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다시 회사로 나가기 시작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첫 달의 긴장이 어느정도 풀리고, 지옥철 출퇴근길도 좀 적응하고나니 슬슬 일상이 되는 느낌이다. 일상이라는게 그렇다. 무덤덤하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것 같으면서 한편으로 하루종일 에너지를 쏟아부었기에 밤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느낌. 누군가 내게 고무줄을 아프진 않을 정도로만 탁탁 튕기면 처음에는 짜증을 내다가 나중에는 그러려니 무기력하게 반응도 안하고 냅두는 그런 느낌 말이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뭔가 이대로 일만 할 수는 없다는 강박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도 전처럼 주말과 월급만 기다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은 월급과 단순한 출퇴근 루틴을 넘어서는, 무언가 더 크고 중요한 것이 필요하다는 조급함이 지속되고 있다. 아마도 이건 블로그나 기타 여러 온라인 활동을 통해 크진 않지만 작게라도 돈을 벌어보고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벌이라는 것이 신통치 않고 지속적이지 않아 결국 백기를 들고 다시 회사로 갔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커지는 육아 비용과 달라진 주거 환경을 유지할 비용을 외벌이로 감당하는 것은 어려웠다. 아무리 용을 써봐라. 전에 받던 월급만큼 따박따박 돈이 벌리나. 결국 나는 회사 밖에서 적게 버는 것보다 회사 안에서 적당히 버는 것을 선택했다.
그동안 잊고 있던 월급의 소중함은 달콤하지만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볼수록 내가 이 숫자를 더 키울수 있을지, 혹은 이 숫자를 언제까지 찍히게 할 수 있을까 심란하기만 하다. 출퇴근 지옥철에서 사람들에게 밀리다보면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있기도 힘들어 이상한 요가 자세로 끼어 실려갈 때, 현타는 제대로 온다. 출근해서도 하루에도 몇번씩 불쑥불쑥 찾아오는 욱함. 어떻게 하면 힘들게 다시 컴백한 회사를 다시 때려치우고 회사 밖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혼자 심각해진다.
출퇴근 길을 알차게 써보겠다고 읽고있는 연재 칼럼의 저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가 내가 결국 원하는 갓생, 즉 회사 퇴사후에도 다양한 루트로 수입을 얻으며 갓생을 살 수 있다고 설득한다. 물론 이 사람도 글에서 미처 못다룬 힘든 점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을 어느 정도 이루고 살고 있고 나는 그걸 부러워 하면서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다. 그렇다. 나는 배가 아픈 것이다.
나도 회사 밖에서 작게 말고 많이 벌고 싶다. 아니 요즘 시대가 어디, 근로소득만으로 욕구가 채워지는 시대인가? 나도 n잡, 나도 좋아하는 일, 나도 잘하는 일로 '밖에서' 벌겠다. 회사 '안에서'만 벌지 않겠다. 정확히는 내 시간을 갈아 남의 일을 대신 해주지 않겠다. 당장은 브런치에 찡찡대고만 있지만 이렇게 두서없이라도 정리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보잘것 없는 첫 걸음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