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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폭군의 대명사 동탁

by 제갈해리

요즘 온 세상이 다 알 정도로 빼곡하게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남녀가 있다. 그들은 바로 전 대통령 부부인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대통령 부부로 집권한, 3년이 못 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어디까지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서 헤쳐 먹은 게 많았던 건지 수많은 비리들이 파도 파도 끊임없이 계속 나오고 있다. 통일교, 해군 함정 선상파티, 이우환 그림, 건진법사 등 온갖 스캔들이 터지면서 특검 수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이었던 윤석열보다도 영부인이었던 김건희가 오히려 실세였다고 할 정도로 그녀에게 쏟아지는 의혹과 비리가 차고 넘칠 지경이다. 결국 특검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처럼 대한민국을 혼란의 상태로 만든 대통령 부부의 폭정. 그 대가는 반드시 존엄한 법의 심판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 윤석열, 김건희 부부처럼 폭정의 아이콘이자, 대명사인 인물이 삼국지 안에 있다. 그 인물의 이름은 바로 동탁. 동탁은 삼국지 내에서 전무후무할 정도로 난폭하고 무도한 인물이었다. 원래 서량의 군벌이었던 동탁은 대장군 하진의 죽음과 십상시의 난을 틈 타 수도 낙양으로 들어와 관료들을 도륙하고, 소제를 폐위하고, 나이 어린 헌제를 옹립하면서 절대 권력을 차지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아귀에 쥐자, 동탁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인물인 병주자사 정원을 죽이고, 그의 양아들인 여포를 자신의 수하장수이자, 양아들로 삼는다. 그 후에도 자신을 따르지 않고 직언을 하는 문무관료들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참살하고, 그 피를 술로 마시는 등 갖은 악행을 일삼는다.

이 같은 동탁의 행보를 보다 못한 조조는 왕윤에게 칠성보도를 받아 동탁을 암살하려 하나, 아깝게도 실패하게 된다. 조조는 고향 진류로 돌아가 반동탁연합군을 결성, 수많은 군웅들을 소집해 수도 낙양으로 쳐들어간다. 그러나, 사수관과 호로관에서 동탁군과 싸운 연합군은 화웅과 여포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한다. 다행히 유비 삼 형제가 등장해 화웅을 괴멸시키고, 여포를 퇴각시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데, 이때 동탁은 수도 낙양을 불태우고 온갖 금은보화를 탈취, 황제 헌제를 데리고 서쪽 장안으로 천도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백성들의 인명이 살상되고, 선대 황제들의 능이 파헤쳐지는 만행들이 벌어진다. 이처럼 동탁은 피도, 눈물도 없는 간악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 후, 연합군이 폐허가 된 낙양에 도착했지만, 이미 연합군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고, 연합군의 군웅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힘을 합쳐 동탁을 물리칠 생각이 없었다. 다만, 조조만이 동탁을 추격했다가 복병에 걸려 목숨을 간신히 부지해 돌아왔을 뿐이었다. 강동의 손견은 우물에서 헌제의 옥새를 찾아냈지만, 옥새를 연합군에 바치지 않고 자신이 독차지하려 했고, 원소와 원술 등 다른 군웅들은 서로 영지를 탐내어 다투었다. 이렇게 사분오열된 반동탁연합군은 끝내 해체되었고, 바야흐로 군웅할거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군웅들이 서로의 영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던 이때, 장안의 동탁은 주지육림(酒池肉林:'술로 연못을 이루고 고기로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극도로 호화롭고 방탕한 술잔치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거듭해 오고 있었다. 자신이 사는 미에 '만세오'라는 수도 장안과 같은 규모의 성채를 쌓고, 30년 분의 식량과 수많은 보물들을 비축해 두었다. 사람들은 이 성채를 '미오'라고 불렀다고 한다. 동탁은 주연회를 열 때마다 죄인을 끌고 와 혀와 사지를 자르거나 눈을 도려내기도 하고, 거대한 솥에 삶기도 했다. 게다가 헌제를 협박해 '상국'이라는 어마무시한 관직을 받아 황제 옆에서도 칼을 차고 무장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동탁의 전횡을 도저히 참기가 어려웠던 사도 왕윤은 자신의 양녀인 미녀 초선을 이용해 연환계(連環計:'여러 계책을 연결하여 실행해 상대가 그 의중을 정확히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 것')를 실행해 동탁과 여포의 사이를 갈라놓는 데 성공한다. 초선은 동탁과 여포 사이를 오가며 두 남자의 환심을 사고, 동탁에게 억지로 팔려 가 혼인하는 것처럼 위장해 여포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면서 왕윤은 동탁에게 헌제의 양위를 받아 새 황제가 될 것을 종용한다. 결국 황제가 될 욕심을 품던 동탁은 초선으로 인해 분노한 여포의 방천화극에 찔려 유명을 달리하고 만다.

그에 대한 평가는 어언 1,80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분분한데, 대체적으로 악한 인물로 평가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조조보다 빨리 나타난 간웅'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세력을 만드는 데 임기응변이 뛰어나기는 했던 모양이다. 한 나라의 정권을 쥐락펴락 했다는 것만 봐도 보통 인물은 아닐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비리의 온상이 된 윤석열, 김건희 부부. 이 두 사람은 과연 한나라의 명맥을 완전히 끊어버린 동탁과 비교하면 얼마나 대한민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것일까. 우리는 폭군의 대명사 동탁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시대정신인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꾸고, 계승해 나가야 폭정을 막아낼 수 있을까. 수없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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