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슬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슬프다. 다만 조용히 애도할 뿐이다.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뉴스를 피하게 됐다. 원래 즐겨 보지도 않았지만 일부러 피해다니는 것처럼 뉴스를 피했다. 뉴스 자체가 나쁘다는게 아니다. 사회면 뉴스 그 중에서도 아이들과 관련된 슬픈 소식은 견딜 수가 없다. 감정이입을 심하게 하는 편이라 영화 보면서도 잘 울고, 책 읽다가 운 적도 많다. 그래서 죄없는 아이들에 대한 슬픈 뉴스가 나오면 견딜 수 없이 슬퍼졌다. 내 아이는 아니지만 그 아이의 엄마 마음을 너무 잘 알것 같아서 가슴 한켠이 욱씬욱씬 했다. 그리고 오래 이어졌다.
하지만 무방비로 훅훅 치고 들어오는 소식들을 다 거를 순 없었다. 내가 무인도에 사는 것도 아니고, SNS를 안하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번엔 정말 무방비로 당해버렸다. 맵고 쓴 카운터 펀치처럼.
많은 사람들이 익명으로 모여있는 오픈 채팅방은 늘 즉흥적이고 시끄럽다. 그 소식이 들리던 밤, 유난히 어린 친구들이 많았던 그 방에 동영상이 하나 둘 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뭐 별일이겠거니, 누가 또 재밌는 분장을 했나보다 하며 생각없이 눌러본게 화근이었다. 자세한 묘사는 하기 싫다. 그냥 믿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절박하고 심각한 상황이 누군가는 좋은 구경거리였나 보다. 황급히 동영상을 끄고 나왔는데 이런 말이 보인다. 구급차 소리에 맞춰 누군가 춤을 추고 있다고. 할 말을 잃은 나는 그 방을 나와버렸다.
물론 그 방에 정신없는 사람들만 있는건 아니다.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을 올리지 말라는 당부가 이어졌고, 혹시나 그 시간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걱정하는 글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너무 마음 아픈 나머지 그런 걱정들을 읽는 것 조차 싫어졌다.
다음날 아침부터 티브이와 포털 메인 화면이 부지런히 소식을 전했다. SNS는 애도 사진과 글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동영상을 공유했다. 부지런히 그런 소식을 외면했다. 슬쩍 지나치듯이 보기만 해도 가슴이 너무 아팠다. 웃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는 끊을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뭘 가슴 아파 하는지 나에 대한 짜증도 밀려왔다.
그런 마음을 며칠 누르고 있자니 가슴이 너무 답답해진다.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는다고 해서, SNS에 애도 사진이나 글을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덤덤하다는 건 아니다. 그냥 속으로 슬픔을 삼키고 또 삼킨다. 그러다 결국 브런치에 찾아와 글을 토해내고 있다.
자칫 이번 사건에 대한 비난이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할로윈 문화 자체가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정상적인 인파와 사전 신고에도 별 반응하지 않았던 일부 몰지각한 민중의 지팡이님들이 문제고, 소름 돋을 정도로 개념이 없는 일부 사람들의 문제다. 제발 이런 분위기가 즐거운 문화와 축제를 기죽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충분히 애도하고, 정신 차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