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이것 보세요! 죽순이다! 저기도 있고, 또 저기도 있어요!”
하루는 둘째 딸과 셋째 딸이 함께 마을 뒷산으로 아침 등산을 시도하였다.
산을 오르다가 커다란 대나무 밭 사이로난 길을 통과할 때에
사방에 죽순이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우와 죽순이다!"라고 외친 소리다.
지난주만 해도 죽순이 하나도 없었는데, 신기하게 한 주간 만에 죽순이 여기저기 쑥쑥 무성히 도 올라와 있다.
마을 등산로와 대나무 숲죽순의 멋
죽순의 크기도 참 다양하다.
이제 막 수줍은 듯이 살포시 팔꿈치 크기 정도로 올라오는 것에서부터
어른의 키 높이만큼 거침없이 쭉 자란 것도 있다. 죽순을 가만히 바라보았더니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대지를 뚫고 올라와 우뚝 선 모습에서 힘찬 기상을
구부러짐 없이 꼿꼿이 선 모습에서 기품을
길게 자란 죽순 끝 부분에는 연한 순들의 청초함과 우아함을
이러한 연출이 한 주간 만에 이루어졌다니, 자연과 생명의 신비감마저 느껴지게 한다.
산골에 마을에 온 지 제법 오래되었어도 죽순이 이렇게 무성히 자란 모습을 보기는 처음이다.
우리는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죽순을 좀 따 보았다.
곳곳에 죽순이 많이도 올라와 있어 순식간에 두 딸과 내가 한 아름씩 딸 수 있었다.
죽순이 얼마나 실하고 큰지 네다섯 개만 따도 한 아름이다.
죽순은 자연이 주는 무공해 건강식품이다.
6월에 잠깐 동안만 자연이 우리들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다.
올해는 탐스럽게 자란 죽순이 너무너무 많이 올라 와있다.
이런 기회에 죽순으로 건강식품 재료로 장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오후에 마을 반장님께 이야기하여 같이 대나무 밭에 가게 되었다.
죽순이 크고 많아서 반장님의 경운기를 죽순이 있는 산 밑에까지 가지고 들어 갔다.
“아빠! 이제 우리는 힘이 다 빠져서 안 되겠어요!”
딸들이 아침에도 한 번 같이 등산을 갔다 왔는데,
또 오후에 산에 가지고 하니 두 딸들은 벌써 지쳐 있었다.
스스로들 늘 자신들이 저질체력이라 하더니
오늘 오전에 산에 한번 갔다 오더니 체력이 완전히 방전이 된 것 같아 보였다.
나는 딸들을 살살 꼬드겼다.
“이번에는 반장님의 경운기를 가지고 가서 죽순을 실어 올 거야,
너희는 사진기를 들고 가서 사진만 찍어줘도 좋겠다.
아침에 보았던 멋있는 죽순들을 카메라에 잘 담아 본다면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속내는 딸들이 체력을 좀 키우며 시골생활의 재미를 맛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사진만 찍으러 왔던 딸들이, 어느새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탐스러운 죽순을 즐겁게 따서 모으고 열심히 나르는 모습을 보다가
딸들도 자연스럽게 함께 동참하게 된 것이다.
딸들은 일을 시작하니 의욕이 갑자기 생겼는지, 재미가 있는지, 열심히도 한다.
모두가 함께 열심히 일한 덕분에 제법 많은 양의 죽순을 가져올 수 있었다.
죽순의 맛
마음에 벌써 맛있는 죽순 요리가 떠오른다.
죽순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여러 가지 있다.
적당한 크기로 잘게 자르고 살짝 데쳐서 잘 보관해 놓으면 필요에 따라 다양한 별미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데친 후 바로 초장에 찍어 먹으면 특유의 고소한 향과 함께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죽순 찜도 만들 수 있다.
들깨와 함께 찜을 만들면 죽순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육고기처럼 쫄깃쫄깃한 식감을 준다.
죽순 요리의 백미는 돼지고기와 함께하는 요리이다.
돼지고기와 함께 썩어 두루치기 요리를 해놓으면
고기보다 죽순이 더 맛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별미가 된다.
아빠에게 속았어요!
“아빠! 우리 오늘 죽순 따서 오는 것 정말 힘이 들었어요!
그런데 힘이 들면서도 재미도 있었어요.
어쨌든 오늘은 아빠에게 속은 날이에요! 호호호!”
아빠가 너희들 보고 사진만 찍으라고 했지, 일 하라고 안 했는데... 하하하"
우리는 풍성하게 수확해서 집으로 가져온 죽순을 바라보며 사뭇 신이 나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다행이다.
시골을 아주 불편한 곳으로 생각하던 아이들이
시골 생활에 차츰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도 흐뭇하다.
아이들이 자연환경을 소중히 여기고 농촌의 멋과 맛을 경험하며
자라는 것이 조금은 더 풍요로운 인생이 될 것 같다.
설령 나중에 커서 농촌을 떠난다고 해도 산골의 정취를 가슴에 담고
자연과 생태적인 삶에 가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혹 삶이 지치고 피곤해질 때에 정서적 위로받는 기억들이 될 수도 있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