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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스카이 Oct 05. 2019

5. 리드해 본 경험이 중요하다.

직장을 다녀야 할까.

최근 경력직을 채용 중인 타사의 HR팀에 근무하는 지인이 오랜만에 불러내어 포장마차를 들렀다. 많은 구직자 중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그의 한마디가, 한 때 어려운 구직 생활을 경험하였던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형님 갑질 그만하소" 하며 우스개 소리로 받았지만, 그에게는 또한 진지한 고민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경험과 한잔 술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이어갔고, 정작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은 어학이나 자격증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과 소통 능력이라는 점에 공감하였다.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중요하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2003년, 나 역시도 첫 2년 동안은 불안한 시절을 보냈다. 자신과 맞는 업을 만나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법인영업, 생산관리를 거쳐, 해외영업이라는 직업을 만나면서 안정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었고, 이후 세월은 어느새 12년을 넘기고 있다. 10년을 넘기는 긴 시간 동안 3차례 이직은 있었지만, 영업 한길을 계속 유지했다. 매번 이직 때마다 평가 기준은 과거 직장의 경력과 업적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직업으로 변경한다든지 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커리어 만들기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어렵다. 하지만 아직 사원이니까..회사의 막내니까..라는 자기 안위에 심히 갇혀서는 곤란하다. 회사 밖에 누군가는 같은 나이임에도 혹독한 시련을 극복해 낸 창업가이자 사장으로 사는 이도 있다"


사회 초년생인 시절에는 어떤 직업 또는 직무가 본인과 맞는지 모를 수 있다. 현실은 이론과 다른 점이 많으며 실무를 접해 가면서 알게 되는 현장 지식도 상당하다.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더 깊이 다가갈수록, 해당 업무는 물론이고 이와 연관된 타 부서의 일까지도 종합적으로 이해의 폭이 깊어져 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향과 전공, 팀 동료나 미래 가치 등을 두루 고민하여 자신의 업을 선정하게 된다면, 이직이나 사내 순환 직무 신청등의 제도를 활용해 경력을 잡아가야 한다. 2년이 되도록 적성이나 직업에 대한 윤곽을 잡지 못한다면, 당신의 인생 설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직장 근무 기간과 직업적 실력은 정비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마련인데, 2년이 넘어가도록 자신의 가치와 진로에서부터 방황하는 상황이라면, 회사로서도 쉽게 믿음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 초년생부터 경력 관리가 시작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현재 자신 앞에 주어진 업무와 그 해결 과정 전반에 수준 높은 몰입을 유발한다. 몰입을 통해 회사와 자신이 이번 업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 성취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기획하여 주위의 도움을 요청한다. 사원, 대리, 과장에 구분 없이, 자신의 업무에 자기 동기부여 (self-motivation)가 되는 이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이 특징은 사실 많은 성공적 사업가들의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당신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계속 꿈을 꾸며 자든지, 아니면 일어나 그 꿈을 좇든지."


회사는 성공적 경험만을 인정하겠지만, 개인에게는 실패를 해도 그 문제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한 경험 자체가 큰 소득이 된다.


진짜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


시장을 탐구하고 회사와 목표를 합의하고 성과를 성취하기 위해 회사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노력하고, 설득하고, 적용하며, 때로는 실패를 하겠지만, 이를 교훈 삼아 반드시 성과 달성의 성공을 경험해야 한다. 전문가는 데스크에 앉아 이론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다. 실전 경험이 충분히 동반될 때 비로소 실용적인 한 명의 전문가가 탄생하는 것이다. 성과 달성은 급여를 지불하는 회사에 대한 대가이자, 프로 직업인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단, 부득이 실패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이유는, 경험은 그 자체로 지혜와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장차 경험은 자신의 실력으로 내재되어 갈 것이다. 경험이 주는 가치의 총량은 결과와 무관하게 유지되며, 이것은 금전적 보상과 별개로, 직장에 투자한 시간과 맞바꾸는 소중한 추가 보상인 것이다.


"직업과 인생에 대한 자기 성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짜 고민이 바로 여기, 시간 투자의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경력을 디자인하되, 직업의 세계에 들이는 첫 발이 꼭 대기업일 필요는 없다. 실제 대기업 입사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채용은 수만 명에 불과한데도, 한해 전국 대학에서 수십만 명의 학부 졸업생이 배출되고, 또한 수십만 명의 취업 재수생과 석박사 대학원 졸업생까지 감안하면, 공급이 과잉 상태에 들어선 지 오래이다. 앞으로도 대기업의 경우 수백 대 일의 입사 경쟁률은 지속될 것이니, 중소기업을 경유하는 전략적 우회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외국계 기업들은 경력직 위주 채용을 하고 있으며, 대기업도 점점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전략 방향과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할 변화이다. 중소기업을 벗어나야 하는 곳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기업의 규모보다는 성장과 보상의 관점에서 우리가 지금 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곳인지를 판별해 보는 것이 핵심이다.


조직을 구성하고 리드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자사의 성장을 이끌어 온 사업 모델에 대한 부정적인 시그널이 최근 포착되었다. 대외 경쟁 환경의 급변도 큰 원인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제품 품질과 계약조건에 대한 번복 등 협력관계에 있던 최대 거래처와 사업적 신뢰가 흔들리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후 양사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실적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거래 관계에 이상 징후가 확인된 바, 우선 최대한 양사 신뢰 재구축과 갈등 봉합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지만, 자사 내부에서는 현재의 단일 대형 거래선에 의존적인 갑을관계 자체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었다. 이어, 양사의 결별에 대비한 비상 대책 수립을 위한  여러 시나리오 대응 전략이 논의되었고, 최종적으로 제2의 대형 거래처 발굴이라는 임무가 해외영업팀에 주어졌다. 그리고, 기회인지 위기인지, 나는 테스크의 프로젝트 팀장으로 임명이 되었다.


단언컨대, 최근 경험에서 가장 사색을 많이 하게 만든 것은 이 TFT 팀장 역할이었다. 프로젝트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의사결정자들의 합의를 주도해 가며 진행되었다. 제2의 대형 거래처 발굴을 위해 착수된 프로젝트는 내부 미팅을 거듭할수록, 공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현지 판매법인 설립으로 까지 미션이 확대되었고, 컨설팅 업체의 참여를 통한 시장 조사도 2주 만에 착수되었다. 진척되는 업무 상황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자신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업무 초반에 중심을 잡지 못하였다. 1차 성과를 도출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3개월. 이 제한된 시간의 압박에 정신적으로 시달린 탓도 있었겠지만, 사실 돌이켜 보면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었던 터라, 팀 리더로서의 경험과 지식 부족이 주원인이었던 것이라 본다.


가령, 다수 임원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과 전략 방향을 계속 합의해 가는 과정은, 그동안 수평적 소통 능력과는 강도가 다른  매우 성가시며 지치는 일이었다. 그리고 특히 팀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업무 위임과 시간 관리의 중요함을 명확히 인지하게 된다. 업무 위임을 위해서는 프로젝트 팀원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팀 단결을 위해 지속 노력해야 했다. 그들의 성향과 능력을 잘 파악하여 상호 보완적 관계를 빌드업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위임의 원칙과 평가 방법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지속적으로 경험에 노출되면서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알된 것은 큰 깨달음이다. 집단의 지성과 역동성을 잘 운영하면 더 큰 성과를 같이 창출할 수 있다. 


조직을 관리한다는 경험은 조직의 규모를 떠나 그 자체로 사업과 성과 달성 방식에 대한 자신의 관점 변화를 불러왔다. 주어진 업무의 전문성에서 조직관리의 리더 역할까지 다양한 경험은 해 보길 권한다. 경험은 늘 부족함을 알려줌과 동시에 자신의 학습 방향을 선도하여 준다. 자신의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여, 함께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사람 관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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