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보낸 3만 시간

의료가 행하는 길이란

by 현정아

김진구 의사의 『수술실에서 보낸 3만 시간』은 단순한 의학서적이 아니다. 수술실에서의 3만 시간 사이에서 의사로서의 고뇌와 헌신, 환자와의 깊은 유대관계가 진정한 의료임을 깨닫게 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수술실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의료적 활동의 장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의 진정한 관계가 형성되는 곳임을 느끼게 된다. 수술실은 차가운 곳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곳임을. 책을 펼친 순간부터 빠져든 수술실은 문장 하나하나마다 엮어져 그곳으로 나를 헤엄치듯 안내한다.


책은 각각 6개 Part로 나누어져 각기 다른 경험과 생각을 풀어낸다. PART 1의 ‘돌팔이 일지’에서 의사로서의 성장과 더불어 가져갈 자세와 책임감, 삶의 소망을 다룬 부분이 인상 깊다.



♧ 물론 그래도 나는 다행이다. 이 직업으로 인해 불행한 순간보다는 행복한 순간이 훨씬 많으니까. p.54


♧ 닥터스 터치란 바로 이런 것이다. 단순히 의학지식을 써먹는 게 아니라 생명을 나누는 것. 모든 의료가 AI로 대체된다고 해도 나는 질병의 고통 앞에 놓인 환자의 손을 잡고 싶다. p.57




김진구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일은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견뎌야 하는 일"이라 하며, 발걸음을 무겁게 하라고 했다. 환자와 의료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지식뿐만 아니라, 그들 간의 신뢰와 유대이다. 환자 곁에 있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전문적 기술과 이론이 아니라, 의사로서 수많은 실패와 고뇌를 통해 터득한 공감적 진리다.


PART 2의 ‘가슴에 남은 나의 환자들’은 수술을 통해 겪어간 감동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성찰의 시간이 함께 녹아 있다.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안아감과 동시에 내면을 아우르는 어떤 힘을 엿보게 된다. 우리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에 대한 용기를 배워간다.



♧ 수많은 실수를 했지만 이를 기록하고 기억한다는 것,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수술실이 아닌 곳에서 수없이 반복하여 연마한다는 것. 결국, 좋은 수술은 모든 실패를 기억하는 것과 같다. p.97


♧ 죽다 살아나 팔다리가 모두 마비되어도 그는 볼 수 있는 눈과 느낄 수 있는 머리가 있음에 감격하고 있는 것이다. p.105




문장에서 언급된 ‘닥터스 터치’와 더불어 ‘모든 좋은 수술은 모든 실수에 대한 명료한 기억’이라는 말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의사의 전문성 너머의 인간적인 가치를 최상에 두고 수술실에서 행해야 할 실천을 강조한다. 의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과 공감이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무언가 꿈틀대는 감동이 밀려온다.

AI와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도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감정이 얽힌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의사와 환자, 모든 의료진의 관계가 더없이 소중해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협력적 존재임과 동시에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임을 깨닫는다.

그것은 모든 직업인이 가져야 할 자세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비록 작고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 일은 다른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사소한 것에도 정성을 다하자는 삶의 소신을 다시 한번 안아간다. 김진구 의사가 나눈 진솔한 이야기는 그 시간을 몇 겹으로 기억해 간 인내의 시간이다. 타인과의 진정한 유대관계는 내가 필요로 하는 곳에 손을 보탤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손길로 정성을 다해가는 마음을 얹어 누군가에게 연결될 수 있는 가치를 이어가 보련다.




♧ 길을 걸으면 누구나 공평해진다. 한번 이 코스에 들어오면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그 길을 오로지 자기 두 발로 걸어야 한다. p.209


♧ 내 뒤에 따라올 누군가를 위해 작은 표식 하나 남겨두어야 한다는 책임도 배운다. p.210


♧ 길을 잃어 헤매면 그냥 좀 헤매게 놔두자. 조바심 내지 말고 느긋하게 헤매 보자. 큰 방향만 잡고 있으면 좀 늦더라도 언젠가는 목적지에 닿겠지. 길을 잃고 헤매야 진짜 여행. p.213




자 이제 진정한 여행을 떠나 볼까! 내 가는 길 사이사이마다 때론 멈춰지더라고, 조바심 나더라도 올곧은 의지 하나 마음 가는 대로, 나의 소망과 소명이 가는 방향대로 꿋꿋하게!


실패를 기억하는 일로부터 나아갈 수 있는


돌팔이는 진정 돌팔이가 아니다.



곁을 지켜내는



생명을 나누는 의미에서의 손길


마음과 마음을 두어 가는


꽃이 피는 그것을 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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