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의 필수품이 된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묵주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스마트폰, 이어폰, 노트북 등을 이야기하겠지만, 그렇게 얘기하면 너무 뻔해 보일 것 같기도 하고, 그것들이 반드시 좋은 필수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묵주라고 한 것입니다. 또, 묵주를 들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든 기도를 드릴 수 있기 때문에 천주교를 믿고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신자인 저는 묵주를 필수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견진성사를 받았는데, 그때 저희 구역 반장님께서 제게 주신 선물이 위의 사진과 같이 미니북과 묵주지갑, 그리고 묵주팔찌입니다. 여태까지는 치렁치렁 긴 묵주를 성당이나 집에서 들고 묵주기도를 드렸는데, 이제는 팔찌로 대신할 수 있어 간편하고 수월하게 묵주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묵주팔찌
묵주는 저에게 소금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요리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맛을 살려내듯 저의 삶에서도 묵주는 저의 신앙심을 높여주어 주님, 성모님과 영적으로 가까워지게 도와줍니다. 묵주가 저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말 그대로 저의 삶을 살려내는 것입니다.
천주교를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남 탓과 환경 탓만 하면서 제 삶을 점점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천주교를 접하고 신자가 되면서 제게 삶의 목표가 생기고 긍정적인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저에게 있어 교리 시간에 만나게 된 묵주는 저의 마음을 다잡고 수련해 나가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묵주기도 바치는 방법
묵주기도 바치는 방법
묵주는 맨 끝에 달린 십자가와 6개의 큰 구슬과 53개의 작은 구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묵주기도를 바치는 방법이 있는데, 먼저 성호경을 그은 다음 십자가의 밑부분에 입을 맞추면서(친구) 시작합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오른손으로 쥐고 사도신경을 바칩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밑줄 부분에서 고개를 숙이고 깊은 절을 한다)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사도신경을 바친 뒤에는 첫번째 큰 구슬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한 번 바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그 이후 작은 구슬 3개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성모송을 한 구슬당 한 번씩 총3회를 바칩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그 다음 두번째 큰 구슬에서는 영광송과,
"(밑줄 부분에서 고개를 숙이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구원의 기도를 바치고,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해당 요일에 맞는 신비 1단을 묵상합니다.
마리아께 성령 잉태를 알리는 가브리엘 천사
환희의 신비(월, 토)
1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심을 묵상합시다.
2단.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찾아보심을 묵상합시다.
3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낳으심을 묵상합시다.
4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성전에 바치심을 묵상합시다.
5단. 마리아께서 잃으셨던 예수님을 성전에서 찾으심을 묵상합시다.
제자들 앞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예수님
빛의 신비(목)
1단.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심을 묵상합시다.
2단. 예수님께서 가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심을 묵상합시다.
3단.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심을 묵상합시다.
4단.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심을 묵상합시다.
5단.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예수님
고통의 신비(화, 금)
1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피땀 흘리심을 묵상합시다.
2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매맞으심을 묵상합시다.
3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시관 쓰심을 묵상합시다.
4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5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제자들 앞에서 승천하시는 예수님
영광의 신비(수, 일)
1단.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을 묵상합시다.
2단. 예수님께서 승천하심을 묵상합시다.
3단. 예수님꼐서 성령을 보내심을 묵상합시다.
4단.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하늘에 불러올리심을 묵상합시다.
5단. 예수님께서 마리아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을 묵상합시다.
그리고 나서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그 이후에는 10개의 작은 구슬에서 10번의 성모송을 바칩니다. 그 이후 세번째 큰 구슬에서 영광송과 구원의 기도, 신비 2단,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다음 10개의 작은 구슬에서 10번 성모송을 바칩니다. 이런 순서로 반복해서 총 5단의 신비를 묵상하면 마지막에 성모찬송을 바칠 수도 있습니다.
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아름다우신 성모님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 당신 우러러 하와의 그 자손들이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나이다. 슬픔의 골짜기에서, 우리들의 보호자 성모님, 불쌍한 저희를 인자로운 눈으로 굽어보소서. 귀양살이 끝날 때에 당신의 아들 우리 주 예수님 뵙게 하소서. 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오! 아름다우신 동정 마리아님.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기도합시다. 하느님, 외아드님께서 삶과 죽음과 부활로 저희에게 영원한 구원을 마련해 주셨나이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함께 이 신비를 묵상하며 묵주기도를 바치오니 저희가 그 가르침을 따라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성모 찬송을 바치고 나서 성호경은 그은 뒤 십자가의 밑부분에 입을 맞추고 끝냅니다.
처음에는 복잡한 순서에 어렵기도 했고 20분 가량 암송을 해야 해서 귀찮기도 했지만, 이제는 습관이 돼서 매일 기도를 드리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묵주를 외울 때, 예수님의 수난과 마리아님의 사랑을 떠올리면서 기도를 바치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평소 여러가지 스트레스와 감정들이 뒤섞여 힘들 때 마치 명상을 하듯이 묵주기도를 바치고 나면 잡념이 사라지고 평온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제 안의 평안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묵주가 필수품이었는데, 여러분의 필수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그 필수품은 여러분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존재인가요? 아니면 도리어 여러분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나요? 필수품이라고 해서 마냥 다 좋지도 않은 것도 같습니다. 필수품이란 내게 살면서 중요한 물건이지만, 중요한 물건이 내게 도리어 악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여쭤보겠습니다. 여러분의 필수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