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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Feb 10. 2021

아이는 왜 밤새 울었을까?

달래기 너무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새로운 호텔 가고 싶어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태민이는 마루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면서 여행에 대한 갈망을 온몸과 마음으로 표현한다. 그게 2 star 모텔이든 5 star 최고급 호텔이든 상관없다. 호텔 입구로 들어가 직원에게 카드키를 받고, 로비에 있는 음료 자판기 버튼을 눌러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카드키를 대면 조그만 불빛이 반짝이며 문이 열리고,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에 뛰어 올라가 뒹구는 것까지. 어른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이런 것들도 태민이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자 놀이인 것이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고작 몇 년 전만 해도 태민이를 데리고 호텔이나 남의 집을 가는 것은 마음의 준비를 필요로 하는 큰 행사였다. 건물 안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는 마치 귀신의 집에 들어간 것처럼 울기 시작했고,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징징대서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그제야 진정하곤 했다. 오죽했으면 오랜만에 귀여운 손주를 봐서 반가웠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제 봤으니 됐다. 애 우니 빨리 가라"고 하시며 온 가족을 돌려보내셨을까. 고작 4년 전인 2017년 설에도 태민이는 할아버지 집에서 있는 내내 징징댔고, 가기 전에 할아버지에게 안겨 사진을 찍을 때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사진을 나중에 보내주시던 할아버지의 한마디. 


난 맨날 그 얼굴만 봐서 그게 태민이 얼굴 같아

낄낄대며 웃다가 아버지의 저 한마디에 씁쓸해하던 기억이...




필자와 아내 모두 이를 가는 사건이 하나 더 있다. 2016년 겨울,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필자 부부는 신나서 경주 여행 계획을 세웠다. 좋은 호텔도 저렴한 가격에 예약했겠다, 경주 구석구석을 2박 3일간 돌아볼 생각에 기대에 가득 차서 내려간 첫날밤. 



그는 잠들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벽 혹은 바닥 어딘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 그렇다고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끄러웠던 건 아니다. 물론 필자 기준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아이는 낯선 곳에 있는 것도 싫은데 정체 모를 소음까지 나서 그런지 새벽까지 난리를 부렸다. 이 푸닥거리를 한번 더 할 자신이 없었던 우리는 선불로 내놓은 호텔 예약과 꽉 차 있던 여행 일정을 모두 포기하고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자폐에 대해 공부하고, 아이와 지낸 시간이 쌓여온 지금은 왜 그때 태민이를 달래기가 그리도 힘들었는지 안다. 자폐인들은 새로운 환경이나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으며, 유감스럽게도 여행은 새로운 경험과 변화로 가득하다. 발달이 늦어 말로 본인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 (특히 남의 집이나 숙소)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방법은 울음과 생떼밖에 없었으리라.


필자 부부는 태민이의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최대한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이라 판단하였으며, 이에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차로든 비행기로든 무조건 여행을 떠났다. 물론 이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렇잖아도 무겁던 여행가방에 2kg에 달하는 아이의 애착 이불까지 넣느라 수하물 무게 초과로 공항에서 짐을 다시 싸기도 여러 번이었고, 여행만 했다 하면 아이가 감기가 걸리는 통에 여행인지 고행인지 헷갈려하며 집에 돌아온 적도 꽤나 있다. 여행 경비로 상당한 돈을 쓴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어느샌가 두려움은 간 곳 없이  '새로운 호텔'과 '여행'을 찾는 아이를 보면, 그때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그래, 여행 가자. 새로운 호텔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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