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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고 대범해져라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

by 제갈해리

우리는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쓸 때가 종종 있다. 사소한 것에서 벗어나 넓은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을 조망해야 불리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온 신경이 작고 사소한 것에 사로잡혀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못하게 된다. 상황은 계속 악화일로로 접어들고, 끝내는 최고조로 악화된 상태로 상황은 종결되고 만다. 우리는 왜 사소한 것에 그리도 집착하는 걸까? 내 감정과 상황을 통제하고, 일을 순차적으로 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그에 대한 해답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800여 년 전에 살았던 인물인 조조에게서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 영웅 중의 한 명인 조조는 환관 조등의 손자로, 어릴 때부터 배포가 크고 기지가 남달라 명사이자, 관상가 허소에게서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그는 황건적의 난, 반동탁연합에서 뛰어난 지략과 언변 등으로 공을 세운 뒤, 군웅할거 시기에 연주목에 취임해 세력을 점점 불려 나간다. 그 후, 조조는 동탁 사후, 장안의 이각과 곽사의 싸움에서 도망쳐 빠져나온 황제 헌제를 옹립해 허창으로 천도한다. 그로 인해 조조가 다스리는 중원이 한나라의 조정, 즉 천하의 중심이 된다.


한편, 하북 일대에서는 공손찬을 무너뜨리고, 원소가 하북을 통일해 북방의 절대강자로 떠올랐다. 원소군에는 전풍, 저수, 허유, 곽도, 봉기, 심배 등 뛰어난 책사들과 안량, 문추, 장합, 고람, 순우경 등의 용맹한 무장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원소는 중원의 패권을 두고, 조조와 관도 일대에서 자웅을 겨룬다. 백마와 연진에서 조조에게 전초전을 패해 안량과 문추를 잃은 원소는 복수심에 이를 갈며, 조조가 있는 관도 진영으로 대대적인 공세를 취해온다.


이때, 조조는 군량과 보급품이 거의 다 떨어진, 불리한 상황 속에 처해 있었다. 허도에 있는 참모 순욱에게 보급을 청했지만, 조조군은 이미 군량이 모두 소진된 후였다. 그때, 원소의 진영에서 한 사람이 조조의 진영을 찾아온다. 그 사람의 이름은 바로, 허유. 허유는 사람됨이 비록 재물을 많이 탐하기는 하지만, 지략이 뛰어난 원소의 책사였다. 군자금을 횡령해 자신의 비상금으로 사용한 내역이 동료 전풍에 의해 드러나자, 분노한 원소의 눈밖에 나게 되고, 처벌을 당할 위기에 직면한다. 원소군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많이 불리해지자, 허유는 자신과 동향 사람이면서 한나라 조정의 실세인 조조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면서 투항하려 한다. 그러나 허유는 자신의 속내는 숨긴 채, 마치 손님으로 찾아온 척 조조를 만난다.


이때, 조조의 태도가 참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미 허유가 투항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조조는 맨발로 나아가 그를 상빈객으로 맞이하며, 상석에 앉혀 한나라의 승상인 자신과 일 대 일로 독대를 나누도록 허락한다. 허유는 조조와 대화를 나누다 조조의 진영에 있는 군량미가 며칠 분이 있는지 물어본다. 조조는 교활하게도 허유의 질문에 군량미가 있다고 대답하면서 계속해 허풍을 떨지만, 허유는 조조에게 "당신의 진영에 군량미가 다 떨어진 것을 이미 알고 있소!"라고 하면서 순욱에게 보내는 조조의 서신을 품에서 꺼낸다. 그제야 조조는 허유에게 군량미가 다 떨어져 없음을 이실직고한다.


그러자, 허유는 원소가 무능하고 속 좁은 인물임을 조조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오소에 원소군의 군량창고가 있으며, 그곳을 지키는 순우경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 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순간판단능력이 빨랐던 조조는 그 즉시, 군대를 오소로 보내 그곳 군량창고에 불을 지른다. 군량창고와 진영 모두 불에 타자, 원소는 뒤늦게 오소가 불타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러나 원소는 엉뚱하게도 요충지인 오소를 구원하지 않고, 장수 장합과 고람을 보내 조조의 진영을 급습하라는 결정을 내린다. 오소를 초토화시킨 조조는 뒤이어 원소의 본진을 공격하고, 군대를 나눠 자신의 진영으로 보내 원소의 장수인 장합과 고람을 사로잡아 항복을 받아낸다. 결국 본진마저 빼앗긴 원소는 관도에서 대패하게 되고, 얼마 뒤 실의 속에 병을 얻어 죽고 만다.


그 후, 원소의 본거지인 업성을 점령하고, 하북을 평정한 조조는 원소와 싸우던 당시, 원소와 내통하거나 그에게 뇌물을 바치던 조정 관료들이 원소에게 보낸 서신들을 발견한다. 조조는 원소와 내통한 조정 관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진언에도 불구하고, 그 서신들을 모두 불태워 없애 버린다. 그러면서 조조가 한 말은 그 자리에 있던 여러 사람들을 탄복시켰다. 그 말은, "원소가 강성했을 때는 나 자신도 두려웠거늘,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했겠는가."였다.


이 얼마나 대단한 배포요, 넓은 아량인가. 참모였던 허유의 잘못을 의심하고, 처벌하려 했던 원소에 비해 조조는 적이었던 허유마저도 품어 관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조조가 이렇게 큰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조조의 훌륭한 지략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뛰어난 통찰력과 인용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러분도 절체절명의 불리한 상황 속에서 원소처럼 사소한 일에 집착하기보다는 조조처럼 대범하게 일을 대처하는 게 어떨까. 당장의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 그것이 결국에는 현명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 아닐까.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고 대범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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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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