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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고백

푸르른, 푸르른

by 현정아

청춘의 고백

시│현정아

퇴근길을 돌아 펼쳐진 하늘이

유난히 반가운 이유,

고단함의 위로를 담아낸

기꺼이의 격려 같아


가장 푸르른 날의 젊음이 흐른다

젊음은 나이가 아니다

걸음마다 겹겹이 쌓인 수만큼

지금을 잘 살아내는 방식이다

온종일 옭아매던 매듭

찬찬한 위로로 풀어내는 순간

담아가는 것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인정


매일의 날들이 때론 버거워

휩쓸리듯 정신이 어지러워도

마음을 여전히 불태울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오늘도 걸어간다

“수고했어, 오늘도.

이기에 충분했어”


길게 바라본 눈을 따라 머문 하늘

멈춰 선 마음이 푸르도록 투영된다

그래,

푸르른 청춘은

내가 견뎌낸 날들

그 순간들의 합

그 위로가 쌓여

스미고 흐르는

가장 젊은 날의 보상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마주한 퇴근길.


차창 밖으로 비친 하늘을 본 순간 빛깔이 유난히 깊고 푸르러서 그만 마음을 훅 빼앗기고 말았다. 쿵쾅거리듯 동요되는 마음이 입을 따라 흘러나온다.


“와! 하늘 좀 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하늘빛이 고와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것은 내게 보내는 하루의 위로 같다. 마치 바다의 물빛을 있는 대로 끌어다 부어 하늘을 촘촘히 메운 듯한 풍경. 말 그대로 장관이다. 하늘빛, 물빛. 바라보는 눈가가 살며시 적셔진다. 그리고 나를 찬찬히 돌아보게 된다. 그날의 나에게 작은 격려를 보낸다.

‘잘했다. 너이기에 충분히 해냈지. 오늘도 수고했어.’

내게 인정하는 순간 힘이 불끈 솟고 마음이 곱게 푸르러진다. 하루의 고단함이 씻겨 내려가듯 투명하게 흩어진다. 사실 익숙함이 자리하기 전에는 매일의 날들은 버겁고 고단함의 연속이다. 물론 익숙하다고 해서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안에서 나의 성장을 보게 되는 날들이 있어 좋다. 아주 작은 감동을 마주할 일들이 쌓여가는 것들 또한 즐거운 일이다.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기에, 나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기에 오히려 고마운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들은 가득하겠지만, 정신없이 휩쓸리고 어지러워 부대낄 날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해내는 하루가 내게 주어지는 것 자체가 고맙다. 내가 할 수 있기에 주어지는 것이라 여기며 새로운 일들도 나로 인해 푸르러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는다.

젊은 날이 가진 은혜는 나이가 주는 선물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저기 ‘훅훅’ 치고 들어오는 일들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마음 하나, 가장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태도. 그 작은 마음이 나를 여유롭게 인내하리라.


“지금의 너는 그대로도 충분해. 여전히 빛나는 청춘이야.”


하늘이 여름 안에서 흐른다. 내가 걷는 길 따라 푸르게, 푸르게.



구름이 뭉게뭉게 여름을 피우다


바다빛, 물빛, 하늘빛


푸르름이 머물다


기막힌 하늘 따라 눈을 떼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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