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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Dec 06. 2023

쓰고 싶은 글. 읽히고 싶은 글

브런치 안에서 우리는 작가고 독자다. 우리들은 글을 쓰고 읽는다. 글을 읽을 때는 쓰고 싶어 하고 글을 쓸 때는 읽히고 싶어 한다 브런치 세상 안에서 우리들은 비슷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비슷한 고민들도 한다. 읽히지 않는 내 글에 대한 아쉬움들. 이어져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어려움들. 뻗어가는 글쓰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것일까. 이런 고민들을 하곤 한다. 


글 쓰는 일은 사람이 하는 소통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고 읽는 행위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비슷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일 수 있고, 나쁜 사람일 수 있다. 오롯이 나의 글쓰기 실력만으로 글의 평판을 좌우하는 것만은 아니다.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글에 대한 평판이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글은 상대평가일 것이다. 합격 불합격의 기준이 아닌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상대방의 평가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할까?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할까? 마찬가지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할까?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할까? 일단 아마추어 작가인 나의 기준에서 말하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아직 아마추어라 쓰고 싶은 글을 써도 평이 후하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는 나의 글에 대가를 담을 수 있는 사람이다. 대가를 담는다는 것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가 발생한다. 쉽게 말해 돈을 지불하는 사람의 의도를 어느 정도 담아낼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오롯이 내 안에서만 써지는 글은 아니다. 그런 글은 돈을 받지 않는 아마추어 시절에나 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지금은 무슨 글을 써도 괜찮다. 왜? 돈 받고 쓰는 거 아닌데 내가 하고 싶은 말 좀 못할까? 정신 건강에 좋다. 


나아가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작가도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우리가 모든 독자를 커버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세상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가 없는 것처럼. 이미 수많은 작가들이 있고, 그들의 글들이 있다. 독자는 그중 자신이 읽고 싶은 글을 읽는다. 내가 그들의 모든 취향을 맞출 수 없다. 시댁 이야기가 인기라고 처가밖에 없는 내가 시댁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 거짓으로 상상해 쓴다면 깊이가 부족할 것이다. 독자는 쉽게 가려낸다. 내가 쓰는 처가 이야기는 새댁들에게는 인기가 없겠지만 나와 같은 사위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내가 상상한 시댁 이야기가 히트를 친다면, 나는 에세이스트보다 소설가가 어울리는 작가겠다. 


우리는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다. 어떤 작가는 여행기를 잘 쓰고, 어떤 작가는 이별 기를 잘 쓴다. 어느 작가는 자기 계발에 관한 내용을 잘 쓰고, 어떤 작가는 육아에 대해 잘 쓴다. 이 모든 분야를 잘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사람을 이야기할 때, 각자의 달란트가 다르고 재능과 소질이 다름을 당연히 여기는 것처럼 우리의 글쓰기도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가 잘하는 것을 쓰면 된다. 


읽히는 글이라는 것은 분명 있다. 읽히는 소재라는 것도 있지만 결국은 독자가 읽기 쉽게 쓰인 글일 것이다. 우리는 똑같은 이혼 이야기를 접하지만 인기가 많은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들을 만난다. 인기 작가는 찾아내는 소재가 아주 특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 소재를 특별하게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다. 결국 작가는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 우리가 독자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자. 글을 짚었는데 도저히 읽혀나가지 않는 글이 있다. 반대로 무심코 선택한 글이 한숨에 읽혀나가는 글도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쓰고 싶은 글을 매끄럽게 읽히도록 쓰는 것. 


우리의 글이 독자에게 굴곡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읽는 동안 감정의 굴곡이 와 함께 기뻐하고, 아쉬워하고 즐거워하는 경험을 함께 했으면 한다. 대신 읽는 동안은 굴곡 없이 매끄럽게 읽히는 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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