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을 질투한 주유와 힘을 합친 노숙
우리가 누군가와 경쟁을 하거나 싸움을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무시하며, 괄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이기기 위해서 상대방의 자질이나 능력은 과연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만약 적이 보았을 때에도 상대방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고 훌륭하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 게 옳은 것일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좋은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여기, 2천 년 전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살았던 중국의 삼국시대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위오촉이 패권을 두고 다퉜던 서기 208년, 장강의 적벽에는 제갈량, 주유, 노숙 세 사람이 있었다. 조조가 소위 백만 대군을 이끌고 형주를 점령해 형주자사인 유종의 항복을 받아내고, 신야에 머물던 유비는 자신을 따라오는 백성들과 함께 조조군에 쫓겨 강하로 피신하게 된다. 그 후, 조조는 장강 너머 동오의 손권에게 서신을 보내 항복을 권고한다. 이에 동오의 진영은 장수들이 모인 주전파와 관료들이 모인 주화파로 나뉜다. 관료 출신이지만, 주전파였던 노숙은 전 형주자사였던 유표의 죽음을 조문한다는 명목하에 유비군의 동정을 살피러 강하로 찾아온다. 여기서 노숙은 유비의 책사 제갈량을 만나 조조군의 허실을 알게 되고, 제갈량에게 자신의 주인인 손권을 만나보기를 청한다. 제갈량도 손권을 만나 담판을 지을 요량이었기에 선뜻 따라나선다.
동오의 시상에 도착해 주전파 장수들과 주화파 관료들을 만나 담판을 치른 제갈량은 손권의 형이었던 손책의 의형제이자, 동오의 대도독인 주유 역시 설득하려 한다. 주유는 처음에는 항복을 주장하지만, 제갈량이 조조가 이교(二喬: 손책의 부인인 대교와 주유의 부인인 소교를 이르는 말)를 탐낸다는 얘기를 하자, 감정적으로 변하며 결사항전할 것을 다짐한다. 다음 날, 주유는 손권에게 전쟁할 것을 건의하고, 손권은 주유를 대도독에 임명해 적벽에서 조조에 맞서 싸울 것을 명령한다. 그리하여 적벽에 진영을 차린 손권군과 장강 반대편에 진영을 차린 조조군은 장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하게 된다.
주유는 손권과 자신을 설득한 제갈량의 자질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의 능력을 시기한다. 그래서 번번이 그에게 어려운 임무를 맡겨 종국에는 그를 죽이려 하지만, 제갈량은 주유의 이런 의도를 간파해 역시 번번이 주유의 촘촘한 그물망을 피해 뛰어난 기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주유가 제갈량의 능력을 질투해 죽이려 하는 반면, 노숙은 제갈량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주유가 십만 개의 화살을 만들어 올 수 있겠냐고 제갈량에게 묻자, 제갈량은 사흘 안에 만들어 오겠다고 장담한다. 이때, 제갈량은 노숙에게 도움을 청해 짚으로 뒤덮인 배 몇 척을 거느리고 안개가 자욱이 낀 조조의 진영 앞으로 가서 북과 징을 친다. 조조의 장수인 채모와 장윤은 안개로 인해 보이지 않는 적군의 복병을 의심해 북과 징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화살을 쏘게 하고, 화살은 짚으로 뒤덮인 배에 수도 없이 꽂힌다. 배마다 빽빽이 꽂힌 화살들을 보면서, 노숙은 제갈량의 지략에 감탄한다. 제갈량은 배들을 이끌고 주유에게 돌아가 화살 십만 개가 모인 것을 보여준다. 주유는 제갈량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제갈량이 장차 동오에 해가 될 인물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그 후, 백만이 넘는 조조의 대군을 어떻게 격파할 것인가를 두고, 제갈량과 주유 두 책사는 손에 글씨를 적어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려 한다. 그 결과, 제갈량과 주유 모두 불 화(火)를 적어 화공이 최적의 계책임을 확인한다. 그러나, 초겨울이라 이 시기 장강에는 북서풍이 불기 때문에 화공을 쓰게 되면 역풍을 맞아 손권군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다. 주유는 이 사실을 알고 몸 져 눕기에 이르는데, 제갈량은 주유를 찾아와 자신이 비와 바람을 부릴 줄 아니, 남동풍을 불어오겠다고 장담한다. 주유는 그 즉시 제단을 준비해 제갈량이 남동풍 불어주기를 기다린다. 며칠이 지나고, 정말로 신기하게도 남동풍이 불자, 주유는 제갈량에게 신비한 능력까지도 있다면서 그를 죽여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바로 군사들을 제갈량이 있을 제단으로 보내지만, 제갈량은 강하로 피신해 버린다.
제갈량의 능력을 시기해 매번 그를 죽이려던 주유. 그리고 대승적으로, 주적인 조조에 대항하기 위해 제갈량과 힘을 합친 노숙. 둘 중에 누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좋은 전략을 가진 사람일까. 우리는 종종 상대를 제압하고, 기를 꺾으면 이긴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도리어 상대방을 품고, 협력한다면 상대방도, 나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게다가 그 상대가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런 상대를 적으로 만들기보다 아군으로 만들어 더 큰 성과를 도모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 아닐까. 오늘은 천재 전략가인 제갈량을 대하는 소모적 전략가인 주유와 대승적 전략가인 노숙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만일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주유인가, 아니면 노숙인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