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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진흙 해변, 말미잘, 니모

도전의 결과를 성공과 실패로만 나눌수 없는 이유

by 볕뉘
보홀 팡라오섬에서 M은 첫 스노클링에 성공했다


▮해보려는 마음

언제나 행복하다는 건 정신을 놓는 지경에 이른 것이고, 한번 작게 미소 지을 소소한 가끔의 기쁨에도 삶은 아름답다. 일찍이 우리가 몰입해 있는 일들도, 그런 평범한 즐거움이거나 그에 도달하려는 몸부림이.


그리고 여기에는 두 가지 에너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그렇게 하려고 다짐하는 에너지, 둘째는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에너지가 그것.


그런데 같은 액션에도, 어떤 사람에게는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때가 있다.

물을 무서워하는 M이 스노클링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평균의 보통인이 스노클링을 다짐하는데에 10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M의 물에 대한 두려움은 100의 마이너스 에너지로 작용한다.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력까지 필요해, M에게 스노클링은 110의 도전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까닭에, 무섭고 두려운 걸 우리는 피한다. 하지만 어떤 계기에 110의 다짐을 하고 성공한다면, 다른 의미로 몸이 떨리는 경험을 얻는다.



나팔링의 산호 농장


산호가 풍화되어 하얀 진흙으로 쌓인 돌조비치


▮M의 여행은 탐험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무렵, 돌조 비치에서는 물이 빠지고 있었다.


눈부신 오프화이트의 해변은 산호가 풍화되어 쌓인 것이었다. 손에 한 움큼 쥐어 비벼봐도 모래 알갱이 하나 걸리지 않을 정도로 하얗고 고운 해변이다.


물이 차 있던 곳에서 100미터 가까이 바다로 걸어 들어 갔지만, 깊이는 허벅지를 넘지 않았다.


50미터 지점부터는 테이프 씨그라스라고 하는 짧은 해초가 빽빽하게 자라있고 틈틈이 성게가 군집을 이루고 있어 조금 겁이 났다. 나는 여기서 돌아가려고 했다. 잎이 짧아도, 해초가 빼곡한 바다는 도전의 역치를 높인다.


“조금 더 들어가봐도 괜찮을거 같아요.” 의외였다.

그리고 M이 마음 먹었던 그 지점에서 몇 발 더 간 곳에 있던 커다란 산호 틈에, 촘촘이 자리잡은 말미잘 속을 들락날락하는 니모 대가족을 만났다.


가까운 정도를 표현할 때, 코앞이라거나 손 닿는 거리라는 말을 쓰는데 여기서는 실로 그 문자 그대로였다.


M은 연신 니모를 외치며 간간이 빵을 뿌려주더니, 이윽고 바닥집 니모, 돌집 니모라며 이름을 붙여주었고, 1시간쯤 지나자 호전적인 녀석, 겁이 많은 녀석 하며 성격까지 알게 됐다.


그 포인트에서만 1시간 반을 보냈다.

돌조비치의 말미잘 아파트와 니모 입주민


M에게 스노클링은 스노클링의 도전으로만 끝나지 않았고, 니모와 대치하며 놀았던 순간에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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