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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Sep 03. 2024

서울 촌놈

프랑스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은 99% 서울 사람이었다. 다들 서울 부심이 대단했다. 본인이 서울에서 왔고, 서울에서도 압구정 출신이라느니, 목동 출신이라느니, 아니면 분당 정자동에 산다고 꼭 집어서 이야기를 했다. 자기 삶이 너무나 따분해서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서 프랑스에 왔다고 했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면서 그것도 부모 돈 받아가며 왔단다. 말이 좋아 예술가지, 달리 말하면 놈팽이다. 돈 쓰는 게 뭐그리 대단한 도전이라고 세상에 이렇게 팔자 좋은 사람들도 많구나, 새삼 놀라웠다. 


나는 저기 남쪽 지방 출신이고, 대학도 지방에서 나왔고, 중국에서 일을 오래 했다. 그러다 남편 따라 한국의 최남단 지방에 갔고 또 거기서 직장 다니면서 애 셋 낳고 지냈다. 평생을 지방을 벗어나질 못했다. 


나는 무슨 지방에서 왔다고 하면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는 갸륵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가 어디지?"라는 말을 했다. 자기는 한번도 그 지방에 가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갈 일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중에 한국 가서 나보고 서울 올라올 일 있으면 서울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뭐라고 답할지 몰라 그저 입다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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