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미남과 미녀, 그리고 추남
요즘 SNS를 보면서 느낀 생각은, 세상에는 정말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진을 보정하거나 특수효과로 예쁘게 꾸민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자기 관리를 통해 자신의 외모를 가꾼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다이어트를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반성하곤 한다. 그러면서 자신과 미남, 미녀들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요즘 시대는 가꿔야만, 예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인가 보다. 불과 몇십 년 전과는 달리, 점점 미를 추구하는 기준과 기대치가 높아져 이제는 아름다움이 자기 관리의 영역을 넘어 절대적인 가치로까지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외형을 따지는 게 오늘만의 일일까? 몇 천 년 전 사람들도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소설 삼국지연의에도 미남과 미녀가 있었다. 중국 삼국지의 대표적인 미남은 손책, 주유, 관우, 조운, 원소, 유표, 제갈량, 순욱 등을 들 수가 있고, 미녀로는 초선, 대교, 소교, 견씨, 추씨 등을 들 수가 있겠다. 그중 단연 최고로 많이 언급되는 미인은 주유와 초선이라고 할 수 있다. 주유는 정사 삼국지에서 이르기를, '미주랑'이라고 불렸으며, 건강하고 준수한 자태와 용모가 빼어났으며, 기예를 다루는 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초선은 소설 삼국지연의에만 있는 가공의 인물이지만, 서시, 왕소군, 양귀비와 함께 중국 4대 미녀로 손꼽힌다.
중국 삼국시대 사람들 역시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경국지색(傾國之色: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을 정도로 당시 사람들은 미인에 푹 빠져 있었다. 삼국지의 호색한이었던 조조는 장수의 숙모인 추씨에게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장수의 습격을 받아 장수 전위와 아들 조앙을 잃고, 동탁과 여포는 미녀 초선의 연환계로 서로 다투다가 여포가 동탁을 죽이게 되고, 제갈량은 조조가 대교와 소교를 탐낸다는 거짓말로 주유를 속이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영웅호걸들은 미인들에게 사족을 못 쓸 정도로 매우 열광했는데, 미남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조조는 관우의 남다른 풍채와 아름답고 긴 수염에 매료되어 그를 자신의 수하로 삼고, 손책은 미주랑인 주유의 아름다운 외모와 기예의 재주를 몹시 사랑해 의형제까지 맺게 된다.
그렇다면, 못 생긴 사람들에게는 고대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대했을까. 삼국지의 대표적인 추남인 방통과 장송. 그들은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영웅들의 비호감을 산다. 방통은 노숙의 천거로 동오의 손권 앞으로 불려 가지만, 얼굴이 검고, 수염이 볼품없으며, 키가 작은, 소박한 외모로 손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결국 등용마저 되지 못한다. 그 후, 형주의 유비에게도 불려 갔으나, 못난 외모로 뇌양현의 현령으로 부임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일부러 일을 하지 않으면서 유비가 자신을 불러들이도록 유도한다. 유비가 자신을 추궁하자, 그는 반나절 만에 자신이 미뤘던 일들을 모두 처리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제야 방통은 자신을 천거하는 노숙과 제갈량의 서신을 유비 앞에 꺼내보이고, 유비는 자신이 실수를 범했음을 깨닫고, 방통을 제갈량과 함께 '군사중랑장'으로 임명한다.
한편, 장송은 어떠했을까. 장송은 한중의 장로가 번번이 익주를 침공해 오자, 조조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신 자격으로 허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주부 양수를 만나는데, 양수가 첫 대면한 장송은 키가 짤막하고, 콧대가 낮아서 볼품없었으며, 뻐드렁니까지 나 있는 추남이었다. 순간, 장송의 볼품없는 외모에 실망했지만, 그의 뛰어난 언변에 매료된 양수는 조조에게 장송을 소개한다. 조조는 장송을 만나보지만, 장송의 외모가 못 생긴 데다가 말투가 고분고분하지 않고, 조조의 됨됨이를 시험하기 위해 비꼬고 헐뜯는 발언(여포, 마초, 관우와의 싸움, 조조가 대패한 전투를 들먹임)을 하자, 몹시 분노하면서 그를 허도에서 내쫓아낸다.
자신의 주군인 유장에게 조조에게 지원군을 받아오겠다고 장담했던 장송은 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가는 길에 형주로 향하는데, 유비는 이미 제갈량의 계책대로 휘하 장수인 관우, 장비, 조운, 그리고 자신도 장송을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송을 형주로 불러들여 며칠 동안 연회를 베풀면서 상빈으로 대우한 유비는 자신을 극진히 대접해 준 데 감동한 장송으로부터 파촉지형도를 받고, 익주를 점령할 것을 종용받는다. 여러 번 거듭 거절하지만, 결국 유비는 방통의 설득으로 군대를 이끌고, 익주로 들어가 결국 유장을 몰아내고, 자신의 나라인 촉한을 세우게 된다.
이처럼 추남의 대명사인 방통과 장송은 자질과 능력은 비록 출중했지만, 비루한 외모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경우인데, 만약 주유나 관우처럼 인물이 출중했다면 그들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했을까? 아마 내 생각에는, 아니었을 것 같다. 비록 외모가 볼품없었어도 그 능력이 뛰어났기에 당시 사람들은 더욱 그들을 훌륭한 인재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도 상대의 외형이 추례하다고 얕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 가진 가치관과 신념이 어떤 것인지, 내가 본받을 만한 인물인지부터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SNS 상에 있는, 수많은 미남, 미녀들 모두가 내면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아름다운 외모만큼 내면도 아름답다면 물론 금상첨화겠지만, 적어도 내면만이라도 훌륭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 상대방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은 아름다움에 대해서, 삼국지의 미남과 미녀, 그리고 추남들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미인은 존재했고, 추남도 존재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외형의 자기 관리뿐만 아니라, 내면의 자기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유는 외모가 준수했지만, 제갈량을 시기하고 질투하다가 독화살에 맞아 요절했고, 관우 역시 외모가 출중했지만, 오만하고 거만한 성격으로 동오의 손권에게 참수형을 당했다. 그들의 말로가 어떠한가. 과연 행복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외형의 출중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