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지역 선정과 안전, 웜 샤워와 카우치서핑
외국에서는 자전거 여행과 캠핑이 조합된 '바이크 패킹'이라는 용어가 존재할 만큼 이미 하나의 여행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여행엔 텐트를 활용하는 캠핑을 포함합니다. 텐트를 쓰기 위한 캠핑지 선정과 안전 확보에 있어 모든 나라의 상황을 이 글에서 전부 다룰 수 없지만 상식을 바탕에 두고 접근한다면 캠핑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캠핑이 가능한 곳을 찾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인터넷에 검색해 나오는 유료 캠핑장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유료 시설의 경우 부대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배정된 잠자리의 공간 확보 외에도 공용 부엌이나 샤워실 등을 쓸 수 있기에 하루 여행의 마무리로 상당히 쾌적합니다. 또한 잠자리에서 높은 안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유료 캠핑장이 아닌 장소를 통해 캠핑을 계획하며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분이라면 아래와 같은 우리나라 캠핑에 대한 관련 법령을 대략적으로라도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외우진 않더라도 이러한 곳은 피해서 캠핑을 하자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캠핑장이나 야영장이 아닌 산이나 계곡 등에 텐트를 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장소에서는 야영을 할 수 없으므로 야영 금지구역이 아닌지 먼저 확인이 필요합니다.
- 생태 · 경관보전지역 중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는 장소 외의 장소 (핵심구역 및 완충구역에 한함) [규제「자연환경보전법」 제16조 제2호]
-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郡立公園) 및 지질공원 등에서 지정된 장소가 아닌 장소 (규제「자연공원법」 제27조 제1항 제6호)
-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호 및 번식을 위해 지정된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 (규제「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3항 제2호)
- 국립수목원 또는 공립수목원 (규제「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17조의 2 제3호 및 규제「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의 2 제1항 제4호)
-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수도법」 제7조 제3항 제2호 및 규제「수도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제3호)
위의 장소를 벗어나 캠핑할 곳을 찾았다면 여건이 허락되는 하에 화장실, 샤워실, 취사장과 같은 부대시설과 가까이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캠핑장이 없는 곳이라면 사유지 침범을 하지 않고 관계법령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마을 정자나 공원, 숲 속, 빈 건물, 공터 등이 모두 가능합니다.
국내에는 무료 캠핑장이 있지만 지자체의 사정에 따라 보수 및 여러 사유로 폐쇄하기도 하니 여행 루트를 정한 상태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미리 알아보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길입니다. 한편 늦은 시간까지 캠핑 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인근 주민들에게 부탁해 여유 공간에 캠핑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을 못 구하는 상황에 발생하는 문제는 샤워의 가능 여부입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페트병에 물을 담아 간단하게라도 땀을 씻어 내는 것은 조금이나마 유쾌한 잠자리를 돕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인구 밀도가 낮은 나라에서의 여행이라면 캠핑해야 할 상황은 반드시 생깁니다. 특히 낯선 곳을 지나다 숙소를 못 찾았을 때 캠핑을 선택하곤 합니다. 때론 적당한 곳에서 조용히 잠만 자고 떠나는 일명 스텔스 캠핑(잠행, 혹은 와일드 캠핑)을 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외국 여행에서의 캠핑은 나라와 지역별로 관계 법령이 다릅니다. 캠핑지 선정에 우선순위를 둘 곳은 Rest area(휴식처)가 되는지의 유무입니다. 캠핑 장소로는 우리나라 여행과 마찬가지로 주로 숲, 넓은 공터, 사람 없는 폐가, 빈 건물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캠핑카들이 있는 곳은 자전거 여행자에게도 안전 확보에 좋으며 물과 화장실이 있으면 상당히 좋은 조건입니다.
자전거 여행이 발달한 유럽의 경우 아무데서나 캠핑이 가능할 것 같은 네덜란드, 벨기에는 함부로 캠핑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의 경우 경우엔 사유지를 제외하곤 자유롭게 캠핑이 가능합니다. 같은 지역(EU & 쉥겐 조약 국가들)이라도 나라마다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한편 관계 법령이 느슨한 나라들(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의 경우 안전만 적당히 확보된다면 현지인들에게 묻거나 또는 공권력이 미치는 경찰서, 소방서 등을 찾아가 하룻밤 캠핑을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영미권 여행 중에 Rest Area 지역(주로 호주, 뉴질랜드)이 보이면 그곳을 캠핑장 삼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찾는 루트인 미국 자전거 여행이라면 어드벤처 자전거 여행협회(https://www.adventurecycling.org/)를, 유럽 자전거 여행이라면 유로 벨로(https://en.eurovelo.com/) 사이트에 들어가 본인이 여행할 루트를 미리 확인해보고 해당 국가의 관계 법령을 알아놓아야 합니다.
기타 정보를 찾아도 잘 나오지 않은 나라의 경우 현지인, 특히 경찰에게 묻는 것이 가장 쉽고 정확합니다. 여행 중인 자신의 처지를 잘 설명한다면 현지인들은 외국 여행자를 도와줄 가능성이 큽니다.
★ 꿀 정보! 한국인이 자주 가는 벨기에, 네덜란드의 무료 캠핑장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 여행 중 많이 찾는 나라인 네덜란드, 벨기에의 경우 자전거 여행에도 좋은 조건이지만 허가된 지역이 아니면 캠핑을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비싼 도시의 숙박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다음의 웹사이트를 활용해 무료 캠핑을 할 수 있습니다.
https://www.logerenbijdeboswachter.nl/natuurkampeerterreinen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웹사이트입니다. 현지인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웹사이트인데 여행을 좋아하는 현지인들이 종종 쓰는 장소입니다. 무료 캠핑 지역은 시설이 많이 부족하기에 장소별 특징 확인 후 필요한 것(특히 물!)을 미리 챙겨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세계 언어를 알 수 없어도 우리에겐 번역기가 있음을 잊지 마세요.)
캠핑지를 선정하는데 취향에 따라 ‘숲’을 우선순위로 두는 여행자들이 있습니다. 밤이면 다니는 사람이 적어 방해를 받지 않지 않기도 하거니와 남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숲을 자주 볼 수 있는 지역이라면 걱정 없이 스텔스 캠핑을 할 수 있기에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해 볼 것을 권해 드립니다.
숲을 찾기 위해 지도를 따라간다고 해서 100%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럴 상황을 대비해 스마트 폰으로 구글맵을 켜서 숲이 있는 곳을 확인 후 '위성 모드'로 변환, 진짜 숲의 형태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일반 지도 모드에서 숲으로 표시되어 있더라도 곳에 따라서 허허벌판인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지도상으론 호수임에도 물이 전혀 없는 맨땅인 경우도 있습니다.
미리 캠핑할 지역의 실제 모습을 위성지도로 확인해야 캠핑지 선택에 헛수고를 하지 않습니다. 지도를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본인이 방해받지 않은 선에서 이동 루트와 캠핑할 지역을 선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카우치 서핑과 웜 샤워는 국내, 국외 모두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여행국가의 현지인 도움을 받아 숙박을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카우치 서핑 (www.couchsurfing.com)이 배낭여행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여행자들에게 오픈이 되었다면, 웜 샤워 (www.warmshowers.org)는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자들의 경우 웜 샤워 호스트를 선호합니다. 자전거 여행의 경험이 있는 호스트가 많고 그 이유로 여행자들의 편의를 잘 배려하는 호스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카우치 서핑이나 웜 샤워 호스트 모두 사정과 환경에 따라 숙박 조건, 시간, 주의 사항이 전부 다릅니다. 미리 기간을 정해놓고 연락을 달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급한 상황에도 흔쾌히 여행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경우도 가끔 존재합니다. 여성의 경우 호스트 선택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하며, 호스트가 남자라면 후기가 여성들만 달렸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웬만해서 부정적인 후기는 서로를 위해 거의 남기지 않지만 부정적인 내용이 있다면 호스트에 대해 조심히 살펴야 합니다. 최근엔 개인 SNS 계정으로의 연계가 쉬워서 호스트에 대한 정보를 알기가 더 쉬워졌습니다. 호스트에 따라 최소한의 인사만 하고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며칠씩 머무르며 깊은 관계를 쌓아갈 수도 있습니다.
여행의 의미와 재미를 상상한 것 이상으로도 확장하는 방법이기에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나눌 수 있는 자기만의 무엇, 혹은 한국적인 무언가를 챙겨가 나눠줄 수 있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지나간 후에는 앞선 누군가와 뒤에 올 다른 여행자에게 비교될 수 있으니 현지 문화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 참고 :
2021년 카우치 서핑은 유료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긴 시간 많은 유저들이 코로나 사이 여행을 중단하면서 도네이션도 줄어 더 이상 무료로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카우치 서핑의 강제 유료화 이후 회원들이 다른 곳으로 몰리기 시작하면서 유명하지 않았던 사이트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중 자전거 여행자들이 접근과 활용이 어렵지 않은 유저수가 확보된 곳 두 곳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카우치 서핑과 거의 비슷한 웹사이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무료였던 시절 압도적인 회원수의 카우치 서핑에 비하자면 적은 편이지만 최근 비웰컴이 조금씩 회원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용 방식이 카우치 서핑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미 써 보신 분들이라면 활용이 어렵지 않습니다. 만약 처음 이러한 플랫폼을 사용하신다면 자신의 프로필을 가급적 자세히, 하지만 너무 과하진 않게 채우는 것이 호스트들에게 믿음을 주는 길이며 그 첫 시작을 경험으로 다음 호스트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트러스트 루츠는 문화 경험 교환에 기반을 두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개인적인 관심사나 이야기를 상세히 작성한 후 경험과 문화를 교환할 수 있는 호스트에게 1:1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숙박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 관심사나 경험 범위는 상당히 넓어서 일반 배낭여행객 외에 순례자, 자전거 여행, 히치 하이킹, 요가, 사진, 서핑, 오토바이, 건축, 서커스 등등 각기 다른 여행자들의 살아온 인생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숙박을 공유합니다. 역시 무료이며 카우치 서핑 유료화 이후 조금씩 가입자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앞선 국외 캠핑지에서 살짝 언급을 한 부분입니다. 여행국가에 따라 지역 관공서의 빈 건물이나 경찰서, 소방서 등에 캠핑을 요청하면 허락을 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자들이 특히 잘 쓰는 방법으로 잘 알려진 중미(코스타리카)에서는 현지 경찰서나 소방서는 대표적으로 안전을 도모하며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100% 성공률이 아니더라도 소개를 통해 안전한 곳에 캠핑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자가 많은 동남아 국가 중 태국도 경찰서 같은 곳에 요청하면 어렵지 않게 외국인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적당한 장소를 제공해줍니다. 실제 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안전을 위해 그렇게 여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권력을 통해 범죄로부터 최소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현지인의 초대로 그들의 집에 머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이 해당 국가 여행 중 초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100% 확신할 수 있는 바는 없지만, 최소한 염두를 해 둘 것은 안전문제입니다.
상황에 따라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거절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중동(터키, 이란, 오만 등) 여행은 현지인들의 초대가 빈번합니다. (그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만) 그 나라에선 여성의 지위가 낮습니다. 여성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초대 시 주의를 기울이시길 강조, 또 강조드립니다. 남자의 완력에 이길 여성은 웬만해서 없기에 초대해주는 사람에 대한 느낌 판단(그야말로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달렸습니다.
텐트로 사면을 막아 쉴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곳이 아니라 본인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위치에 그냥 자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숙에 가장 가깝습니다. 비박은 체온 유지에 특히 취약합니다. 비박을 한다면 적어도 지붕이 있거나 바람을 막아주는 곳을 찾는 것이 유리합니다.
캠퍼들을 위해 만들어진 캠핑지(특히 유료)라면 세탁을 하고 말리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세탁 시 주변 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캠핑이 가능하고 물이 있다 할지라도 상식에 비추어 빨래하는 것에 문제(본인의 행위로 오염수를 처리하는 곳이 따로 있지 않으면)가 있다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장소(호수나 강변)에선 더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한편 호스텔 같은 다인실(도미토리)이 존재하는 경우 곳에 따라 인원을 대비한 욕실이나 세면대의 사용 시간 때문에 세탁을 하다가 숙소 측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체크인할 때 세탁 사항을 대부분 명시를 해 놓기에 미리 숙지하고 문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세탁할 수 없다면 빨랫감을 모았다가 기회가 될 때 한 번에 하거나, 세탁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장기간 여행일수록 세탁 비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정을 고려하여 당일 빨래를 당일 해결하는 방식으로 빨랫감이 쌓이지 않도록 조절해야 합니다. 건조시간의 부족함이 있다면 여행 출발 전 적당한 시간을 내어 빨래하고 덜 마른 옷가지를 자전거에 매달아 라이딩을 하면서 말리는 방법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