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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r 02. 2023

왜 글을 쓰시나요

저는 가슴이 말랑해져서요 

글쓰기의 욕구는 감기와 같아서 갑자기 다가왔다가 슬며시 사라진다. 마음속에 찰랑이는 파동을 일으키는 조약돌 같은 글을 한 편 읽고 나면, 나도 그런 글들이 쓰고 싶어지는 병이 찾아온다. 나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놓고 싶어지는 열병에 잠긴다. 글을 쓰고 업로드할 때까지 가슴은 몰랑 몰랑 정신없이 두근거리며 글을 쓴다. 글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열병은 더 길고 깊어만 진다. 


완성된 글이 발행되는 순간 그 열병은 사라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글을 쓰고 싶은 열병은 사라지고, 내 글에 대한 피드백에 정신이 팔린다. 그리고는 생각보다 냉정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의 글에 관심이 없다. 글을 발행하고 무관심의 피드백 (조회수라던지, 라이킷 수, 댓글이 거의 없는 상태의)을 받고 나면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는 두 손의 모래처럼 스르륵 내 몸에서 빠져나가 버린다. 열병대신 얼음만큼 차가운 심장을 얻게 된다. 


한 번의 경험으로도 족할 것 같은데. 이런 상처는 한 번으로도 충분한 것 같은데. 도대체가 멈추지를 않는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일들이 증거가 되어주는 것 같다. 어쩌다가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며 가슴이 말랑말랑 해질 때마다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잔뜩 부풀어 올라 달궈진 심장으로 글을 쓰고는 차가운 현실의 피드백에 또다시 식어가는 글에 대한 욕망들. 그래서 늘 써 놓은 글들은 대부분 용두사미가 된다. 아예 마무리되지 않아 머리만 대롱대롱 달린 글들이 대부분이고 잔뜩이다.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생산자가 되고 싶어서였다. 나는 글과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글과 영상을 통해 말랑말랑 해지는 심장을 좋아한다. 나이도 잊고, 세월도 잊은 듯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때면, 체면도 잊은 채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거나, 망상에 잠기며 그 여운을 이어가려 노력한다. 이제껏 좋은 글과 영상을 소비하는 쪽으로 삶을 살아왔다. 내 심장을 부드럽게 만들어줄 이야기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글과 영상을 생산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심장을 말랑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들의 이유가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나의 글이, 나의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든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울림을 주고 싶어서가 아닐까?.


오늘의 글은 몇 편의 무관심의 피드백을 경험한 뒤에 쓰인다. 현자타임처럼 사그라드는 글쓰기의 욕구를 조금이라도 더 잡아두기 위한 다짐과도 비슷하다. 사람들이 어떻게든 반응을 주리라는 스스로의 희망고문을 잡고 내 의지를 다잡는 중이다. 멈추기 싫기 때문이다. 


먼 훗날 

'이런 글을 쓰던 시기가 있었지..'


라고 기분 좋게 추억하기 위해서는 나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걸이다. 쓰고 읽고, 고치고 다시 생각하고 그렇게 성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봐 내가 이럴 줄 진작부터 알았다니까'


의 저주와 같은 예언서가 될 테니까. 


나는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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