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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Sep 17. 2022

생트 피에르 피르미니

유럽 건축 답사 3

피르미니는 르 코르뷔지에의 도시였다. 중심부에는 그가 설계한 생트 피에르(Saint Pierre)라는 성당과 문화센터가 위치해 있었고, 언덕 위에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때문에 방문한 피르미니였지만, 생트 피에르라는 성당 기괴함은 도저히 이 건물을 안 보고 지나칠 수가 없게 했다. 생트 피에르는 롱샹과 마찬가지로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간의 스타일들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이런 외관, 한적하면서도 어딘가 정돈되지 않은 듯한 이 도시의 풍경 정말 묘게 어울다.

 


나는 성당의 이런 외관 때문에 내부 공간은 얼마나 더 괴상한 모습일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곳 예배당 예상는 달리 너무나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건물은 지상 레벨과 그 아래층은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2층이 예배당으로 되어있는 구조였다. 가 이곳에 문했을 때는 1층 전시장 안의 작은 계단을 통해 예배당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배당으로 들어가는 을 여는 순간 '끼익'하는 소리의 울림부터 심상치 않은 것이, 이 안에 거대한 동굴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건물의 외벽은 그 자체로 구조체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부는 건물의 형태를 솔직하게 따르고 있었다. 놀라운 은 이렇게 콘크리트로 되어있는 외골격의 구조가 마치 한 번에 틀에 넣고 만든 것처럼 일체감 있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비행기의 모노코크 구조처럼 내부에 별도의 기둥과 같은 요소 없이 외벽이 그 자체로 서 있는 것이었다.


렇게 통으로 콘크리트로 된 거대한 구조 때문인지 이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특이했다. 예배당의 남쪽 벽면에는 구멍들이 뚫려있었는데, 이 구멍들이 만드는 효과는 놀랄 정도로 드라마틱했다. 직사광이 들지 않는 어두운 예배당 내부에서 해가 있는 남쪽으로 과감하게 구멍들이 뚫려있었고, 예배당 벽면 별빛으로 가득 찼다.




이렇게 통으로 콘크리트로 덮여있는 공간에 빛을 들이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적용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쪽으로부터 별빛 같은 빛을 들이는 구멍들 뿐만 아니라 천장과 벽에 설치된 일종의 빛의 대포들도 있었고, 벽면을 따라 이어지는 간접광의 띠도 있었다. 르 코르뷔지에 특유의 이러한 장치들은 어두운 공간 속에서 약한 빛 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외관에서 보았던 괴상한 장치들은 모두 이렇게 내부에 빛을 들이기 위한 장치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코르뷔지에의 건물들 중에 롱샹성당이나 라뚜레트 수도원보다 생트 피에르에서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롱샹이나 라뚜레트는 워낙 책으로 많이 봐 왔던 건물들이라 직접 보는 맛은 좀 덜했는데, 생트 피에르는 알고 있는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오랜만에 굉장히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건물이었다. 



코르뷔지에의 스케치. 사진-Regard authentque p4 - Firminy cach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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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 피에르 성당은 1973년 건설에 시작했지만 몇 년 뒤 공사가 중단되고 2006년에 완공이 되었다고 한다. 르 코르뷔지에가 죽은 뒤, 그의 제자 조제 우브르리(José Oubrerie)가 이를 이어받아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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