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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차원 Apr 20. 2024

몸살났어요

그런데 밥은 먹었어요?

몸살이 단단히 났는데, 기분이 은근하게 좋아졌어요.

피부가 부어 올라 옷이 쏠릴때마다 피부아래 근육이 아린 감각이 의외로 기분이 좋고요. 워낙 타고난 약골이라 아플때면 다섯 걸음만에 숨이 차고 시체가 다름없는데, 속으로는 '아, 3일 짼데 근손실 어쩌지.'하는 정도의 걱정이나 해볼 수 있는 태평한 환자인게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몸살이면 즉각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요.

신종플루 였나, 그게 걸려서 열이 38도가 넘었는데 당신이 자기 밥챙겨 달라고 하는거에요. 솔직히 좀 황당했죠,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는데.

내가 옮는다고 안된다니깐,

"싫어, 오빠랑 밥 먹고 싶단 말야." 하면서 내가 격리중이던 방에 들어와 먹으려고 주문해 놓은 죽을 다 먹고 나갔잖아요. 나는 뭐 먹으라고.

그리고 일주일쯤 후에 당신도 신종플루에 걸렸고요. 내가 채 회복하기도 전에 당신도 드러누워서 그때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당신 밥 챙겨주느라.


다만, 지금 몸살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기분이 좋은거에요. 그런데 당신, 밥은 먹었을까요?

몸살나도 내가 밥 챙겨줄수 있는데.


그리고 아프니깐 하는 말인데요,내가 정말.

이 말 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참았는데.


당신 때문에 인생이 이게 뭐야

어디야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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