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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감정

당신의 감정 온도는 몇 도?

by 제갈해리

"오늘의 날씨는 대체로 맑음입니다."


오늘의 날씨를 알리는 기상 캐스터의 경쾌한 말소리와 함께 오늘의 아침을 시작하고 있는 당신. 당신의 감정 온도는 과연 몇 도인가요?


저는 날씨와 감정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로, 둘 다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날씨의 종류는 맑음, 흐림, 갬, 비 등이 있고, 감정의 종류는 기쁨, 슬픔, 우울, 분노 등이 있죠. 두 번째로, 둘 다 속성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날씨가 맑음이라면 나의 감정은 기쁨일 테고, 오늘의 날씨가 비라면 나의 감정은 슬픔일 테죠. 구름이라면 우울일 테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라면 어쩌면 화가 났을지도 모르죠. 물론 누군가가 맑음을 기쁨이라고 명명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그 속성을 따르고 있는 것일 테지만요. 세 번째로, 둘 다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무형의 존재라는 것입니다. 날씨가 없었다면 지구 상의 대기가 순환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인간도 그 대기를 마시고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감정이 없었다면 인간은 그저 숨만 쉬고 살아가는 존재일 뿐, 사회성을 띠고 살아갈 수 없었겠죠. 그러고 보니, 날씨가 인간의 생존에 있어 1차적 필요충분조건이라면, 감정은 인간 생존의 2차적 필요충분조건이 되겠네요.


날씨가 이 지구 상의 대기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비유해 본다면, 감정은 바로 나만의 날씨인 셈이죠. 대기가 느끼는 감정이 슬프면 슬플수록 공기 중의 입자들은 서로 갈등하면서 부딪히게 되는데, 이때 생겨나는 산물이 번개라든가, 비라든가, 우박이라든가 하는 것들이겠죠. 한편, 대기가 느끼는 감정이 기쁘면 기쁠수록 공기 중의 입자들은 서로 조화롭게 여유롭게 한가로이 노닐게 되는데, 이때는 밝은 태양이 사방을 비추는 상태가 되겠죠. 반면, 나만의 날씨는 어떤가요? 나만의 날씨가 현재 태풍이라고 한다면? 오늘 나의 감정 상태는 예민하고 불안하며, 공격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겠죠. 한편, 나만의 날씨가 현재 선선하고 청명한 가을 날씨라고 한다면? 오늘 나의 감정 상태는 한가롭고 여유로우며, 평화로운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날씨와 감정은 유사하면서 상호보완적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기온에 따라서 나의 감정 온도도 달라지지 않나요? 오늘의 기온이 30℃를 육박하는 엄청난 더위다,라고 한다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더위에 지치고 땀에 절어서 힘겹게 다니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사람들의 감정 온도는 어떨까요? 매우 짜증남, 또는 매우 예민함 정도가 되겠죠. 만일 오늘의 기온이 15℃ 내외의 선선한 날씨라고 한다면요? 그렇다면 길거리의 사람들은 바람 부는 날씨에 저마다 나와서 날씨를 즐기면서 야외활동을 할 거예요. 이때 사람들의 감정 온도는 어떨까요? 매우 행복함, 매우 만족스러움 정도가 될 거예요. 이처럼 대기의 온도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는 것이죠.


날씨와 감정,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날씨가 지구 상의 대기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다면 그 날씨를 좀 더 좋게 만드는 방법은 대기를 잘 순환시키고 대기의 질을 좋게 만드는 것 외에는 없어요. 그런데 말이죠. 요즘 들어서 지구온난화라고 해서 지구 상의 대기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죠. 그래서 오존층이 점차 사라지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멸종되는 생명체들이 많아졌답니다. 우리 지구의 날씨를 어떻게 하면 다시 좋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건 인간인 우리가 날씨의 감정을 알아줘야 해요. 인간관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는 사람이에요. 즉,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주는 사람인 것이죠. 마찬가지로, 지구의 날씨를 좋게 만들고자 한다면 날씨의 감정을 잘 이해해야 해요. 날씨가 보이고 있는 상태를 잘 파악해서 날씨가 엉망이 된 이유를 찾아내야죠. 이유를 찾았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다시 엉망이 되지 않기 위해 실천해야겠죠. 지구의 날씨나 인간의 감정이나 해결책은 별반 다르지 않죠? 그런데 왜 인간들은 이 간단한 방법을 실천하지 않을까요? 이것은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가 보이고 있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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