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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사과 김진우 Oct 22. 2023

Timing is everything

시작은 고관절을 풀어 주는 스트레칭부터 한다. 그다음은 대부분 스쿼트 20개씩 네 세트, 런지 15개씩 4 세트, 레그프레스 20개씩 네 세트, 체스트프레스 15개씩 네 세트, 사이드 레트럴레이즈 20개씩 네 세트, 숄더 프레스 12개씩 네 세트…. 전반 30분은 주로 하체 운동을, 후반 30분은 상체 운동을 한다.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은 운동으로 출발해서, 후반으로 갈수록 높인다. 수업을 마치면 트레이너는 내게 러닝머신을 30~40분 더 타고 가라고 숙제를 내준다. 겨우 끝냈는데, 숙제라니. 없는 핑계라도 만들어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일단 러닝머신에 올라서면 운동은 어느새 가능해진다. 운동 이전과 이후의 유산소 운동은 운동 전후 내 몸 변화를 보여 준다.      


"운동의 순서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내가 말하자, 트레이너가 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디자인 수업도 그렇지 않나요?" 생각해 보니 그렇다. 다른 말로 하면, Timing is everything이다. 교육(배움의 과정)은 물론 인생 자체가 그럴 것이다. 결혼할 운명의 상대가 있다기보다는 마침 결혼이라는 운명의 시간(time)이 왔을 때 ‘하필’ 내 앞에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이 결혼인 것처럼 Timing이 everything이다.      


내가 PT를 받으며 느낀 timing의 중요성을 디자인 교육에 대입해 본다. 디자인에서는 Zoom in(몰입), Zoom out(객관화)을 적절한 timing에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몰입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면 뜬구름 잡는 디자인이 되기 쉽고, 몰입하지 못하면 매력적인 디자인이 되기 어렵다.      


디자인 대학에서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백화점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무언가에 정신없이 집중하다가(zoom in), 어느 순간이 되면 딴 사람처럼 백화점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zoom out)과 비슷하다. 창문이 없는 폐쇄적인 공간에서는 스스로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교수와 학생, 혹은 학생과 학생)는 일정한 시간을 정해 밖에서 만난다. 밤새 몰입(zoom in)해 도출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음날 선생 동료들 앞에서 펼쳐 보이며(zoom out)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다수의 공감과 동의를 얻으려 노력한다. 내가 몰입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그 과정에서 더 큰 자유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다.      


디자인 대학에서 교사의 역할이란, 학생들에게 몰입의 시간과 빠져나올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몰입하고 있는 학생을 들쑤셔 방해하지 말아야 하고, 빠져나와야 하는 학생을 방치하면 안 된다. 문제는 모든 학생의 상황, 능력이 다르므로 근처에서 촉을 세우고 있지 않으면 timing을 놓친다. 곁에 있되 방해하지 말아야 하고, 너무 멀리 가 버리면 안 된다. 내 딴에는 적절한 timing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린 경우도 태반이다. 결국 관심, 사랑, 이해만이 적절한 timing을 가능하게 한다. 어느 때보다 교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인데, 복잡한 말 다 필요 없고 결국 적절한 timing은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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