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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Jul 04. 2024

Special Needs Consultant가 뭘까요?

"너 무슨 콜렉터냐?"


전 직장에 있을 때 나와 친한 VP가 회의 중에 던진 농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은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은 자격증을 나는 이메일 자기소개에 5개나 적어 놓았으니까. CFA, PMP, Six Sigma Black Belt... 미국에 산지가 7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언어에 대한 부담과 콤플렉스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것이 자격증 취득을 통한 '증명'에 대한 욕구로 드러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올해 새로 딴 자격증은 이것들과 결이 좀 다르다. 






나는 자폐를 가진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애초에 미국에 살기로 한 것도 것이 장애를 가진 아이 때문이었으니 더 나은 것들을 아이에게 주기 위해 각종 세미나도 다니고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공부도 했지만, 남의 나라 제도와 규정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 공부 중에 알게 된 것을 주변 부모님들이나 인터넷 모임 등에서 나누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큰 그림을 보여주기보다는 특정 주제나 제도에 대한 정보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1년쯤 전, 집 근처에서 열린 설명회에 갔었는데, Special needs 전문 변호사, finance consultant 등 전문가들이 모여 각종 제도에 대해 설명도 하고 질의응답도 하는 이벤트였다. 분명 도움이 되는 정보들도 많았지만 머릿속에 남은 건 '시간당 400불'의 어마어마한 비용이었다. "I am an expensive friend"라며 변호사가 강의 중 농담을 던졌는데, 별생각 없이 도움을 청했다가는 자칫 2-3만 불은 우습게 깨지겠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로스쿨을 가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공부 좀 하고 가면 이런 변호사 상담 비용이 줄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게 바로 Chartered Special Needs Consultant 자격증 준비였다.

 

Special Needs Consultant란 장애를 가진 부모들이 자신의 상황과 인생 단계에 따라 자신의 노후, 그리고 자신의 사후 자녀의 인생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조언해 주는 전문가이다. '대학만 보내면 알아서 먹고살겠지'라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많은 부모들과 달리,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는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자녀들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보장은 할 수 없더라도) 고민하고 그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 특히 이 미국은 의료보험이 없으면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설령 내가 물려줄 자산이 있더라도 이것이 자녀의 SSI (Supplemental Security Income, 기초연금)나 Medicaid (기초수급자용 의료보험)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즉, '부모가 가진 자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아이에게 물려줄 것이고, 부모가 죽은 이후에 아이의 환경 변화가 크지 않게 하려면 어떤 식으로 다양한 도구들 (유언장, 트러스트, 가디언, Special Needs Trust, ABLE 등등)을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과 케이스들을 배우게 된다.


사실 강의를 듣기 전엔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이 '이쪽 field에 대한 전문성을 원하는 재무 전문가'일 줄 알았는데, '보통 강의들의 학생들은 다 젊은데, 이 강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부모들이 많이 들어서 평균 연령이 높다'라는 강사의 코멘트를 수업 중에 듣고 나니 씁쓸하기도 하면서 뭔가 내가 혼자는 아니라는 안도감까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과정은 생각보다는 꽤나 험난했다. 이번 상반기는 이직 준비에 애 라이딩 부담도 많았기에 공부는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고, 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저 지금 배워놓는걸 평생 써먹을 수 있다는 마음이 있어서 반년 간 공부의 끈을 계속 붙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학비에 재시험비에 한 3천 불 조금 안되게 나름 큰돈을 썼지만 후회는 조금도 없다. 큰 틀에서 뭘 해줘야 하는지 알았고 실제 전문가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부분을 살아가면서 주의해야 되는지 배웠으니까. 딱히 돈을 더 벌거나 몸값을 올리려고 딴 자격증도 아니고, 그저 아들 태민이의 미래를 잘 설계하고 주변의 부모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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