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기리고]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기리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뻔한 학원물로 흘러가나 싶었다. 수학 성적과 더불어 사각관계를 암시하는 인물 소개를 볼 때까지만 해도. 아서라 얘들아. 고작 풋사랑이랑 수학에 목숨을 걸기엔 휴가 쓰고 영국에서 먹는 스콘은 너무 맛있단다.라는 라떼 멘트가 목구멍에서 기어올라오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Gen-z 들은 이런 이모의 꼰대력을 비웃으며 거침없이 작품 속을 누비고 다녔다. 세아(전소영)의 달리기 실력만큼이나 빠른 속도감은 회당 40분의 길이를 더 짧게 느끼게 한다. 그 덕에 총 재생 시간이 길고 곁다리가 많아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도, 8화를 완주하는 것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빠른 진행이 만들어내는 장점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잠시 멈춰 설명이 필요한 지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눈에 밟히는 지점들을 극 중간중간 만들어 놓고, 놓쳤나. 혹은 거슬리는 듯한 느낌이 눈가에 걸리는 순간. 작품은 의문들을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고는 걸림돌들이 쑥 뽑혀 나간 자리 위를 다지듯, 등장인물들은 다시 속도를 높여 뛰어다닌다. 이 천방지축들이 자유롭되, 그러면서도 만들어진 트랙 위에서 뛸 수 있도록, 작품은 앱과 오컬트라는 두 가지를 잘 섞어 인물들을 만두피처럼 감싼다.
사실 후반부의 전개는 초반의 흡입력에 비하면 조금 진부하다. 특히 세아가 빨간 폰을 찾기 위해 어떤 장소로 진입하는 부분에서부터는 짙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여태껏 세아가 달려가는 길에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었지만, 이 부분에서 만큼은 세아가 뛰는 발걸음이 조금은 무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나리(강미나)의 빌런화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분명 저주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있을 텐데, 단지 질투로 치부될 만한 대사 한마디로 세아를 계속해 방해한다는 설정은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오는 낯섦은 어쩌면 반드시 꼬집어야 할 단점이라고 하기보다는 기호의 차이 정도로 치부해도 될 정도일 것이다. 마치 나는 갈비만두가 달아서 선호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그 새로움에 더 끌리는 것처럼. (물론 없어서 못 먹음)
단점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호불호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작품을 설명하는 가장 큰 도구가 된다. 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저주가 계승되는 점을 다룬 영화는 라떼에도 존재했다. 그렇다. 어쩌면 [여고괴담] 시리즈 때부터 몇 번이고 반복했을 모티프이지만. 이 소재들로 대단한 기교를 부리겠다는 야심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었을까. 입 안에서 부딪치는 선호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절대 맛없는 만두라고는 부를 수 없는 작품의 탄생임에는 부정할 수 없었다.
방울(노재원)의 존재 또한 킥(Kick) 임과 동시에 계란의 존재 같다. 그가 없었더라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이 메뚜기 같은 인물들을 잠시 땅에 붙여놓지 못했을뿐더러. 극 중 거의 유일하게 정통 오컬트 기술에 몰두하는 햇살(전소니)과의 괴리감도 커졌을 것이다. 그 결과 입 안에서 맥없이 풀어지는 관계가 되었을 것이니까. 그의 희생 덕에 작품 속 요소들은 좀 더 단단히 손을 잡고 빨간 폰을 찾아내 임무를 수행하는데 좀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딤섬에 길들여져 있던 라떼 이모의 입맛에도, 이 만두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이 작품이 가진 확실한 매력 덕에, 장장 8화에 달하는 시간을 할애하고서도 후회 없는 선택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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