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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 Aug 21. 2015

편지 써드려요

프로젝트의 첫발

카페 활동 정지

편지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후, 많은 계획을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당장, 지금 이 순간, 시작하지 않으면 생각으로만 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에 알려야 하지?’ 블로그가 있긴 하지만 나만 보는 블로그. 페이스북은 수많은 친구가 목록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아요는 한두 명이 겨우 눌러주는 그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해봤지만 소소하게 가끔 카페 사진이나 올리는 정도. 그래도 올려는 보자고 하고 더불어 내게 익숙하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 커뮤니티를 떠올렸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스○○, 독○○ 그리고 승무원 준비생이 있는 전○○. 카페에 들어가 자유게시판에 편지를 쓴다고 홍보했다. 수줍게 올린 글에 응원해주는 분도 있었고, 조심스레 편지를 신청하는 이도 한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페마다 홍보성 글을 올리지 말라는 규정이 있었기에 내 홍보가 규정에 어긋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비영리라도 홍보는 홍보겠지? 그렇지만 도배를 하는 것도 아닌데... 꽤 눈치를 보며 다음 홍보 글을 올릴 때는 이전 글을 지우고 올리는 식이었다. 그러길 몇 번, 나의 작은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카페 성격과 맞지 않는 그리고 그들의 엄격한 규정에 의하여 나의 홍보 글은 놀부 찾아간 흥부 꼴이 났다. 어떤 카페는 당장 글을 내리라고 경고를 하고 어떤 카페에서는 갑자기 활동 정지 회원이 되었다. 별말이 없는 곳도 있긴 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주 예상 못 한 건 아니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하지만 카페 성격과 맞지 않는 글이니 그들도 달리 도리가 없었겠지 하며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이 사람아, 편하게 하자니까!

생각해야 한다고 했으나 머릿속엔 '어쩌지?' 란 글자만 두둥실. 즐기면서 하자고 다짐하며 시작한 일이다. 그래서 고민의 무게를 더하지 말고 인스타그램이나 계속해보자며 자꾸 돋아나는 열심병을 잠 재웠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으로 또 페이스북으로 열심히... (열심히 안 하자고 했는데) 홍보를 자리 잡아 갔다. 마음에 드는 편지지, 엽서, 우표를 사면 자랑하기도 하고 편지 보낼 때 쓴 시를 올리기도 하고. 편지를 보낼 때마다 발송샷을 남겼다. 그래 이렇게 편하게 하자고. 누가 뭐라고 하니.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블로그에서 댓글로 편지 신청을 받았다
하나의 룰

나름대로 규칙을 하나 정했다. <쓰고 싶지 않을 때는 쓰지 않는다> 억지로 내가 한 약속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의무감에 쓸 바에야 차라리 천천히 쓰자고. 일할 때는 늘 마감이 중요했고 마감을 지키기 위해 참 괴로웠다. 느리고 느린 나는 회사에서  달가워하는 인재는 아니었다. 아마 능력 없고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찍혔겠지? 악몽을 떠올리기 싫어 정한 룰이다. 하기 싫을 때는 하지 말자. 더 하기 싫어지니까.


손편지 프로젝트는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다음 계획도 없다. 목표도 없다. 따뜻함을 전하겠다는 목적은 있지만. 늘 미래와 시간과 돈에 얽매이던 무엇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정말 그런 걸 해보고 싶었다. 나는 취미 생활을 해도 꼭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서 스스로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하지만 편지를 쓰며 편지 쓰기 대회에 나가 상을 타겠다는 목표가 생길 리 없고 (애초에 그런 대회가 없으니) 편지를 많이 쓸수록 수입이 생겨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필요도 없고 얼마나 정성스레 썼는지 기발하게 썼는지에 따라 A+일지 D-일지 평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정상을 쫓아서 열심히 살던 나와 멀어지는, 삶의 무엇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계속 편지를 쓰고 있다.


어느 날 나에게 편지가 왔다
<손편지 프로젝트>

지로용지, 광고지만 들어있는 우편함에 날 위한 편지 한 통이 있다면 그날만큼은 따뜻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낭만과 여유 그리고 위로가 필요하신분
그냥 손편지가 받고 싶은 분
일상을 나누고 싶은 분
누구에게나 손편지 써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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