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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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조금은 흘러, 벌써 둘째 딸은 이제 대학과정을 다 마쳤다.

일반 대학을 간 또래 친구들보다 빨리 마친 것이다.

등록금도 자신이 벌어서 독학사 과정을으로 했기에 엄마 아빠의 부담도 덜어 주었다.

둘째 딸은 지금 영어 공부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워킹 홀리 데이로 호주를 가기 위해서다.

나는 둘째 딸에게 꼭 하고 싶은 공부가 있으면 호주 갔다 와서 대학원을 가라는 말도 한다.


나는 자녀들이 평생을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들로 살아가게 하고 싶다.

진짜 공부는 스스로 평생을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수가 있고

불확실한 미래에도 대처할 역량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 가운데 살아왔다.

나는 자녀들에게 평생을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자녀에게 중요한 자산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빠! 나 일반 대학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잘했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 둘째 딸이 아빠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된 것은 자신도 스스로 공부하는 삶의 가치를 이해한 것이다.


아빠로서도 이렇게 말해주는 딸 에게 다시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어떤 안도감과 함께 확신감 같은 것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남 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우리가 결코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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