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향기 따라
시│현정아
오래 품어
피어나다
머물고 머물러
만개한 빛으로
잊지 못할 시선
사이에 두고
향기를 이룬
하나의 마음
고고한 사랑
숨결을 따라
폭 안기다
국화꽃 향기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 집 마당엔 만개한 국화꽃이 한창이었다. 아빠는 국화꽃을 참 좋아했었다. 국화뿐 아니라 철마다 심고 기른 나무와 꽃들은 사랑이었다. 그중에 으뜸은 국화꽃이다. 정성으로 길러낸 손길마다 꽃이 되었다. 해를 품고 물을 머금어 잉태한 꽃잎은 가지마다 신선한 향기를 담았다. 노랗고 빨간 자줏빛 향기가 고운 흙 위에 머물러 온통 진해져 갔던 기억. 국화꽃이 시드니 더 이상 마당엔 꽃이 피지 않았다. 손길이 멈춰진 자리엔 기억으로만 무성한 가을 향기만이 남아 있다.
퇴근길 국화 축제가 한창인 곳을 찾았다. 기억 속에 머무르던 그 향기를 다시 맡는다. 진하게 머물렀던 그날의 기억들이 어렴풋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안개처럼 자그마한 형상이 아빠의 손길인 듯 부드러워진다. 오는 길에 튼실한 국화꽃 화분을 사 왔다. 이젠 우리 집에도 아빠가 산다. 아빠와 함께 집으로 오는 길. 그리운 국화꽃 향기가 차 안 가득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