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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Dec 01. 2024

빛과 그림자의 집

학생공모전 이야기 2

공모전의 주제는 '인공조명 없는 집짓기'였다. 자연광을 이용하면 좋다는 건 누구나 다. 근그렇다고 인공조명을 없앨 것까지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자. 이 주제로 어떤 걸 만들 수 있을까? 우선은 소 내가 생각하던 시의 주택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도시의 주택

고밀도의 도시 안에서 이상적인 주거환경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 이건 인정하자. 무슨 일을 하더라도 용적률이 높은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주거의 쾌적성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특히 주택밀집지역들은 높은 도와 부족한 외부공간 좁은 도로만을 면하고 있어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아파트가 이렇게 많이 생겨난 이유 공동으로나마 넓외부공간을 누릴 수 있고, 그만큼 쾌적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


사이트

나는 너무 이상적인 환경보다는 시의 이런 제약들 속에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다. 래서 생각한 사이트가 서울 방배동의 주거지였다. 친구의 집이라서 내가 자주 갔었던 장소이기도 하고, 한국의 흔한 다세대, 빌라들의 밀집지역이었다. 지역주의 건축가들을 동경해서인지 언제부턴가 나도 내가 지내온 이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흔히 알듯이, 이런 주택밀집지역들은 일조권 문제, 사생활 침해문제, 소음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있는 지역이다. 반지하 층에 살던 친구 집은 언제나 어두웠고 창을 열면 자동차 바퀴가 보였다. 다른 들도 을 열면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옆집의 외벽이 보이니 주거환경이 그다지 지 않았다.


간략한 지도. 방배동 골목길에 위치한 필지이다.


목적

이곳의 주민들 도시가 주는 편의성과 기회들을 누리는 대신에, 이런 수많은 자극과 방해들로부터 피로를 느끼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있 것 같았다. 사실은 내가 렇게 느꼈다. 고립된 변방의 나라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고 있기에 우리는 한없이 예민해지는 것이 아닐까. 도시에 사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나 평온을 찾을 수 있게 할 순 없을까.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삶을 찾고 자연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빛을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면, 인공조명을 사용하는 지금의 건축이 나쁠 것이 없다. 근데 왜 인공조명 없이 집을 지어야 할까. 먼저 인공조명이 만든 건축의 문제는 어떤 게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인공조명을 사용하면서 인간은 밤에도 어둡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자연으로부터 단절된 공간에도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  런 공간에 누군가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다세대주택, 빌라 등 도시의 주거용 건물들에서 방은 조명과 환기를 위한 최소한의 크기의 창문이 있을 뿐, 완전히 독립된 공간으로 존재하 되었다. 그래서 이곳의 다세대주택들은 건물 사이에 불과 몇 미터의 좁은 틈밖에 없으면서도 그 좁은 틈을 통해서나마 빛을 들이려고 간신히 창이 나 있었다. 슬픈 창이다.



이드 제안

그래서 사이 막혀있는 높은 밀도의 도시에서 창들이 외향적으로 나 있는 형태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과거 여유로운 밀도에서 생겨난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한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건물이 밖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안쪽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중심에 보이드를 만들자.

외향적인 창에서 내향적인 보이드로.

건물 중앙에는 보이드(void) 만들어 외부의 빛과 풍경각각의 방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한다. 리고 그 비워진 공간을 중심으로 생활이 일어날 수 있게 하자.


나아가 이 빈 공간을 통해 각각의 공간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인식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드를 통해 사람들은 마다 그날의 하늘과 날씨를 인식하고, 보이드 건너편에 있는, 함께 그 빛을 공유하는 가족들을 보게 될 것이다.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들만의 조용한 공간을 필요로 는 사람들은 이런 공간구조 속에서, 잃어버렸던 생활의 리듬을 찾고 날씨와 계절을 느끼며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은 이런 느낌이었다. 보이드를 통해 빛을 공유하고, 서로의 생활이 공유되는 공간.



전하는 벽

프로젝트를 위해 한 가지 고안했던 장치가 있다. 동그랗게 뚫린 보이드를 중심으로 벽이 회전하게 하는 것이다. 

회전하는 벽들은 이렇게 여러 겹으로되어있고, 슬라이딩되어 열린다.


처음에는 단순히 빛이 들어오는 구멍을 뚫고, 빛이 들어오는 것에 따라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생활하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어딘가 뻔하기도 하고 도를 닦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이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주자가 자연광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자연을 계속 인식하게 하는 행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거주하는 가족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할 수는 없을까 생각하면서, 공간구획 방식을 바꿔보고자 했다. 공간들이 벽과 문으로 구획된 기존의 주택은 가족들이 모일 일이 없다면 서로를 볼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서로의 생활과 행동들이 마주치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도입한 장치가 회전시킬 수 있는 벽이다. 여기서의 회전은 문의 힌지를 중심으로 회전 rotate 하는 것이 아니라 원형 보이드를 중심으로 회전 revolve 하는 벽을 말한다. 이 벽은 마치 슬라이딩도어처럼 열리고 닫히면서 닫혀있을 때는 벽이 되고, 열려있을 때는 빛을 들이는 창의 역할을 한다. 벽인 동시에 창이고, 또 문이 되는 장치이다.


회전하는 벽의 활용도 변화를 나타낸 그림이다


이 벽들은 안뜰을 중심으로 회전함으로써 내부에 빛과 그림자를 만든다. 벽의 틈을 만들어 내가 사용할 공간에 직사광을 들일 수도 있고, 반사판처럼 활용해 빛이 들지 않는 방에 빛을 줄 수도 있다. 또한 이 벽을 열고 닫으면서 내부와 외부 공간의 경계도 바꿀 수도 있겠다. 따뜻한 날에는 벽을 모두 열어 내부공간 전체를 외기가 통하게 할 수도 있고, 추운 날이면 외기를 막고 빛만이 내부로 들어오도록 할 수도 있다.


주민들은 손으로 이 벽을 돌려가면서 변화하는 계절, 날씨, 시간에 따라 내부에서 자연광과 풍경을 조절한다. 빛과 그림자를 조절함으로 그들은 변화하는 자연의 변화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 프로세스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자

1. 건물로 둘러싸인 주택밀집지역이었다.

2. 밖으로 창을 내는 대신에 보이드를 만든다.

3. 보이드는 위쪽이 넓은 실린더 형태로 만든다.

4. 보이드를 두 겹의 벽으로 감싸 외부와 내부의 중간적 공간을 만든다.

5. 이 두 겹의 벽들을 회전시킬 수 있도록 한다.



공간 조닝

주택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있고, 한 가족이 거주하는 주택이다. 4개의 층이 있는 만큼 공간들의 배치는 아래층에 가장 어두운 공간부터 꼭대기로 갈수록 가장 빛이 많이 필요한 공간의 순으로 배치했다.


그래서 맨 위의 층에는 작업실과 서재를 배치했고, 맨 아래층에 명상공간과 영화관을 배치했다. 사람들은 보이드를 감싸는 원형의 동선을 따라 이동한다.



단면

시간과 활용방식에 따라 내부공간의 빛 변화를 표현한 단면이다.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벽들의 위치를 바꾸어가며 이런 식으로 공간들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그려본 단면이다. 중정 쪽의 벽은 3층 높이로 한 번에 돌아가도록 했고, 각 실들에 접하는 벽들은 층마다 따로따로 벽을 돌릴 수 있도록 했다. 지하층에는 일종의 중정이자,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을 계획했다. 이 중정은 활기찬 곳이라기보다는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평면

1층의 평면과 전체층들의 평면들. 주택의 평면도에 빛이 들어오는 것을 입혀서 표현해보았다.


지하 1층의 중정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위를 둥근 콘크리트 벽으로 감쌌다. 대신 실내의 영화관, 다용도실 공간은 필요시에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드라이에어리어를 접하게 했다. 금이나마 있는 서쪽의 대지를 활용했다.


1층에는 주방, 식탁과 거실(LDK)을 두었고, 현관을 지나면 시계방향으로 보이드를 돌아서 계단을 통해 위층에 올라가도록 했다. 아무래도 거실보다는 다이닝룸이 중요하다 생각해 다이닝룸이 남쪽으로 보이드를 면하도록 두었다.


2층에는 부모침실과 아이의 방을 두었다. 화장실들 또한 회전하는 벽을 통해 들어가거나 빛을 조절할 수 있게 배치했다. 침실이라고 해서 완전히 격리되기보다, 낮시간동안 중정을 향한 벽을 열어 개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기존의 주택들보다 공간의 활용도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3층에는 먼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작업공간을 두었고 동선의 끝에서는 서재가 나오도록 했다. 지붕에는 또 하나의 작은 구멍을 뚫어 작업테이블에 직사광이 들어오도록 했다.



내외부 이미지

1층의 다이닝룸에서 중정쪽을 바라본 모습과 지하의 명상공간에서 위를 올려다본 모습, 중정의 이미지
입구는 길을 면하지 않고 옆구리에서 들어가도록 했다. 외벽에는 최소한의 빛이 들어올 수 있는 틈만을 두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미지들은 디테일이 많아 현실적으로 보이기보다는 공간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길 바랐다. 그래서 요소들을 줄이고 표현해 보았다.



건축대안학교

이것은 건축대안학교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설계수업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였고, 그때 한양대의 함인선 교수님의 크리틱을 받을 수 있었다. 교수님 강조하신 이야기의 요점은 이랬다. '건축가는 새로운 생각을 제안하고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다'. 사실 학기를 시작할 때마다 교수들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수업들을 이켜보면 대부분 나의 주장을 하는 것보다는 설계가 말이 되게 하는 기술적인 부분들에 서만 치중했던 것 같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건축이 아니라 건물을 만드는 것만 배워온 것이 아닐까.


왜인지 이번에는 그 말이 스쳐가지 않고,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봐 왔던 건물들과 프로젝트들을  기준으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 대부분 클라이언트 요구와 사이트 조건, 시대적 유행을 만족시키는 정도에서 끝나는 현실순응적인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끔씩, 공간에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가 보일 때 그 왠지 그 건축가가 존경스럽고 응원을 하게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학생 때의 초심을 잃지 않은 사람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다.



레퍼런스들에 대하여

무엇보다도 안도다다오의 스미요시주택에 대해 생각했었다. 에서 자연을 느끼하기 위해 이용자가 계속해서 외부공간을 거쳐야만 하도록 강제했다. 대인들에게 무언가 대해 정말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불편을 는 요소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미요시주택은 건축가의 주장과 스타일 모두 강하게 담겨있는 건물이다. 앞서 말한 '건축가는 이래야 한다'라는 말에 가장 잘 부합한 건물이 아닐까 싶다. 실제주택으로 좋은 건물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학생프로젝트를 하는 입장에서 배울 점이 있고 자극이 되는 사례 었다.


이외에 몇 가지 내가 하려는 것과 비슷한 레퍼런스들을 찾았다. 하늘의 빛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한 공간으로 제임스터렐의 작품들이나 Aranya Art Center(Neri&Hu)가 있었고, 건물 안의 내부 중정을 바라보는 건물로 360° House (YUUA), 숨어반(아키후드)을 참고했었다.



중정의 회전하는 벽들을 표현한 이미지
공모전 당시 만들었던 패널
주택의 매스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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