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합격했어!”
막내가 밀양여고에 합격을 한 것이다.
그러나 막내도 둘째 언니처럼 입학하고는 상관없는 합격이다.
막내는 이미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아빠와 집에서 홈스쿨을 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낸 것은 이전에 대학교 입학 원서만 냈던 둘째 언니와 같은 마음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원서 내기를 권하였고, 막내 자신도 한번 도전은 해 본 것이다.
‘실력이 없어서 학교를 안 간 것이 아니다!’는 것을 내심 확인하고픈 심정으로...
산골 적응! 텃밭 고구마 캐기나는 막내를 중학교부터 홈스쿨을 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당시는 학교 측에서 홈스쿨에 대하여 이해가 매우 부족한 시절이었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다.
당시는 홈스쿨을 하기에 복잡한 과정이 있어 고등학교 과정부터 시작을 했다.
내가 막내딸과 홈스쿨을 하기로 택한 것은, 현실적으로 나의 새로운 도전과도 연관이 있다.
가장인 아빠가 50세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새로운 도전을 시도를 함으로써 가정에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야 하는 현실이 있었다.
교육에 대한 아빠로서의 고민
하지만 내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었다. 교육에 대한 나의 오래된 고민 때문이다.
나는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녀 교육의 1차적 책임과 권한은 부모에게 있고
학교와 교사는 부모의 교육적 권한을 부분적으로 위임받은 것으로 본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교육을 학교에 다 맡겨 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학원에 또 맡긴다. 보모가 바라는 것은 단지 바라는 것은 성적과 점수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늘날 학교교육도 중요한 것들을 간과하고 상실해 가고 있다.
주입식 교육인 아닌 학생 스스로 지식과 지혜를 탐구, 획일적 교육이 아닌 다양하면서도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람이 서로 존중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인성교육 등은 학교에서 거의 가르쳐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 교권 상실, 학교폭력, 왕따 문제 등등... 수많은 문제들에 노출되고 있다.
홈스쿨을 위한 사전 준비
홈스쿨은 어느 날 갑자가 부모가 어떤 필(feel)을 받아서 시작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사자인 자녀의 충분한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홈스쿨을 하려는 부모는
일찍부터 준비는 물론, 자녀와 사전에 충분히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과정들이 있어야 한다.
자녀와의 대화와 소통은 홈스쿨을 시작해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자녀와 충분한 소통 없이 홈스쿨의 몇몇 장점들만 생각하고
시작하면 힘들어지고 실패하기 쉽다.
나는 오래전부터 나의 자녀를 학교에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도리어 대안적 교육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막내에게는 초등학교 4학 때부터, 홈스쿨에 대하여 조금씩 이야기를 해왔다.
사실 초등 4학년이 홈스쿨을 말해도 이해를 못한다.
당시는 지역에서 홈스쿨 하는 가정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단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학교 안 가고
아빠하고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미리미리 딸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홈스쿨을 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들
내가 홈스쿨을 하고 싶었던 중요한 이유는
자녀들의 성장하는 인생에 중요한 기간을
그들과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특히 사춘기에 부모와 충분한 대화와 소통 가운데 성장한 아이들은
후에 인생에 큰 어려움을 만나도 삐뚤어지지 않고
막다른 선택도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믿음이 있다.
누군가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함께 많은 시간들을 신뢰와 사랑으로 보내면서 성장한 자녀들은
결코 망가지지 않는다는...
"아빠 나 이제 어떻게 해?"
딸이 학교를 안 가고 홈스쿨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에,
나는 6개월을 전혀 아무런 개입이나 간섭 없이 방치가 아닌,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것이다.
6개월이 지나자, 어느 날 딸이 "아빠 나 이제 어떻게 해?"라는 질문을 해왔다.
나는 속으로 '비로소 공부를 시작할 때가 되었구나?" 라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홈스쿨을 하면서 중요한 것들은,
먼저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려 태도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당장의 어떤 성과를 거두려 하기보다, 부모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까지...
지금까지 학교에서 시키는 것에 따라 하는 타율성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은 자율적 학습동기가 일어나도록...
이것을 위하여 홈스쿨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은 자녀들과 대화와 소통이다.
"우리는 대화가 너무 많아서 탈이에요~ㅋㅋㅋ"
어느 분이 우리 딸들에게 "아빠하고 대화를 좀 하세요?"라는 질문에 했던 말이다.
중요한 것은 친구처럼 함께 대화하며 서로 소통하며 자녀와 신뢰관계를 더욱 증진시키는 것이다.
나는 딸들과 대화를 즐겨한다.
어떤 때는 딸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밤 열두가 넘자,
"지금은 자고 내일 또 이야기하자!"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한다.
그만큼 서로 함께하는 것이 즐겁고, 다양한 주제로 스스럼없는 대화를 하는 것이다.
막내딸은 홈스쿨 하는 동안 입시경쟁과는 무관한 무풍지대에 살았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스스로 모든 일정을 짜서 생활을 한다.
여러 음악의 취미생활, 역사문화여행, 사회경험 등으로 나름 의미 있게 보냈다.
무엇보다 부모와 많은 대화를 하며 보낼 수 있었다.
부모와 자녀들의 관계는 청소년 시기에서의 관계가 평생을 가기 쉽다.
홈스쿨을 하면서 아이들은 나의 제자, 친구, 동료가 되었다.
지금은 훌쩍 커서 둘 다 공무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