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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없어도 사랑은 남는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 영화 감상

by 제갈해리

오늘은 오전에 일을 다 끝내고 오후에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애인이 오늘은 <이터널 선샤인>을 보자고 하기에 전에 다운로드하여 놓았던 <이터널 선샤인> 동영상을 재생했다.


처음에는 여러 장면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 같아 보는 게 많이 피곤했다. 그러다가 중반을 지나면서 짐 캐리가 맡은 조엘이 기억을 지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얘기가 재밌게 느껴졌다.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사귀었던 기억이 지워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기억이 지워지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기억은 지워졌고 기억이 지워지는 가운데에서도 클레멘타인을 찾아서 함께 도망을 친다. 그러나 결국 바닷가에 있는 클레멘타인의 집에서 헤어지게 되는데, 그때 클레멘타인의 마지막 말이 "몬타우크에서 만나."였다.

조엘은 기억이 지워진 상태에서 일어나서 회사로 출근하지만, 회사에 가지 않고 회사보다도 중요한 일이 있는 것처럼 몬타우크로 향했다. 거기서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다시 만나고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클레멘타인도 조엘을 좋아하게 되지만,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 간호사인 매리가 기억을 지운 테이프를 클레멘타인에게 남기게 되고 테이프를 들은 클레멘타인은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클레멘타인은 조엘을 찾아오게 되고, 클레멘타인은 우리는 어차피 서로 싫어하게 될 거고, 지치게 될 거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조엘은 "그럼 뭐 어때? 상관없어."라고 대답한다. 둘은 앞으로 싸우게 될 거고 싫어하게 될 것이지만, 그 기억만큼은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다시 사귀게 된다.

영화의 구조가 복잡하기는 했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엘은 클레멘타인과의 사이가 악화되어 결국 서로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하지만, 기억을 지우는 동안 클레멘타인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잊지 못해 기억을 지우지 못하게 하려고 방해한다. 결국 기억을 지우는 의사가 지우지 못했던 단 한 마디 "몬타우크에서 만나." 이 한 마디로 둘은 재회하게 되고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하는 데 있어서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존재할 것이다. 살면서 행복했던 기억과 슬펐던 기억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쁜 기억이 있다고 사랑을 포기할 것인가. 저 사람은 내가 싫어하는 행동만 해, 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또 하네, 이제 지긋지긋해. 이런 말들을 상대에게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는가. 상대방을 그 자체로 좋아해 주면 어떨까. "괜찮아, 사랑이야."라고 말하면서. 서로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보면 나쁜 기억도 어느새 치유되지 않을까.

기억은 없어도 사랑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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