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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Feb 08. 2024

어떤 사람이 자기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일까

자기애적 문제의 유형

  이번 글에서는 자기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삶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흔히 말하는 '자기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자기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흔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죠. 실제로 정신의학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자기애적 성격문제가 있다고 설명해요. 하지만 자기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자기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아픔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이 자기애적 문제들을 보다 다각적으로 바라보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수 있었으면 해요.




  정신의학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진단기준인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에서는 자기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모습들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기애적 성격장애 진단기준, DSM-5>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과평가하고, 타인에게 존경을 요구하며, 공감능력이 부족함. 이런 모습들이 청년기부터 시작되어 여러 상황에서 나타남. 앞에서 서술한 전제에 더하여, 다음의 9개 기준 중에 5개 이상을 만족할 시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음.

1. 자신이 지나치게 중요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낌.
2. 성공, 권력, 이상적인 사랑과 같은 공상에 몰두함.
3. 자신의 문제는 특별하고 특이해서, 특별히 높은 지위의 사람만이 본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함.
4. 과도한 존경을 요구함.
5. 특별한 대우를 받기를 원함.
6. 대인관계에서 착취적임.
7.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음.
8. 다른 사람을 자주 부러워하고, 남들이 자신을 시기하고 있다고 믿음.
9. 오만하고 건방진 행동이나 태도를 보임.


  DSM-5 진단기준에서 설명하는 자기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의 모습은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기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자신을 과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며 공감하지 못하고, 성공과 권력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요. 잘난 척만 해서 꼴불견인 회사 동료, 후배들을 갈아 넣으면서 자신의 성과만 챙기는 회사 선배, 경제적 성공에만 몰두되어 관계는 뒷전이고 돈만 찾는 친구 등은 모두 정신의학에서 설명하는 자기애적 문제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과평가하고, 타인을 착취하고, 권력과 성공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은 자기애적 성향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꼭 이런 사람들만 자기애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인츠 코헛의 자기심리학에서는 보다 다양한 자기애적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전에 한 사람의 자기애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자기 대상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어야 한다고 설명드렸어요. 만약 자기 대상이 되어줘야 할 부모가 아이에게 충분한 수준의 공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그 아이는 자기애적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고 결국 자기의 장애가 생기게 됩니다.


  자기애적 문제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자기 대상의 반응이 부족한 경우고, 다른 하나는 자기 대상의 반응이 과도한 경우입니다. 정신분석에서 전자는 자기 대상의 결핍 반응이라고 하고 후자는 자기 대상의 과도 반응이라고 표현해요. 이들을 천천히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자기애적 문제의 유형




자기 대상의 결핍 반응 : 자극-결핍 자기, 파편화된 자기, 과부담 자기


<1. 자극-결핍 자기>


  아이들은 자신을 과시하며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막상 부모가 아이의 인정 욕구에 충분히 공감해주지 못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유형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모에게 인정받는 경험이 매우 중요한 자극이 됩니다. 부모에게 충분히 인정받은 아이들은 행복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고, 나중에는 부모가 아닌 타인에게도 인정받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열심히 살아갈 수 있거든요. 어렸을 때 인정받았던 즐거운 기억이 평생 동안 꿈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되는 셈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인정에서 오는 행복한 자극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극이 결핍된 자기를 가지게 됩니다. 행복한 자극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일생동안 자신을 감정이 없고 지루한 존재라고 느껴요.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도 이들을 감정이 없고 활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자극-결핍 자기를 가진 사람들의 삶은 공허하고 우울한 경우가 많아요. 정신분석에서는 이를 두고 공허 우울증(empty depression)을 겪는다고 표현합니다.


  타고난 기질과 일생동안 형성되는 성격에 따라서 자극을 추구하는 정도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극이 주는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짜릿한 즐거움을 싫어하는 사람도 지루한 삶이 계속되면 소소한 일탈을 통해서 가벼운 자극을 추구할 수 있어요. 이처럼 건강한 사람도 지루한 하루가 계속되면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자극을 꿈꾸게 됩니다. 지나친 자극은 우리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만, 적절한 자극은 우리에게 활기를 주기 때문이에요.


  자극-결핍 자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공허하고 무기력한 삶을 달래기 위해서 일탈을 꿈꿉니다. 하지만 자극의 결핍이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었던 이들은 가벼운 자극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극심한 허기짐을 겪는 사람이 밥 한 숟가락을 먹는다고 해서 배고픔에서 오는 고통이 충분히 해소되지는 않겠죠. 마찬가지로 자극의 결핍이 극심했던 사람은 사소한 일탈로는 충분히 만족스럽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매우 자극적인 일탈을 꿈꾸곤 해요. 성적 행위, 약물, 알코올, 도박에 중독되거나, 하루종일 사람들을 만나면서 공허한 삶에 새로운 자극들을 어떻게든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간 자극에 목말라 있었을 사람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자극추구만을 위한 행동들을 통해서 얻는 흥분들은 결국 거짓-흥분(pseudo-excitement)에 불과해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즐거움도 아닐뿐더러 잠깐 뿐일 쾌락을 위해서 이후에 감당해야 될 위험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극-결핍 자기를 가진 사람의 삶은 공허하고 동시에 위험합니다.


<2. 파편화된 자기>


  아이가 파편화된 자기를 응집된 자기로 발달시키려고 할 때, 아이의 자기애적 욕구에 공감적으로 반응해 줄 자기 대상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부 부모들은 아이에게 제대로 공감해주지 못하고, 심지어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하기도 해요. 이 경우에는 부모가 주는 자기애적 상처로 인해서 아이들의 자기가 도저히 발달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 설명드리는 자기애적 문제의 유형 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유형이에요.


  이전에 설명드렸지만 파편화된 자기는 가장 원시적이고 취약한 상태의 자기입니다. 정신적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에서 이따금씩 사용되는 '유리멘탈'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유리멘탈은 사소한 충격에 부서질 수 있는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건강했던 사람도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입으면 잠시나마 유리멘탈이 될 수 있듯이, 응집된 자기를 가지고 있던 사람도 자기애적 상처를 많이 받으면 일시적으로 파편화된 자기로 돌아가서 취약한 마음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파편화된 자기를 일생동안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세상은 어떨까요? 이 사람은 과거에 겪어야만 했던 자기애의 좌절로 인해서 자존감은 바닥이고, 늘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멘탈과 같은 삶을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매사에 자신감도 없을뿐더러 사소한 실망이나 가벼운 비난이라도 받는 날에는 나의 존재가 세상에서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상처 난 자기에 더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 극도의 분노, 불안을 보이기도 해요. 감정이 불안정하다 보니 자기 파괴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들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파현화된 자기의 삶은 자신도 불안정하고,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도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게 돼요.


취급주의가 적힌 택배상자 속 내용물처럼, 파편화된 자기의 삶은 늘 언제 마음이 깨질까 초조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과부담 자기>


  이전에 이상화 부모 이마고에 대한 자기애적 욕구를 설명드리면서, 상처를 받고 불안해하는 아이에게는 자신을 달래줄 수 있는 완벽한 부모의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죠. 반대로 마음을 달래주는 부모가 없이 자라났던 아이들은 과부담 자기를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어렸을 때 부모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켜 봤던 사람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스스로 마음을 잘 진정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과부담 자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년기에 마음을 진정시켜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마음을 달래는 것이 참 부담스럽고 어렵습니다. 이를 두고 정신분석적으로는 자기-진정(self soothing)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요. 이 유형의 사람들은 가벼운 불안이 찾아오더라도 금방 마음이 평온해지지 못하고, 남들보다 자주 불안한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에 흔들리는 삶이 계속되다 보면, 내게 불안을 던져주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 삶은 이미 이토록 불안한데 왜 사람들은 몰라주고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그러다 보면 세상 사람들이 나만 미워하는 것 같아 억울해지고, 급기야는 사람들이 나를 고의적으로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 사람들을 의심하며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편집분열자리에 위치한 삶처럼, 타인을 믿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로 외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대상의 과도 반응 : 과자극 자기


  양극성 자기에는 꿈을 뒤에서 밀어주는 야망의 극과 꿈을 앞에서 이끌어주는 이상의 극이 존재한다고 설명드렸죠. 두 개의 극에서 요구하는 자기애적 욕구는 서로 조화롭게 충족되어야 자기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어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 개의 극에서 요구하는 자기애적 욕구만 편파적으로 충족된다면 아래와 같은 문제들이 생깁니다. 야망의 극만 과도하게 발달하는 경우, 그리고 이상의 극만 과도하게 발달하는 경우를 하나씩 살펴볼게요.


<1. 과자극 자기 - 야망의 극만 과도하게 발달하는 경우>


  어린 시절에 부모가 아이에게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면서 무작정 응원만 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유형입니다. 만약 아이가 '너는 최고의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이고, 최고의 사람이 되어야만 해'라는 말을 부모에게 매일 듣는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이 아이는 구체적이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목표로 인해 막막해하면서도, 어떻게든 부모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보겠죠. 하지만 최고의 사람이라는 목표는 매우 구체적이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목표입니다. 아이가 노력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목적지가 아닐거에요. 그래서 부모의 과도한 응원으로 인해 아이의 야망은 점차 덩치가 비대해지지만, 반대로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 건강하지 못한 아이의 이상은 점차 시들어갑니다. 이러한 아이들 야망의 극만 과도하게 발달한 과자극 자기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돼요.


  만약 시속 200km가 넘는 차에 타고 있는데 내비게이션이 고장 났다면 우리는 마음이 어떨까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등을 생각하느라 주변 풍경을 둘러볼 여유가 없을 거에요. 그리고 차라리 차가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하고 차가 앞으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기만 하겠죠.


  야망은 가득한데 이상은 불확실한 자기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야망을 가지고 아무리 빨리 달릴 수 있더라도 나의 삶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어떨까요. 이들에게 삶은 매우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노력해서 얻어낸 성공들도 즐겁고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과거의 성공은 어디로 뛰어가는지도 모르는채 무작정 뛰다가 운수좋게 얻어걸린 것으로 느껴져요. 또한 현재의 성공은 내게는 과분한 것 같아 오히려 불안하고 두렵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이 유형의 사람들은 야망은 커서 열심히는 살아가지만, 막상 성공에 가까워지면 행복해하지 못하고 불안해합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해 자기주장도 잘 못하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것조차 불편하게 느껴요.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서는 소심하고 수줍어서 자기애적 문제가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자기애적 상처가 많은 유형입니다.


<2. 과자극 자기 - 이상의 극만 과도하게 발달하는 경우>


  어린 시절에 부모가 아이에게 높은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응원은커녕 비난과 질책만 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유형입니다. 응원 없이 질책만 받아온 아이는 부모님의 목표를 충족시켜 혼나지 않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됩니다. 하지만 당근 하나 없는 채찍은 단기적으로는 반짝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같은 이유로 부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서가 목표인 아이들은 야망의 극이 시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의 높은 목표가 아이에게는 확실한 이상이 될 수는 있기에 상대적으로 이상의 극은 양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밀어주는 힘은 하나도 없는데 앞에서 끌어주기만 한다고 해서, 꿈이 일생동안 계속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상의 극만 과도하게 발달하는 과자극 자기의 삶은 결국 뒷심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자책을 많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쳐다보기에 목이 아플 정도로 꿈은 높은 곳에 존재하는데, 뒷심이 부족했던 자신은 낮은 곳에 살고 존재하거든요. 높디 높은 이상과 낮디 낮은 현실의 간극에서 많은 괴리감과 자책감을 겪습니다. 간간히 힘이 날 때면 이상을 향해서 달려가보지만, 야망에서 오는 힘이 부족하기에 자꾸만 꿈을 향한 발걸음이 멈추게 돼요. 그렇게 이들은 무기력감과 자책감과 함께하며 일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망의 극만 과도하게 발달한 삶은 명확한 방향 없이 등만 떠밀리는 것과 같고, 이상의 극만 과도하게 발달한 삶은 등을 밀어주는 사람은 없는데 높은 목표만 강요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까지 자기애적 문제에서 시작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이야기하는 자기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자신만만해하는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자기심리학에 따르면 자기주장 못하고 수줍은 사람들부터 공허한 우울감을 겪는 사람들,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겪는 사람들 등이 모두 자기애적 문제를 배제하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자기애의 상처가 깊은 사람들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이전에 설명드렸던 것처럼 코헛은 자기애적 좌절이 심하면 자기의 발달이 멈추지만, 반대로 자기애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자기 대상이 곁에 존재하게 되면 자기의 발달이 재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어렸을 때 부모에게 충분히 충족받지 못했던 자기애를, 새로운 자기 대상에게서 자기애를 충족받을 수 있다면 취약한 자기에서 보다 응집된 자기로의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는 셈이에요.


   이러한 회복 과정은 자기 대상에 대한 허기짐, 즉 대상 갈망(object hunger)으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배고픔을 느끼면 식욕을 채워줄 수 있는 음식을 찾듯이, 사람은 자기애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자기애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자기 대상을 본능적으로 찾거든요. 하지만 배고픔에 자기 대상을 찾아나선다 하더라도, 자기애를 필요한 만큼 가득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현실에 잘 존재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부모-자녀 관계가 아닌 이상에야, 일반적인 사회적 관계에서는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관계가 유지되니까요.


  하인츠 코헛 사람은 일생동안 자기 대상을 필요로 하면서 살아간다고 표현했어요. 살다 보면 자기애가 고갈되어 자기 대상이 필요해지는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기애가 부족하다고 해서 무작정 남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착취하다 보면 우리의 주변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에게 적당히 요구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만 해요. 그런 사람의 곁에는 건강한 자기 대상들이 존재하고, 결국 자기애의 풍요 속에서 건강한 자기가 행복하게 숨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과시적인 사람들 외에도,
자기애가 문제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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